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국어사전에 '충만'이라는 단어를 검색해 보면, '한껏 차서 가득함'을 뜻합니다. 여러분에게 충만한 삶이란 무엇인가요?
저도 곰곰이 생각을 해봤어요.
조금 뜬금없는 예지만, 문득 그럴 때 있지 않나요?
누군가와의 연애가 끝나는 순간이 고통스러울 때 '아 차라리 만나지 말았어야 했어'라고 되뇌는 순간들이요. 이별의 아픔을 견뎌내는 것이 고통스러워 차라리 상대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사랑의 감정도 이별의 아픔도 느낄 필요 없었을 텐데 하고 후회하면서 말이죠.
갑자기 왜 이 말을 하고 있냐면요.
제 삶이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인데요. 연애는 하나의 예일뿐이고, 힘든 순간에 맞닥뜨릴 때 그 순간에서 오는 고통의 자극이 크다 보니 그걸 다 피하려고만 하는 거예요. 피한다고 피해지는 것도 아니고, 또 어떨 때는 그걸 피하지 않아서 아니, 피하지 않아야만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것들이 많은데 애초에 선택지 자체를 닫아버리는 느낌이랄까요.
행복을 그토록 바라면서도 정작 제 초점은 불행을 피해 가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 발버둥 치는 삶은 아니었나 돌아보게 됩니다. 참 우습죠.
사실 갑자기 찾아오는 예기치 못한 불행은 피한다고 피해지는 게 아니고, 저는 단지 행복해지고 싶어서 피하려던 거였어요. 하지만 피할 수 없는 것까지 모조리 다 피하려고만 하다 보니까 정작 불행에 가까워지는 것 같았어요.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는데 그 완벽을 추구해야만, 온전하게 안전한 상태에 놓여야만 행복할 수 있다는 대전제는 삶을 꽤나 무겁게 짓누르더라고요.
저의 이런 혼란스러움은 누군가의 글을 통해 공감되기도 했는데요. <너무 솔직해서 비밀이 많군요>의 저자인 손현녕 작가는 어쩌면 자신이 늘 불만족을 바라는 사람이 아니었을까를 혼자 되뇌곤 합니다.
열심히 살면 충만해질 줄 알았는데 남는 것 하나 없이 '내'가 지워지는 기분이다. 그래서 그런 생각이 든다. 애초에 <만족>을 모르는 사람이 나구나. 불만족을 만족하는 사람. 늘 불안하고 불만족해야만 살아갈 이유와 핑계를 댈 수 있어서일까. 내가 지향하는 것이 내 삶을 말해주는데 그렇다면 부족함에 계속 머무르고 싶어 하는 날, 이젠 인정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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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요즘도 제 불안함을 자극하는 개인적인 이슈가 하나 있는데(불안하고자 마음먹으면 충분히 불안할 수 있는), 그 이야기는 생략해야겠어요. 요즘 자꾸 글만 썼다 하면 장황해져서 말을 줄이는 연습을 아니, 글을 줄이는 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아 그래서 저에게 충만한 삶이란 어떤 것이냐고요?
제목 그대로예요. 불행하지 않으면 행복한 것이고, 그렇다면 지금 저는 불행하지 않으니 행복합니다. 그래서 충만하죠. 삶은 거창하게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더 많은 걸 기대하게 되는 것 같아요. 욕심을 내게 되고 잘하고 싶어 지죠. 하지만 그게 점점 심해지면서 오히려 부담이 커지고 고통이 쌓이는 느낌이에요. 하나가 해결되면 또 다른 하나가 튀어나오죠. 걱정이 많은 사람들이 대체로 그런 식으로 사고한다고 하더라고요(아 또 길어져!).
아무튼 저는 요즘이 충만합니다. 가끔 불안하기도 한데 그래도 좋아요. 제 주변 환경을 완전무결한 상태로 놓아두고 싶은 욕심을 서서히 내려놓는 중입니다.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고 저도 그런 사람일 수 없다는 걸 알아요. 그저 조금 덜 불행하길 바랄 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