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아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무너진 일상 -1
늘 엄청 답답하다가 큰 해답을 얻고 그게 한 편의 글이 되었는데. 분기별로 그러할 때마다 아주 잠깐이나마 시원함과 정신적 포만감을 느꼈는데. 이번에는 정리가 안 되는 상태가 오래가고 있다.
작년인가 재작년쯤 오래된 글들을 정리하고 새로 쓰기 시작했을 때 나는 분명 다짐했었다. 다시는 감정적인 글을 쓰지 않겠다고. 근데 결국에 또 비슷한 자리, 비슷한 감정에 멈춰섰다. 그리고 결국 기댈 곳이 또 글이 되었다. 왜 또 같은 자리인 걸까. 책의 장을 넘기면 끝이 나야 하는데 마치 같은 책, 같은 부분을 계속 읽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어쩌면 전과는 조금 다른 고민인 걸까. 아니면 내가 잊고 있던 것들이 다시금 또 찾아온 걸까. 잘 모르겠다. 이렇게 두서없이 글을 쓰면서도 사실 나는 예전만큼 깊게 생각하고 싶지 않은 걸지도 모른다. 이제는 왜 이렇게 깊은 모든 것들이 진저리날까. 특별하고 소중하다는 말들이 왜 그렇게 싫을까. 나는 다를지도 모른다는 말을 이제는 왜 이렇게 하기 싫을까.
근래 1-2년간 내 내면의 키워드는 사람에 대한 경계심과 불신이었다. 나는 나를 잘 알기도 잘 모르기도 하는데. 나 같은 사람이 알고 보니 이 세상에 많이 있다고 생각하면 조금 끔찍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이렇게 복잡하게 생각한다고? 이렇게까지 사람을 싫어한다고? 이렇게까지 외로워한다고? 이렇게까지 힘들어한다고?
보통 나를 사랑해야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다고들 많이 하는데. 나는 요즘 반대로 느낀다. 다른 사람을 사랑할 줄 알아야 나 자신도 사랑할 수 있는 것 같다. 나는 분명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서 경계하고 불신하는 것 같은데. 내 의도와 달리 지켜지는 것은 별로 없고,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사람들이 더 싫어지고 나 자신은 더 싫어진다.
그리고 요즘 들어 생각한다. 솔직한 게 뭘까. 도대체 뭘까. 왜 나도, 다른 사람들도 다 감당 못할 거면서 서로 솔직하라고 솔직해야 한다고들 얘기할까. 이제는 소통이라는 게 왠지 모르게 거부감이 든다. 소통이라는 게 뭘까. 항상 의도와 빗나가는 진심들을 매번 해명하는 게 소통인 걸까. 그럼 나는 남은 날들을 오해를 해명하다 죽게 되는 걸까. 잘 모르겠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오해가 생기는 거라면, 내 입장에서는 나쁘게 대한 적 없는 사람이 날 싫어하게 된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근데 적고 보니 나도 그렇다.. 상대방들도 나 같은 사람을 겪으며 이런 생각을 했을까. 근데 그럼 나는 매번 이걸 로봇처럼 내 입장과 남의 입장을 동시에 생각하면서 나를 억압하면서 살아야 하는 걸까. 이성적인 거? 그게 진짜 대단한 게 맞는 건가? 분명한 건 이성적이라고 행복하지 않고, 감정적이라고 불행하지 않다.)
그동안 나 자신을 어느 정도 잘 연기하면서 살아왔는데. 솔직히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상대방이 나랑 똑같다고 생각하면 왠지 모르게 숨이 막히고, 아무 말도 하기가 싫다. 말해서 뭐하지. 싶다고 해야 되나.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게 차라리 그놈의 이성적인 일 같다고 해야 되나. 말을 해서 뭐하지. 말을 해서 뭐하지.
더 이상 사람이 위로가 안 된다. 아무것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뭘 붙잡으며 살아야 할까. 그게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