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을 맞이하며
나는 사람들이 줄곧 이런 삶을 어떻게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는지 항상 의문이었다. 나는 숨을 쉬며 죽어가고 있었다. 끝없는 절망 속에 빠져 팔다리를 허우적거릴 때면 깊은 어둠이 내 몸을 더욱 휘감고 아래로 끌어당겼다. 그래도 나는 가끔 살겠다고 수면 위로 계속해서 머리를 아등바등 내밀었다. 하지만 현실은 계속해서 내 머리채를 잡고 그 속으로 다시 쳐 넣었다. 떠올리기 끔찍할 만큼 그 짓을 반복한 후에 나는 하염없이 가라앉았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서 떠다니며 누군가 나를 구원해주길 바랐다. 신이 있다면, 날 어서 이 곳에서 꺼내 주길 간절히 바라면서.
그러다 어느 순간 나는 돌연 깨달았다. 내가 빠진 이 곳은 사해(死海)와 같아서 간혹 날 구하려 뛰어드는 사람들은 다시 둥둥 수면 위로 떠오르고 만다는 것을. 결국 스스로 일어나 끝없이 수면 위로 헤엄치는 법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타인의 도움은 받을 수 있겠지만 결국 그 어둠에서 확실히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나의 힘, 나의 의지, 나의 행동, 나의 용기, 나의 끈기였다. 나를 구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나뿐인 것이다.
길지 않은 인생이었지만 나는 거의 평생 동안 우울증을 앓았다. 어린 나이에 견디기 힘든 일을 너무 많이 겪었었다. 차라리 정신이 조각조각나서 흩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 잘못이 아닌데도 매 순간 내 존재를 부정하고 모든 일에 괴로워했다. 그 어린 게 죄를 지었다면 얼마나 지었을까. 신은 내가 견딜 수 있을 만큼의 시련만 주신다고 하던데 나는 그렇지 않았다. 신이 미웠다. 매일 죽고 싶다고 생각했다. 죽지 못해 살고 죽은 듯 살았다. 나는 모든 순간 나를 죽이고 있었다. 그러다 종국엔 나를 제외한 모두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어린 나는 너무 가엽다. 너무나 외롭고 또 괴로웠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변한다고들 하지만
자기 스스로 바꾸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 앤디 워홀 Andy Warhol
사람은 변한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계속해서 변화한다. 그것이 자연이 순리이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단, 갑자기 변하는 것은 없다. 모든 것은 갑자기 변화하는 것처럼 보일지언정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나 또한 그렇게 서서히 아주 천천히 변화하고 성장했다. 많은 실패를 딛고 일어섰다. 지난해 나는 용기를 내어 많은 도전을 했었다. 겁쟁이 중에 제일 용감한 사람 정도는 되었을 것이다. 힘들었지만 그만큼 성장했다.
2021년은 작은 희망과 많은 기대를 가슴에 품고 앞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려 한다. 내일이 오는 게 싫었는데 이제는 내일이 기다려진다. 몇 년 뒤 서른이 된 나는 어떤 모습일지도 궁금하다. 하루하루 그저 견디면 다행이던 삶에 여명이 찾아왔다.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모두가 스스로 서서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가 되길 바라며 나는 오늘도 내 소명껏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