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부터 이런저런 일들을 하며 바쁘게 지냈다. 내가 목표하는 것을 잡고 있는 힘이 나의 감정의 고리에 세게 걸려 넘어지기 전까지는.
내가 하고자 하는 일들이 내 마음처럼 풀리지 않을 때마다 나는 사랑받고 싶다. 내 가난한 마음을 부양받고 싶다. 그럴수록 내 마음은 결국 더 가난해졌다는 걸 알면서도.
우울해지지 않으려면, 내 깊은 감정의 바다에 빠지지 않으려면, 고개를 꼿꼿히 세우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데. 커피를 마신다고, 모진 일들을 새로이 겪는다고 바다에 빠지지 않는 건 아니다.
그동안 알아서 잘 해왔다는 게 나의 발목이다. 앞으로도 알아서 잘 해야 하기 때문에. 어떤 사람에게나 그 어떤 것에게나 도움받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나는 도움을 요청할 줄도 잘 모른다.
내 안에 존재하는 가시밭을 들키지 않으려면 나는 꾹 참아야 한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들, 기억하고 싶지 않은 표정, 기억하고 싶지 않은 말들이 혼자 있을 때 나를 찾아오는 것도. 그래서 매일밤 끔찍한 악몽을 꾸며 자는 것도. 그럼에도 나 혼자 이 모든 것을 떨쳐내고, 나 혼자 이겨내고, 나 혼자 힘을 내서 나아가야 한다는 것도. 그 모든 과정이 버거운 것도, 나는 혼자 꾹 참아야 한다.
내가 외롭고 힘든 만큼 다른 사람들도 그런다는 걸 안다. 이걸 안다는 게 싫다. 나는 기대고 싶은데. 나는 정말 기대고 싶은데. 나보다 더 큰 존재를 원하는데. 매일매일을 버티며 살아도 구원은 없다.
이런 글을 쓰고 있는 내가 많이 지쳐 있다는 걸 안다. 늘 방 안에서 혼자 생각하고 생각하다 잠을 깊게 자지 못하는 것도. 뭐든 떨쳐내려 하면 할수록 더욱더 내게 달라붙어 괴로운 것도.
지치고 힘들다. 이런 나를 데리고 사는 게. 어떻게 하면 마음이 편해질까. 어떻게 하면 깊게 잠이 들까. 이 무거운 몸과 마음을 어디로든 멀리멀리 떠나보내고 싶다. 어떻게 하면 괜찮아질까. 어떻게 하면 혼자 있을 때도 나를 괴롭히지 않게 될까.
구원받고 싶다. 어떤 구원이든 환상인 걸 알지만 구원받고 싶다. 혼자 있을 때 모든 어두운 말들이 나를 찾아오지 못하게. 내 방의 문을 두드리지 못하게. 시끄럽지 않게. 죄책감을 느끼지 않게. 힘들어하지 않게. 나와도 다른 사람들과도 잘 지낼 수 있게. 힘들어하는 나를 구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