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을 기록하는 신입 사원
2025년 1월 1일,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를까?
나는 보통 12월 31일과 1월 1일에 걸쳐 새해 다이어리를 정리하는 편이다.
12월 동안 내년에 다이어리를 어떻게 사용할지 적고, 어떤 내용이 어떤 다이어리에 들어갈지 결정한다.
그리고 필요한 부분이 생기면 새로운 다이어리를 구매한다.
그래서 12월 만 25살이 지나면서 나 스스로에게 주는 생일선물로 다빈치 클래식 로로마 다크브라운을 구매했다.
한국에서는 웃돈주고 사야하는 바인더인지라 일본 아마존에서 직구를 하며 가장 기본적인 생각을 하게 됐다. 아 나 이번에는 여기에 뭘 적지?
내 인생 약 25년동안 내가 산 다이어리는 백개는 될 것이다.
매해 다이어리를 적으면 3개, 많으면 5개까지도 구매하면서 애초에 이 다이어리를 어떻게 사용해야 내가 나중에 내 기록을 의미있게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은 한 번도 해본적이 없었다.
심지어 그 다이어리들 중 단 한 권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사용한 다이어리가 없었다.
매일 기록을 하던 사람은 아니지만, 여행을 할 때 계산대에서 나눠주는 모든 영수증을 모으고, 오늘 공부한 내용들을 기록하며, 나름의 기록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다시 보려니, 대체 어느 날의 어떤 기억이 어느 노트에 있는지 전혀 알 수 가 없었다.
어느 날 책상 옆 서랍 안에 모아져있다 결국 내용이 다 날라가버린 영수증을 눈물을 머금고 버리면서 ‘난 기록하고 수집하는 행위를 좋아하긴 하는 걸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수집만 하고 수집한 내용들을 정리하지 않는다면 완전한 내 것이 되지 않는다.
그건 어떤 것이던지 마찬가지이다.
하다못해, 유퀴즈에 나온 플랭크 신기록을 세운 할아버지는 매일 운동과 공부를 하고 그것들을 기록하신다.
나중에 내가 성취한 내용이 어디까지였는지 알 수 있게.
또한 매일 블로그를 쓰는 할아버지는 오늘 있었던 일을 기록함으로써, 내가 어떤 날에 어떤 감정으로 어떤 일을 했는지 생생하게 기억하게 된다.
그러나, 나는 기록을 하며 내가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오히려, 중구난방으로 펼쳐진 기록들 때문에, 이 날 이런 것을 했었나? 그냥 가고 싶다 로 끝냈던걸까 하는 의문만 남긴 채 기록에 대한 의욕만 점점 떨어졌다.
그래서 2024년 초반 6개월 동안 나는 아무런 기록을 하지 않았다.
일정이나 시험 등의 최소한의 기록만 한채, 나의 기록은 사진 뿐이라는 생각으로 사진만 정말 열심히 찍었다.
비록 정신 건강을 위해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 올리지는 않았지만, 내가 여행하는 모든 곳, 내가 먹는 것, 내가 길 가다가 마음에 들었던 나무 등을 다 찍어가면서 기록을 쉬는 시간을 가졌다.
그 시간동안 시간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느낌은 들었으나, 한 가지 단점이 있었다.
그날 그 시간 그 순간에 내가 들었던 감정들을 핸드폰 사진첩에 모여있는 사진들로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심지어 사진을 찍지 못 한 날은, 마치 아무것도 안 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제대로 된 기록을 하기 위해 2024년 후반 6개월을 지내기로 마음 먹었다.
나는 6개월동안 불렛저널, 10분 플래너, 1시간 다이어리, 줄글 기록 등등을 하나씩 시도해보면서 나에게 맞는 기록을 찾아갔다.
어쩌다보니 취준생에서 신입 직장인이 되면서 기록을 하는 내용을 바꿀 필요는 있었지만, 내용이 새로 추가되어도, 카테고리가 추가되어도 계속 기록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6개월은 온전히 기록을 위한 시간으로 보냈다.
그리고 그 기록들의 시행착오와 성공한 기록들을 하나씩 기록해보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은 나와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기를, 나보다 더 빠르게 기록의 힘, 기록의 동기를 찾아낼 수 있기 바라면서, 글들을 써내려갈 생각이다.
내가 여기에 적는 내용은 사실 다른 사람을 위한다기보단, 약 5년 뒤의 내가 다시 보면서 기록의 동기, 기록의 체계를 다시 세울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적으려고 한다.
미래의 내가 다시 보면서 내가 과연 그 미래에도 이 방법으로 기록을 하고 있을지, 새로운 방법을 다시 세웠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러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미래에는 이러한 실수를 다시는 말아달라는 당부의 글이기도 하다.
과연 내가 어떤 사람이 되었을지는 모르겠지만, 기록에서 상상하는 내가 오늘의 나를 뿌듯해하면서 글을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 글을 미래의 나에게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