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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민해 Nov 15. 2022

혼자 있는 시간이 얼마나 행복하게요

우선 제목처럼 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행복하게 잘 보낸다. 아니 더 정확히는 혼자만의 시간은 잘 보내는 것을 넘어 주기적으로 꼭 필요하다. 나를 재충전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글에서도 종종 밝혀왔지만 나는 타고나길 예민하고 내향적이기 때문에 타인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맺는 과정에서 쏟는 에너지가 실로 어마어마하다. '와 그렇게까지 신경 쓴다고?'라고 할법한 것들을 나는 한다. 사실 나에게는 너무 자연스러워서 이상하다 여기지도 못하는 행동들이 타인의 입을 통해 전해지면 꽤나 도드라져 보이는 편이라 애써 감추는 편이다. 둘은 즐겁지만, 혼자는 편하다. 그래서 혼자만의 시간이 때로는 더 행복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혼밥, 혼술, 혼영, 혼여행 등 각종 혼자만의 행위를 뜻하는 신조어가 이제 익숙한 시대다. 그만큼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도 했고 다양성이 존중되고 있다 여겨진다. 그 중심에 내가 있다. 둘도 좋고, 여럿도 좋지만 정말 중요한 순간에는 반드시 혼자 있어야만 집중이 잘 되는 편이다. 어릴 때도 시험기간이 직전으로 다가왔을 때는 학교 자율학습이나 독서실보다는 집에서 혼자 늦은 새벽까지 공부하는 것을 좋아했다. 물론 너무 혼자만 있으면 자칫 고립되거나 생각이 편협해질 수 있어 가끔은 문을 열고 밖을 나가지만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인간 심리 연구에 일생을 바친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 피터 홀린스의 저서 <혼자 있고 싶은데 외로운 건 싫어>에서는 내향적인 사람은 외부 환경에서 에너지를 얻어 고무되기보다는 내적 사색과 감정에 한층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내향적인 사람은 일반적으로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고 외부 세계의 요구에 방어적인 태도를 취한다. 사색적이며 조심성이 많아 고양이와 비슷하다. 고양이는 가끔 놀고 싶어 하지만, 대개는 침대 밑 은신처에서 불러내기가 쉽지 않다.
(중략)
내향인에게 파티는 단순히 즐기는 자리가 아니다. 사람과 환경과 대화를 분석하고, 끝도 없이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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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외향과 내향이라는 프레임안에 스스로를 가두는 것은 위험하지만 대체로 나는 혼자 있을 때 에너지를 얻는 내향인에 가까운 사람이다. 사람들과 함께하는 자리도 좋긴 하지만 에너지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많게는 두 달에 한 번, 적게는 1년에 한 번만으로도 충분할 만큼 다수를 만나는 자리는 나에게 큰 결심이 필요한 일이다. 대신 그 자리에서만큼은 온전히 그 시간에 집중하고, 시간을 내준 분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그 만남을 소중히 여긴다. 물론 그 다수도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에 한해서지만 말이다. 그 적정선을 넘어가면 나는 고약한 사람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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