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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민해 Nov 24. 2022

그 특유의 슬픔이 있는데요

여러분은 어떤 사진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야경을 좋아합니다. 특히 서울의 야경을 좋아해요. 서울의 야경이 가장 아름답게 느껴졌던 때가 있는데요. 해외여행을 다녀와서 인천공항에 내려 집으로 향하는 길에 펼쳐지는 야경이에요. 저에게 서울은 이제 너무도 익숙한 도시라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에도 감흥이 무뎌질 때가 있는데, 해외에 며칠간 있다가 귀국하는 날은 느낌이 달라요. 보통은 밤 비행기로 도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집으로 향하는 길 한강을 지날 때 펼쳐지는 야경이 그렇게 소중하고 아련하더라고요.


근데 또 재미있는 것은 서울의 야경뿐만 아니라 해외의 야경 사진을 보면서도 괜히 눈물이 차오를 때가 있어요. 그 느낌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아직 잘 모르겠는데, 누군가에게 설명하기도 참 어렵더라고요. '너 그 느낌 알아?'라는 애매모호한 제 질문에 '아! 나도 알아, 그거'라고 말하는 사람을 아직 만나보지 못했거든요. 저는 개인적으로 <나 홀로 집에 2>라는 영화에서 케빈이 뉴욕의 야경을 가만히 내려다보는 장면에서 눈물이 날 것 같았는데요. 이 외에도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야경이 등장하면 스토리와 상관없이 괜한 슬픔이 올라오곤 한답니다.


서론이 (많이) 길었는데, 지난달에 다녀온 전시회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지금은 전시가 종료되었는데, 유명한 전시회는 아니고요. 금호미술관에서 개최한 한성필 작가의 <표면의 이면>과 임준영 작가의 <그 너머에, 늘>이라는 초대전이에요. 저는 두 작가 중 '도시 풍경과 현대 건축물을 주 작업 소재로 삼는다'는 임준영 작가의 소개 글에 끌려 이 전시회를 다녀왔어요.


커버 이미지에 있는 이 사진은 임준영 작가가 뉴욕에서 사진학 석사 과정을 밟던 시기에 찍은 사진인데요. 작가는 뉴욕의 거리에서 퇴근 시간이 되자 건물 밖으로 몰려나오는 사람들의 모습이 파이프에서 물이 쏟아져 나오는 것처럼 보여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해요. 이런 인상을 구현하기 위해 작가는 작업실에서 별도로 촬영한 물줄기를 뉴욕의 풍경에 합성했다고 합니다. 저는 미술관에서 이 작품을 처음 보고 한참을 멍하게 바라봤어요. 제가 좋아하는 야경의 고독한 느낌이 담겨 있으면서도 신비로운 물줄기가 그려내는 잔상이 몽환적이게 느껴졌거든요. 보통 야경을 볼 때 슬픔의 정서를 가장 먼저 끌어올리는 저에게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단순한 슬픔을 넘어 기묘한 느낌을 받았거든요. 이 작품 외에도 작가는 도시 안에서 사람들의 다양한 행위를 자신의 상상력과 연결 지어 관찰자 시점으로 사진에 담아내곤 합니다. 별도의 설명 없이 작품만 감상했던 터라 이해하지 못하고 갸우뚱했던 작품들도 있었지만 미술관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좋아 그날의 기억이 오래 남을 것 같아요.


제가 몰랐던, 하지만 제 취향일 것 같은 그림과 사진을 계속 알아간다는 것은 삶에 큰 행복이라는 것을 요즘 점점 더 느껴요. 보고 있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거나 위로를 받거든요. 지난달에 다녀온 전시회도 그랬어요. 바닷마을의 노을 지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담은 영상 작품도 있었는데, 그 영상을 홀린 듯 멍하니 바라보며 알 수 없는 위로를 받았거든요.


야경, 말 그대로 밤의 경치. 저는 야경을 볼 때마다 느껴지는 이 정서가 여전히 낯설고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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