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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민해 Dec 27. 2022

불행하지 않으면 행복한 거죠

네이버 국어사전에 '충만'이라는 단어를 검색해 보면, '한껏 차서 가득함'을 뜻합니다. 여러분에게 충만한 삶이란 무엇인가요?


저도 곰곰이 생각을 해봤어요.

조금 뜬금없는 예지만, 문득 그럴 때 있지 않나요?

누군가와의 연애가 끝나는 순간이 고통스러울 때 '아 차라리 만나지 말았어야 했어'라고 되뇌는 순간들이요. 이별의 아픔을 견뎌내는 것이 고통스러워 차라리 상대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사랑의 감정도 이별의 아픔도 느낄 필요 없었을 텐데 하고 후회하면서 말이죠.


갑자기 왜 이 말을 하고 있냐면요.

제 삶이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인데요. 연애는 하나의 예일뿐이고, 힘든 순간에 맞닥뜨릴 때 그 순간에서 오는 고통의 자극이 크다 보니 그걸 다 피하려고만 하는 거예요. 피한다고 피해지는 것도 아니고, 또 어떨 때는 그걸 피하지 않아서 아니, 피하지 않아야만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것들이 많은데 애초에 선택지 자체를 닫아버리는 느낌이랄까요.

행복을 그토록 바라면서도 정작 제 초점은 불행을 피해 가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 발버둥 치는 삶은 아니었나 돌아보게 됩니다. 참 우습죠.


사실 갑자기 찾아오는 예기치 못한 불행은 피한다고 피해지는 게 아니고, 저는 단지 행복해지고 싶어서 피하려던 거였어요. 하지만 피할 수 없는 것까지 모조리 다 피하려고만 하다 보니까 정작 불행에 가까워지는 것 같았어요.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는데 그 완벽을 추구해야만, 온전하게 안전한 상태에 놓여야만 행복할 수 있다는 대전제는 삶을 꽤나 무겁게 짓누르더라고요.


저의 이런 혼란스러움은 누군가의 글을 통해 공감되기도 했는데요. <너무 솔직해서 비밀이 많군요>의 저자인 손현녕 작가는 어쩌면 자신이 늘 불만족을 바라는 사람이 아니었을까를 혼자 되뇌곤 합니다.


열심히 살면 충만해질 줄 알았는데 남는 것 하나 없이 '내'가 지워지는 기분이다. 그래서 그런 생각이 든다. 애초에 <만족>을 모르는 사람이 나구나. 불만족을 만족하는 사람. 늘 불안하고 불만족해야만 살아갈 이유와 핑계를 댈 수 있어서일까. 내가 지향하는 것이 내 삶을 말해주는데 그렇다면 부족함에 계속 머무르고 싶어 하는 날, 이젠 인정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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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요즘도 제 불안함을 자극하는 개인적인 이슈가 하나 있는데(불안하고자 마음먹으면 충분히 불안할 수 있는), 그 이야기는 생략해야겠어요. 요즘 자꾸 글만 썼다 하면 장황해져서 말을 줄이는 연습을 아니, 글을 줄이는 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아 그래서 저에게 충만한 삶이란 어떤 것이냐고요?

제목 그대로예요. 불행하지 않으면 행복한 것이고, 그렇다면 지금 저는 불행하지 않으니 행복합니다. 그래서 충만하죠. 삶은 거창하게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더 많은 걸 기대하게 되는 것 같아요. 욕심을 내게 되고 잘하고 싶어 지죠. 하지만 그게 점점 심해지면서 오히려 부담이 커지고 고통이 쌓이는 느낌이에요. 하나가 해결되면 또 다른 하나가 튀어나오죠. 걱정이 많은 사람들이 대체로 그런 식으로 사고한다고 하더라고요(아 또 길어져!).

아무튼 저는 요즘이 충만합니다. 가끔 불안하기도 한데 그래도 좋아요. 제 주변 환경을 완전무결한 상태로 놓아두고 싶은 욕심을 서서히 내려놓는 중입니다.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고 저도 그런 사람일 수 없다는 걸 알아요. 그저 조금 덜 불행하길 바랄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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