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 30분이라 먼저 퇴근해보겠습니다."
어제 야근의 여파로 오늘 1시간 일찍 퇴근하고 기분 전환도 할 겸 알리로 올리오 파스타를 해보았다. 어딘가에서 봤는데 나를 위한 맛있는 음식을 하는 것만큼 자신감과 자존감을 채우기에 더 좋을 게 없다던데 오늘은 꼭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고 싶었다. 비록 다이어트 중이었지만.
밥을 다 먹고 책상에 앉아 올해의 신년 계획을 짜본다. 매년 1월 1일만 되면 인생의 일년치 플랜을 짜보곤 하는데 이번엔 상당히 늦어진 감이 없지 않다.
나이 30이 되니 새해 계획도 굉장히 현실적이게 변한다. 월 200 이상의 안정적인 직장 구하기, 외모관리 등 정말 현실적인 것들을 계획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새로 산 다이어리에 신년 계획을 짜다 보니 새해에 봤던 내 이름은 김삼순 1화에서 김삼순이 했던 말이 갑자기 생각나기 시작한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 보셨어요?
거기 이런 대사가 나와요.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은 것이다!>
제 인생의 초콜릿 상자에는
지금까지 좋은 것도 있었고
안 좋은 것도 있었어요.
그렇지만 어쩔 수 없는 거잖아요.
그 상자는 제거고 어차피 제가 다 먹어야 하는 거니까요.
언제 어느 것을 먹느냐, 그 차이뿐이겠죠.
그렇지만 예전과 지금은 다를 거예요, 아마. 예전엔 겁도 없이 아무거나 집어먹고 그랬는데 지금은 생각도 많이 하고 주저하며 고르겠죠. 어떤 건 쓴 럼주가 들어 있다는 걸 이젠 알거든요.
서른이 되니 알았다. 인생이 언제나 다 달콤한 것이 아닐뿐더러 누군가에겐 드라마 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고요한 수면일 수도 있다는 것을. 그래도 현실을 빠르게 자각하고 누구보다 낭만적으로, 누구보다 똑똑하게 살아가는 것. 그게 인생을 좀 더 재밌게 살아가는 비결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게 오늘 하루가 끝났고 하늘엔 오랜만에 펑펑 눈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예전엔 이렇게 펑펑 눈이 오면 신났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눈이 귀찮고 싫어지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집에서 이 눈이 주는 낭만을 느껴보련다. 아직은 서른이니까, 아직은 낭만을 즐겨도 되는 나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