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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민해 Jan 08. 2023

기본을 지킨다는 것

알아요. 어렵죠.

요즘 들어 부쩍 자주 하는 생각은 내가 무언가에 굉장히 화가 나있다는 것이다. 평소 환경적인 요인(추운 날씨, 코로나 재감염, 지나친 소음, 미세먼지 등)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내 마음속 저 깊은 곳에 꿈틀거리는 불편함들이 있었고 그 키워드는 다름 아닌 기본이었다.


기본이라는 단어가 담고 있는 분야가 굉장히 포괄적이긴 한데, 내가 말하고자 하는 기본은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예의' 같은 것이랄까. 사회생활을 이어가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느낀 것 중 하나는 내가 기본적인 예의에 꽤나 예민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 약속한 규범을 지키는 문화,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문화 등 공동체 생활에서 필요한 기본적인 태도가 결여된 것에 굉장히 화가 나있다는 것이다.


왜 이렇게 그 부분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었을까. 나를 자극하는 그 시작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물론 남들보다 예민한 나의 감각기관이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바로 3년 넘게 지속되는 코로나라는 변수였다. 누구도 피해 갈 수 없었던 코로나라는 세계 전염병으로 개개인의 영역과 안전이 이전보다 더 중요하게 되었다. 그래도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코로나가 한참 확산되던 시기에는 정부에서 여러 방침을 내놓으며 최대한 대면을 줄이고자 노력을 쏟았지만, 연일 쏟아지는 기사와 늘어가는 확진자 수를 볼 때마다 답답하다 못해 화가 났다.


'왜 이렇게 본인만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라는 근본적인 물음들이 올라오는 것이다.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 주위에서 쓰라고 하는 말에 격분해서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 모이지 말라는 데도 꾸역꾸역 모여서 N차 감염의 연결고리가 되어주는 사람, 증상이 있음에도 자신의 동선을 신경 쓰지 않는 사람 등등. 너무도 다양한 인간군상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었다. 원래 세상에는 더 이기적인 사람들이 많았을지 모르지만, 코로나라는 공공의 적이 생겨나면서 수면 아래 있던 그 이기적임이 적나라하게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


평소라면 굳이 사람들의 인성과 교양, 배려와 존중, 양보와 도움 등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고 '나만 잘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을 텐데, 모두가 다 같이 힘을 합쳐 노력해야 하는 시기에는 얘기가 달랐다. 저마다의 생각과 다양성은 존중하지만, 자신의 이기적임을 다양성으로 포장하거나 책임감 없이 자유만 외쳐대는 안하무인한 태도를 보며 기본이라는 것이 얼마나 결여되어 있는지 온몸으로 깨닫고 만 것이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 나는 얼마나 대단히 바르게 살고 있는가를 물어본다면 나 또한 모든 행동과 생각이 타인보다는 나 자신이 우선인 것은 사실이다. 이 부분까지 이타적인 척 떠들어대고 싶지는 않다.


다만 나는 적어도 나 자신이 소중한 만큼 타인도 소중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내가 하기 싫은 일은 타인도 하기 싫을 것이고, 나를 아프게 하는 일은 타인도 아프게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나는 한 명의 개인으로서 다른 개인과 연대하는 것의 중요성을 아는 개인주의자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자각하고 있기에 타인과의 관계에서 적정선과 예의를 갖추기 위해 늘 고군분투하고 있으니 말이다.


<다정한 무관심>의 저자인 한승혜 작가는 개인주의와 관련된 글을 쓰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책을 쓰며 다시 한번 깨달은 사실은 이 세상 누구도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신세를 지지 않는 무해한 존재로 살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살아가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최대한 자신의 해로움을 줄이려 애쓰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에게 기대고 폐를 끼칠 수밖에 없는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직시하는 것, 동시에 타인을 감내하고 이해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다. 나만 행복하면 그만인 세상이 아니다.


물론 나도 완벽하지 않고, 완벽할 수도 없다. 한승혜 작가의 말처럼 이 세상 누구도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무해한 존재로만 살아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적어도 서로 기본은 좀 갖췄으면 좋겠다. 거창하지 않다. 모두 알고 있지 않은가. 그 기본이라는 것이 뭘 말하는지 말이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조금 더 예의를 차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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