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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민해 Jan 04. 2023

슴슴한 한 해가 되기를 바라요

당신의 새해 바람은 무엇인가요

새해가 밝았네요.

저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독서모임에 꽤 진심인 편인데요. 현재 운영진으로 활동하고 있는 독서모임에서 "당신의 새해 바람은 무엇인가요"라는 모임장님의 질문에 '마음의 평안'이라고 답을 올렸어요.


아 물론 종교적인 의미는 아니고요(무교입니다). 그냥 삶의 매 순간마다 조금은 더 마음이 편안하고 안정적이길 바라고 있어요. 저는 무언가에 억눌리기 시작하는 순간 불안감이 올라오면서 생각이 많아지고, 고민은 깊어지고 그걸 이겨내고자 견뎌가는 시간들이 고통스럽게 느껴질 때 모든 게 다 흔들리는 느낌이더라고요. 직장도, 지금 하고 있는 일도, 좋아하는 것도, 관계도 대체로 그런 순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2023년의 한 해는 작년보다 좀 더 자유롭고, 건강하고, 안정감 있게 보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평안'을 말했던 것 같아요. 더불어 나에게 행복의 모양은 어떠냐는 질문도 받았었는데요. 저에게 행복의 모양은 거창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이 불행하지 않다면 대체로 행복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제가 좋아하는 현요아 작가님의 글을 읽다가 행복에 관해 새롭게 깨달은(?) 것이 하나 있는데요. 이제 다들 행복은 강도보다 빈도가 중요하다는 말은 많이 들어보셨잖아요. 인지심리학자인 김경일 교수님은 저렴하게 행복의 빈도를 높이라는 말씀도 하셨죠. 여담이지만 저 얼마 전 크리스마스 이브에 교보에서 진행하는 김경일 교수님의 북토크도 다녀왔어요(자랑이냐고요? 네, 자랑 맞아요).

음,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면 그래서 커다란 행복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소한 행복을 삶의 곳곳에서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오히려 좋아"를 외쳤는데요. 어느 순간부터 제가 그 '소소한'에 집착하고 있는 거예요.


행복과 기쁨, 즐거움을 뜻하는 삶의 낙은 크기보다 빈도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부터 메일함을 엿보는 게 습관이 됐다. 오늘 세상에는 어떤 재미난 일이 펼쳐졌을까, 메일을 통해 강연이나 출간 제의가 오지 않았을까, 신기하고 흥미로운 프로젝트에 합류하자는 제안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며 메일함을 들락날락거렸다.
(중략)
메일로 오는 제안은 구원이자 히어로였다. 단조롭고 밋밋한 일상에 생기와 변화를 더해주는 무언가. 온라인 지면에 기고할 작품이 필요하다는 문의에는 나의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어딘가 있다는 사실에 다시 일주일을 버티곤 했고, 그렇게 메일이라는 기쁨 하나에 일주일의 기분을 통째로 맡기는 사람이 됐다.

<매일, 메일은 오지 않으니까> 현요아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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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크기보다 빈도가 중요하다는 말을 꽤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어왔는데, 이 글을 읽으면서 제가 놓쳤던 부분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 거죠. 크기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었지, 빈도에만 매달려서도 안 되는 것이었는데 저는 어느 순간 일상의 소소한 이벤트를 꽤 자주 바랐던 것 같아요. 그 이벤트가 꼭 거창한 것이 아니더라도 그저 매일의 반복에 조금이라도 변화를 줄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말이에요. 사실 우리의 일상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삶은 생각보다 무미건조하고, 단조로운 일들의 연속인지도 모르겠어요. 설레는 감정도 잠깐일 뿐 그 설렘조차 금방 또 익숙해지고요. 그래서 "밋밋하면 밋밋할수록 더 세밀한 기쁨을 알아챈다"는 현요아 작가님의 결론이 참 좋았는데요. 저는 이 문장을 올해 제 마음속에 더 깊이 새기고 싶어졌어요. 가장 평범한 것이 실은 가장 소중한 것임을, 꼭 변화가 있지 않아도 슴슴한 맛이 더 건강한 것임을 말이죠. 그리고 그 안에서 찾은 평안이 저에게는 꽤 행복한 순간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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