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시작해서 오래하기
내가 사랑하는 '춤'에 대하여
흔히 춤은 몸을 쓰는 일이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내가 실제로 1년간 춤을 배우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춤은 몸보다 머리를 써야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만약 동작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만약 동작이 이해되더라도 다음 동작과 연결되지 않는다면, 만약 연결되었더라도 노래의 박자와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면 전체적인 태가 무너진다. 그래서 실로 많은 계산이 필요한 일이라고 느낀다.
또한 끊임없이 새로운 동작을 배워서 하나의 곡을 완성시켜나갈 때마다 매번 다르게 부딪히는 시련(?)들이 그때마다 느끼는 새로운 불편함들이 좋은 자극이 된다. 좌충우돌하더라도 하나의 곡을 완성해내고 또 다른 새로운 곡을 만나고 또 부딪히고 또 완성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그때마다 왠지 모르게 두려우면서도 위로가 된다. 또 할 수 있으니까. 계속 할 수 있으니까. 또 해 보면 되니까. 계속 하면 되니까.
그리고 동작은 안 틀렸지만 잘 추진 않았을 때든, 정말 잘 추다가 중간에 실수를 했을 때든, 생각보다 그런 나의 모자란 모습들이 봐줄 만하고 재밌다고 느껴질 때 나의 내면이 채워지는 기분이 든다. 돌아보면 난 살면서 단 한순간도 완벽했던 적이 없는데 그 모습으로 사랑받고 사랑하며 잘 살았었다. 그런 걸 일깨워 준다.
그리고 이 모든 점들은 춤을 추지 않는 다른 순간들에도 영향을 준다. 이게 춤이 가진 '에너지의 확장성'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점을 정말 매력적이라고 느끼고 사랑한다. 순간을 즐길 수 있게 하고, 더 용기를 내고, 더 오기를 내며 살아갈 수 있게 하는 힘.
원래 나는 너무 좋아하면 오히려 더 거리를 두는 비뚤어진 완벽주의가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너무 좋아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춤'이다. 그래서 어쩌면 이번에도 오래 버티지 못하고 금방 포기해버릴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학원에서 춤을 배우기 시작한 지 벌써 1년이 다 되어 간다.
춤을 시작하고 나서 내가 정말 좋아하게 된 말이 '늦게 시작해서 오래한다.'라는 말이다. 그걸 품고서, 내가 너무 좋아하는 일과 또 너무 좋아하게 된 여러 다른 일들을 계속해 나가고 싶다. 그토록 되고 싶었던 내가 되어 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