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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명 Nov 29. 2020

오늘의 청년

오늘을 살고 있는 흔한 청년의 이야기

 이 밀실에서 나는 나갈 수 있을까. 요즘 많은 청년들이 침대에서 벗어나 집 밖에 나가는 일을 두려워한다. 요즘도 아니다. 사실 이렇게 된 지 꽤나 오래되었다. 사람들과 계속해서 관계 맺는 것은 피곤하고 밖에 나가면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 같다. 용기 내 한 발 나갔다가도 결국 다시 돌아오고 만다. 창밖을 보며 밖에 나가고 싶다고 생각하기보다 뛰어내리고 싶다고 생각하기가 더 쉽다. 더 이상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 이 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안 그래도 취업난인 이 시대에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모든 게 급변하기 시작했다. 정보의 홍수, 파도라 말하던 시절은 이제 옛날이다. 사람들은 파도가 아니라 거대한 해일에 통째로 삼켜졌다. 비단 청년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제 자리에 서 있기도 벅차다. 큰 변화에는 언제나 많은 혼돈과 혼란이 따른다. 이미 그 사이가 크게 벌어져있던 기득권과 비기득권은 서로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더 멀어졌다. 이 안에서도 분명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사람이 있겠지만 대부분은 그냥 해일에 휩쓸려 떠내려가고 있다.


 노력 없이 성공하고 싶다. 노력 없이 얻은 결과물은 결국 손안에 쥔 모래처럼 계속 새기만 할 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갑자기 잘되고 싶다. 한번 사는 인생 일확천금을 누려보고 싶다. 언제나 마감에 쫓기면서 점점 해야 되는 일은 하기 싫고 하지 말라는 일은 하고 싶다. 아무것도 안 하고 쉬고만 싶다가도 쉬는 내내 마음이 불편해 다시 일하고 싶다. 일하면 다시 쉬고 싶다. 집에 있는데 집에 가고 싶다. 이번 생은 어차피 안 될 테니 다음 생을 노려봐야겠다는 생각이 나를 지배한다. 다음 생에는 꼭 재벌가에서 태어나겠다고 다짐한다. 한심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게 요즘 젊은이들의 보편적인 생각과 마음가짐이다. 날 때부터 이미 출발점이 너무나도 다른데 더 이상 달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언젠가 잘 되리라는 막연한 희망조차 품을 수 없는 잔인한 현실에 우리는 허덕이며 살고 있다.


 차라리 영면하고 싶다. 잠들 수 없다면 현실을 부정하고 망상 속에 빠져 살고 싶다. 그러다가도 어느 시점이 되면 한 번씩 이런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져 자괴감이 든다. 정신 차려야지. 현실을 직시해야지. 스스로를 혼내도 그때뿐. 밀실 속에 있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하나뿐인 창에 커튼을 치고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쓴다. 내 안에 해결되지 못한 수많은 문제들이 아직 이렇게도 많은데 계속해서 더 큰 문제들이 들이닥친다. 나는 때때로 내 존재가 세상에 갑자기 던져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 신은 어디로 갔는지. 삶의 정답을 알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내게 사회는 불공정과 불공평이 만연한 곳이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일이 벅찰 때가 많았다. 나 하나쯤 없어도 세상은 멀쩡히 굴러가는데 나는 혼자 온갖 번뇌에 차있다. 남들 사는 거 보면 내가 가진 것보다는 가지지 못한 것만 눈에 들어온다. 그러다 보면 종국에 아무것도 하기 싫은 기분이 된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나는 지금 여기 살아있고, 좋고 싫음을 떠나 어쨌든 이 난관을 헤쳐 나가야만 한다.


 나는 밀실의 문을 열고 뛰쳐나왔다. 다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많지만 어쨌든 나는 그 안에서 나와 있다. 더 힘차게 뛰기 위해서는 근육을 더 단련시켜야겠지만 가볍게 뛸 정도는 된다. 그래도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예상치 못하게 코로나라는 거대한 해일이 몰려왔지만 열심히 물장구를 치며 개헤엄이라도 하고 있다. 떠내려가는 많은 사람들이 눈에 보이지만 정말 안타깝게도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나부터도 언제 그들처럼 떠내려갈지 모르는 실정이다. 그래도 생각해본다.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뭘 해야 할까.


모두 다 같이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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