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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군 Jan 01. 2021

2021년 1월 1일의 일상

 


'헉, 몇 시지?'


 친구와 조촐하게 술을 마시고 10시에 집에 들어와서 깜빡 잠이 들어버렸다. 핸드폰을 보니 12시 32분. 젠장, 눈뜨고 일어나니 30살이 되어버렸다.


 나의 서른은 이렇게 느닷없이, 갑자기 찾아왔다. 사실 (많은 30대들의 말처럼) 별 감흥도 없는 30대가 시작된 것이다. 의례 그렇듯 2021년의 첫 시작을 영화와 드라마로 시작하는 나. 뭘 봐볼까 하다가, 염정아 배우님의 스크린 데뷔작으로 유명한 <째즈바 히로시마>, 컬트 무비 괴작으로 유명한 <미지왕>, 그리고 <내 이름은 김삼순>을 연달아 보기 시작한다.




째즈빠 히로시마 (1992)


2021년의 첫 시작을 알리는 영화 <재즈 바 히로시마>



 1992년 11월에 개봉한 영화 <째즈빠 히로시마> 는 영화 <히로시마 내 사랑> 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내용과 파리 유학파 감독이 넣은 갖가지 미장센들과 비주얼이 합해진 영화다. 1992년은 내가 태어난 해기도 한데 이때의 모습을 영상미 있게 담은 이 영화는 비록 스토리와 엉성한 더빙이 주를 이루지만 영화가 담은 비주얼과 미장센, 그리고 (이 당시 때 늘 그랬듯) 색소폰 OST가 뇌리에 박히는 영화였다.


 영화 스토리는 별게 없다. 육체적 쾌락만을 추구하는 외과의사 박건우 (강석우 님)과 한국 피복 피해자 취재를 위해 한국에 온 하세가와 사유리 (염정아 님)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그리고 중간에 갑자기 튀어나오는 그 당시 여성 직장인의 유리 장벽, 박건우 조부모의 비밀 등이 짬뽕된,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은 이야기 구성이었다. 그저 여자와 잠자리만 가지던 박건우가 사유리의 취재를 도우며 사유리를 사랑하게 된 계기 또한 없고 갑자기 박건우의 할머니가 재일교포였다는 사실이 왜 튀어나오는지 당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차라리 스토리가 없다면 프랑스 누벨 바그나 누벨 이마쥬 영화에서 보여주는 단순한 스토리라인이 어땠을까 싶은 영화였다.


 서른의 첫 시작을 알리는 <째즈바 히로시마>을 보고 나니 포장만 가득했던 지난날의 내 삶이 지나쳐 간다. 마치 외로움과 공허함을 화려한 네온싸인과 멋들어진 재즈 음악으로 가득 채운 듯한 느낌이랄까. 그렇게 멋지지 않았음에도 포장만 하려던 나 자신의 삶과 영화 <째즈바 히로시마>는 다르면서도 같은 느낌이었다.





2021년 신년 계획


 매해 1월 1일은 신년 계획을 짠다. 


 30살부터는 금전적인 부분과 연금 등 앞으로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갖가지 노력을 시작할 것이다. 그동안 정말 마음껏 사고 즐겼다면 이제는 내 인생을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plan을 계획함은 물론 나 자신을 가꾸는 것 또한 잊지 않고 진행할 것이다. 외모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내적인 부분까지 채운 30대의 나의 모습. 이른바 '나 자신을 지키며 곱게 늙는' 30대를 준비하려는 것이다.


 어렵진 않을까, 생각도 해보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결국 '나' 하기 달려 있는 문제다. 조금만 부지런하고 조금만 노력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보다 현실적으로 모아둔 에너지를 발산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분명 20대의 내가 이룬 것은 분명 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그 지혜를 바탕으로 앞으로 펼쳐질 또 다른 비포 도로를 잘 달려보리라 다짐한다. 난 할 수 있다. 그리고 난 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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