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의 일희일비는?
이 문장은 하여가라는 시조의 일부로, 원문에는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로 되어있다. 이 시의 기원과 상관없이 이 문장을 제목으로 쓰고 싶었던 이유는 나의 일희일비가 이 문장과 같은 마음이길 바라기 때문이다.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에 지나치게 힘을 쏟겠다는 말도 아니고, 그렇다고 올라오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가감 없이 쏟아내겠다는 말도 아닌, 있는 그대로 감정이 흘러가는 것을 바라보겠다는 뜻이다.
나를 만나는 어떤 이들은 나의 밝은 면만 보고 좋다 말하기도 하고 어두운 면이 상상이 잘 안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보여주지 않은 어두운 면과 슬픔의 정서는 때에 따라 깊이가 다르다. 그 늪에 한번 잘못 들어가면 헤어 나오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스스로가 알기에 평정심을 잃지 않기 위한 나름의 부단한 노력들이 있다. 감정이 벅차 내 본연의 모습을 놓치지 않도록 말이다.
일희일비라는 말이 다소 가볍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기분이 롤러코스터 타듯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은 감정 기복이 심해 자신의 감정을 일방적으로 토로하는 사람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어른의 기준은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여 표현할 수 있는가 아닌가로도 나뉘기 때문이다. 특히 분노조절의 면에서 말이다. 하지만 일희일비는 그렇게 단순하게만 여길 것이 아니었다. 하루에도 우리는 수없이 많은 감정을 느끼며 희비를 왔다 갔다 한다. 평소 감정을 절제하고 평정심을 잘 유지한다 생각하는 나조차도 그 롤러코스터에 의도치 않게 자주 탑승하곤 한다(정작 고소공포증 때문에 롤러코스터는 타지도 못하면서).
다만 내가 인식하지 못했을 뿐.
사실 '일희일비'를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른 책이 있는데, 제목만으로 딱 맞지 않나 싶은 장류진 작가의 <일의 기쁨과 슬픔>이다. 장류진 작가는 이 책을 출간하고 인터뷰에서 '결정을 내릴 때 기쁨과 슬픔 중에 어느 쪽을 더 중요시하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나는 감정 기복이 큰 편이다. 금방 기뻐했다가 금방 크게 실망한다. 거기서 오는 진폭, 낙차 같은 에너지로 삶이 굴러가는 게 아닐까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결정할 때는 정신승리를 한달까. 내 생각은 내가 제일 많이 하니까, 나라도 잘된다고 생각해야지 하는 식으로 낙관하려 한다."
그렇다면 그녀에게 소설의 기쁨과 슬픔은 무엇일까?
"이야기를 완성했을 때,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 냈다는 기쁨이 있다. 슬픔은 쓰지 않고 있을 때, 예를 들면 쉬거나 놀고 있을 때에도 내 마음속 소설가가 ‘소설을 안 쓰고 있네?’라고 쪼기 때문에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다. 이렇게 말하면 소설 쓰는 시간이 엄청 많은 부지런한 소설가 같지만 불편한 채로 안 쓰는 시간이 더 길다. 특히 요즘은. 그러니까 쓰지 않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약간의 찝찝함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는 점이 슬프다."
이 제목을 갖고 책을 쓴 작가조차도 일의 기쁨과 슬픔, 삶의 기쁨과 슬픔에 감정이 오락가락한다. 어쩌면 우리의 삶은 하루 단위로 쪼개어 보아도 수없이 많은 기쁨과 슬픔을 오르락내리락거리며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 나는 오전 반차였다. 아침 일찍 일어나 방을 청소하고 가볍게 운동을 한 뒤에 집을 나섰다. 요 근래 날이 꽤 쌀쌀하더니 오늘은 꽤 따뜻했다. 선선한 바람이 내 몸을 감싸는 느낌에 기분이 좋아 동네를 걸으며 행복지수가 높아짐을 느꼈다. 점심에는 내가 좋아하는 연어샐러드를 먹고 카페에 도착해서 자밀 자키의 <공감은 지능이다>를 마저 다 읽은 뒤 회사로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갑자기 슬퍼지기 시작했다(직장인의 굴레). 막상 회사에 도착하고 일을 시작하니 슬펐던 감정은 사라지고 일상 업무를 차근차근 완수해나가는 내 모습에 스스로가 대견해지며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 생각해 보면 나도 평정심을 유지한다 말하지만 매일의 일희일비에서 힘을 얻고 나아간다. 그 진폭이 너무 크면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적당한 진폭에서 삶은 더 다채롭게 펼쳐진다. 있는 그대로 나의 감정을 바라보며 오늘도 나의 일희일비를 온전히 느껴보기로 한다.
+ 여담이지만, 지난달에 <일의 기쁨과 슬픔>이라는 연극을 보고 왔다. 장류진 작가의 책을 원작으로 한 이 연극은 6개의 작품이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법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고 있는데, 원작의 포인트만 쏙쏙 빼내어 자연스럽게 풀어낸 연극을 보면서 다시 한 번 감정의 진폭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