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캐가 많아 슬픈 염군이여.

by 염군



"염군님은 부캐가 참 많으신 거 같아요."
"아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_^"


하고 싶은 게 많아 이것저것 직접 해보고 경험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인지라 수많은 것들을 도전하며 살며 나에게 생긴 또 다른 훈장 중 하나, '부캐 (부캐릭터)'.





저란 사람은요...

구독과 좋아요는 사랑입니다.



나는 해외 출장까지 다니며 브랜드를 알리고 10억 매출을 위해 힘썼던 '패션 마케터' 였고 지금은 한 중견기업의 사무직 업무를 하고 있는 '회사원'이다. 한 때 '더 염군'이라는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는 블로거였다가 지금은 브런치에 글을 남기는 나름 통과된 '브런치 작가'기도 하며, 프리랜서 웹 디자이너, 약 200명의 소박한 구독자를 가진 '염군 TV'를 운영 중인 유튜버, 약 1950명의 팔로우를 가지고 있는 나노급 인스타그래머이다.


다만 20대 때 나를 소개하면 저 위와 같이 말하겠지만, 요새는 나의 부캐들을 그렇게 말하고 다니진 않는다. 사실 내가 가장 고민이라면 고민일 수 있는 부분이 생겼기 때문이다.


옛날엔 이 것도 하고 저 것도 할 수 있다는 걸 어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내 것을 보여주다 보면 결국 기회가 생기겠지라 생각했고 실제로 많은 기회들이 생겨났다. 지금 프리랜서 디자이너를 할 수 있는 것도, 강연을 조금씩 나가기 시작하게 된 것도, 이런저런 협찬을 받는 것 또한 그렇게 생겨난 '기회'들이었다. 그래서 20대는 그렇게 '나'한테 취하며 내 안의 또 다른 부캐들의 스탯을 키워가며 살았다.


그러다 30살이 되었고 현실을 보았을 때, 나는 내가 키운 이 부캐들을 정말 내세울 수 있는 부캐들로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문제는 그러다 보다 보면 죽여야 하는 부캐들과 집중해서 성장시켜야 할 부캐들도 있는데 과연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그리고 현 트렌드가 원하는 것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이거 알면 진짜 찐 아저씨 아줌마다



그리고 나이 서른에 나 자신에게 묻는 나.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창피하지만 정말 솔직하게 말하면 난 내가 유명해지고 싶었던 욕구가 가장 컸던 것 같다. 누구 하나 나를 알기를 원했고 그 무의식 중의 욕망이 '나'를 포장하고 알리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과 노력을 했고 그 노력은 좋은 결과로, 때로는 나쁜 결과로 채워졌다.


지금, 서른이 되고 나서 깨달은 게 있다면 좋은 결과만큼 나쁜 결과가 따라온다는 것이며, '나'를 알리는 것만큼 효과가 좋은 것도, 그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결국, 현재의 나는 20대 때와는 다른 무언가를 걸어야 하는데 문제는 지금의 내가 걸어야 하는 그 무언가를 모를뿐더러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가늠조차 안 된다는 것이다.


프로페셔널한 직장인을 하고 싶었다면 적어도 내 직무에 대한 배움이 있어야 할 것이며 최소한 '유투버'로서의 삶을 살기 위해서라면 1만 명이 넘는 구독자 수는 가져가야 할 것이다. 브런치 작가로서 대성하기 위해선 내 글이 어느 공모전이라도 통과가 되어야 할 것이며 적어도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살아남으려면 매일 스케줄 체크와 타 회사에서 이런저런 말이 나와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이루기엔 내 몸뚱이는 하나며 아직까지 제대로 무엇인가 '확' 좋은 무언가가 없다는 것이 나의 큰 단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지금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게 나의 결론이다.


스무 살 임은경에게 ttl은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를 물었고 크러쉬의 동명의 곡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영감을 받고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여기, 서른살의 내가 있다. 나는 그동안 노력만 했지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있었던지 반성하게 된다. 이렇게 살면 정답이겠거니, 라 생각했던 것들에 또 다른 배신을 당하니 이제는 조금 더 똑똑해지자는 판단부터 먼저 들기 시작한 것이다. (다행인 건가?)






그래서 뭐?


마케터로 살아가면서 수많은 마케터들을 보면서 느낀 거지만 이른바 능력 있는 마케터들은 그만큼 '포장'을 잘하고 그만큼의 기술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 또한 그것을 안 보여준 것은 아니었지만 노련한 마케터들에 비하면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게 됐다.


그리고 어차피 잘해도 한국 사회는 인정해주는 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내가 원하는 '인정'이라는 것을 받는 것보다 내가 부족한 내실을 채우고 날 포장하는 능력을 길러놓지 않는다면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것 또한 그간 30년을 살며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된다면 나는 내 기둥을 세우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나의 부가가치를 키울 수 있는 것에 도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만약 내가 가진 부캐, 그 어느 하나라도 놓치기 싫다면 나는 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야 할 것이다. 그럴 자신이 있다면 하되, 절대 남에게 내가 하는 것을 노출하지 말자. 나중에 그 사람의 입에서 이런 분이셨군요, 라는 말이 나오기 전까진. 내가 이른바 '빽'이 없고 파워가 없는 상태에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른다는 게 한국사회에서 얼마나 독이 되는 일인지 그간 겪어봤던 나는 또 다짐하고 다짐한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를 제대로 알고 그것을 제대로 성장시키는 것. 그것이 이제 나의 삼십 대에 해야 할 가장 큰 목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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