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민해 Nov 16. 2022

여러분, 집 있으세요?

연일 뉴스에 빠지지 않는 주제,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집값 이야기. 저는 아직 제 집이 없고, 전세살이를 하고 있어서 요즘 들어 부쩍 자주 들려오는 전세사기 소식들에 귀가 쫑긋 해지곤 합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집이란 무엇인가를 항상 고민해왔던 저에게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 영화가 있어 오늘은 그 영화를 친근하게 소개하고 싶어 집니다. 바로 <소공녀>라는 영화인데요. 이 영화는 친구의 추천으로 우연히 보게 된 영화예요. 가사도우미로 살아가는 주인공 미소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 집을 포기하고, 대학 시절 밴드 활동을 했던 친구들을 한 명씩 찾아가 얹혀사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미소가 포기할 수 없는 것은 하루 한 잔의 위스키와 한 모금의 담배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친구입니다. 좋아하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 집을 버리는 주인공 미소는 '집은 없어도 취향과 생각은 있는 인물'로 표현됩니다. 그런 미소의 모습이 사랑스럽기도, 애틋하기도 한 복합적인 감정이 올라왔어요.


사실 저는 안락한 공간과 삶의 안정감에는 꽤 욕심이 있는 편이라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첫 월급을 받는 순간부터 나름대로 열심히 저축하며 돈을 관리해 왔는데요(그럼에도 아직 제 집은 없죠). 그런 제 눈에는 하루의 행복을 위해 집을 포기하는 미소의 모습이 다소 불안정하고 위태롭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그 불안정함 속에서도 낭만을 추구하는 모습이 조금은 철없게 느껴지기도 했고요. 하지만 미소가 삶을 정성껏 대하는 태도를 보고 있자면 그 생각조차 저의 편견이지 않았을까 싶었어요(적어도 저는 그랬어요). 각자만의 삶의 방식은 다 다른 것이니까요. 그리고 극 중 미소는 '무해한 캐릭터'라는 수식어에 정말 꼭 들어맞는 주인공이에요. 집만 없을 뿐, 일도 사랑도 자신만의 방식대로 행복하게 개척해가는 현대판 소공녀 미소의 모습을 담아낸 전고운 감독은 잃어버린 나를 찾고 싶어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말합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난 뒤에 제가 참여하고 있는 독서모임에서 영화모임을 열어 진행해 보기도 했어요. 제가 느낀 감상이 다른 분들과 어떻게 다를지, 다른 분들은 이 영화의 어떤 점을 중요하게 보셨을지 등 여러 가지가 궁금했거든요. 각자의 의견은 다 달랐어요. 저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타인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는 미소의 따뜻한 시선이 잔잔한 여운을 남기며 집은 없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행복할 수 있다'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화라 생각했는데요. 어떤 누군가에게는 행복을 견뎌내는 느낌이 들었고, 또 어떤 누군가는 이것(미소가 포기하지 못한 세 가지)이라도 놓지 않아야 그녀가 살아가는 현실과 타협 아닌 타협을 할 수 있었을 거라는 말에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행복의 기대치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내가 아닌 누군가의 행복을 쉽게 속단할 수도 없고, 꼭 웃어야만 행복한 것도 아니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취향과 교양이 구분되어야 할 필요도 있다는 누군가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고요. 타인은 항상 내 상상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채로운 존재라고 말하던 모 작가의 말도 떠올랐어요.


대한민국에서 집이란 대체 무엇일까 또 생각이 많아집니다. 단순히 주거공간으로만 자리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부의 척도가 되어주기도 삶의 가치가 되어주기도 하니까요. 간간이 들려오는 공공 임대주택에 대한 이슈와 어린아이들끼리도 어디 사는지에 따라 각종 혐오 표현들(임대충, 엘사, 휴거지)을 서슴지 않는다는 말에 놀랐던 기억도 있어요. 도대체 이게 다 무슨 일인가 싶고요.


저는 책뿐만 아니라 브런치라는 글쓰기 플랫폼에서도 매일 글을 읽는데요. 집과 관련해서 제가 좋아했던 브런치북이 있어요. 제목이 <청담동 사람들은 명품을 안 입는다>인데, 시드니 작가님의 글이에요. 이 작가님 특유의 시크함 덕분에 읽으면서 중간중간 많이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는 <강남살아요 돈은없지만>이라는 제목의 매거진을 연재 중이시더라고요(이사하신 것 같아요). 이 작가님이 청담동에 살며 느낀 것은 청담동에 살든 압구정에 살든, 삶의 목적과 방향성이 명확하고 자신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사람들은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었어요. 물론 그 글을 집필하시며 날 선 댓글에 상처받으실 때도 많으셨지만요. 집이 나의 가치를 올려준다는 생각에 많이들 어디 사냐는 질문으로 서로를 평가하는 게 당연시되는 사회 같아요. 배보다 배꼽이 더 커져버린 것 같아 씁쓸해지기도 합니다.


여러분, 여러분에게 집이란 무엇인가요.

매거진의 이전글 혼자 있는 시간이 얼마나 행복하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