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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민해 Oct 11. 2022

당신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습니다

말하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머리로 아는 것과 행동으로 옮기는 것도 말이다.


나는 <마인드풀>이라는 유튜브 명상 채널을 즐겨 듣는다. '평온보스'라 불리는 정민님이 진행하는 유튜브인데, 어릴 때부터 우울증과 불안장애로 힘들어하던 20대 초반 명상을 시작한 그녀는 명상을 따로 배우거나 공부하지 않았기에 여러 시도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스스로 고안했다. 2018년 직접 녹음한 명상 가이드가 단 몇 명에게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유튜브 채널을 열었으며, 현재는 14만 구독자를 가진 명상 멘토로 활동하며 독일에서 살고 있다.


오늘은 그녀의 영상 중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는 사람 유형 11가지>라는 영상을 주제로 글을 써보고 싶다. 나는 착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마음은 딱히 없지만, 적어도 내가 아끼는 사람들에게만큼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욕심이 있으니까.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아끼고 조심해야 하지만 나 또한 사람인지라 말은 그럴싸하게 해 놓고, 정작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과 행동으로 상처를 준 적이 많았다. 나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취했던 행동들이 때로는 누군가에게 치유할 수 없는 깊은 상처가 되어 흉터처럼 자리 잡았을지도 모른다.

영상에서는 곁에 두면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는 사람 유형(이런 사람을 곁에 두세요)을 말하지만, 나는 그런 유형을 찾기에 앞서 내가 그 유형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첫 번째는 상대방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수용하는 사람이다. 상대방을 나의 생각대로 판단하거나 바꾸려 들지 않고 있는 그대로 자유롭고 아름다울 수 있도록 적당한 거리를 두고 수용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그 사람을 궁금해하는 것이다. 이게 꼭 집착하듯이 그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겠다는 뜻이 아니라(집착과 통제는 제가 정말 싫어하는 단어입니다) 정말 순수하게 그 사람 자체를 알아가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나의 이야기만 일방적으로 늘어놓지 않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진심으로 들어주고 그의 안부를 물어주는 것이다. 꼭 밀착되어 있지 않아도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그렇게 상대방을 더 깊이 알아가면서 적당한 선을 지켜주고 싶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감정을 배려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살면서 감정적인 배려를 얼마나 많이 받아보았을까? 아니면 얼마나 해보았을까? 나조차도 감정일기를 쓰기 전까지는 나의 감정에 대해서 깊이 들여다보지 못했던 것 같다. 피곤한 것이라 생각했는데 실은 화가 난 것이었고, 슬프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두려운 것이었다. 아직은 나의 감정을 온전히 돌보는 것도 많이 미숙한 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의 말과 행동에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에 앞서 감정을 먼저 들여다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정민님은 누군가를 배려한다는 것은 정말 깊은 가슴속에서의 연결이지만, 거창하게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그 순간 잠시만 머리를 비우고 '이 사람이 지금 감정적으로 어떤 상태일까?'를 5초, 10초 생각하는 것은 절대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의지만 있고 의식만 한다면 말이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책임지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감정적으로 배려를 할 수 있어야 된다는 거예요. 감정은 각자의 책임이에요.


'좋은 사람에게만 좋은 사람이면 돼'라는 모 작가의 책 제목처럼, 적어도 내가 아끼는 사람들에게 만큼은 점점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 노력만큼은 살아있는 동안 절대 게을리하고 싶지 않다.

나는 관계에도 유효기간이 있고, 노력하지 않는 관계는 소중함을 잃고 소멸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물줄기가 같이 흘러야 만날 수 있는 것처럼 한쪽이 고여있으면 다른 한쪽은 서서히 멀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의 관계는 항상 성장 중이다. 상대방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가장 위태로운 순간일 거라 생각하기에 더 소중히 아끼고 다듬고 싶다. 소중한 사람들을 계속 배워가는 마음, 평생 공부해야 한다는 마음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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