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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민해 Jun 11. 2023

당신은 배려하는 사람인가요?

사랑도 고맙고 관심도 고맙다. 무뚝뚝한 남편보다는 가족에게 친밀함을 표현하는 남편이 더 좋다. 다만 사랑과 관심을 '행하는 자'가 아닌 '받는 자'의 입장에서 전해 주면 두 배쯤 더 고맙겠다. 내가 사랑하니 내 식대로 사랑을 주겠다가 아닌, 사랑하는 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사랑을 주겠다는 마음. 그것이 배려하는 사랑 아니겠는가.

<배려의 말들> 류승연



배려의 정의부터 다시 배워가는 책을 만났다. 이 책의 저자인 류승연 작가는 자신을 질문하는 사람이라 소개한다. 궁금한 것, 애매한 것, 느린 것, 답답한 것, 아무것도 참지 못하는 성격 급한 기자였던 그녀가 결혼을 했다. 그리고 쌍둥이 아이를 낳았다. 그중 한 명은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였다. 누구보다 빠르고 치열하게 살아왔던 그녀가 발달이 느린 아들과 함께 살아가며 기다리고, 이해하고, 참는 법을 차근차근 배워나간다. 수많은 편견과 차별적인 시선에 맞서 아이를 지켜간다. 진짜 배려는 내가 주고 싶은 것을 내가 주고 싶다고 해서 무작정 주는 게 아니라, 상대가 원하는 것을 상대가 원하는 때에 주는 것이라는 걸 배워간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참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원치 않는 호의'다. 내가 널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준비했고, 너는 그걸 그냥 감사히 받으면 된다는 그 오만함과 무례함이 지독하게 싫었던 나는 온전한 배려의 정의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정말이지 불쾌했다. 상대방을 위해 준다고 말하지만 실은 그건 본인을 위하는 것이라는 걸 도대체 왜 모르는 것일까. 나는 바란 적이 없다.

아니 물어는 봤어? 물어는 봤냐고.


부모의 사랑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스스로 하게끔 기다려주는 것이 진정한 배려가 아닐까. 어차피 실컷 잔소리해 봤자 아이는 듣지 않는다. 부모는 그저 삶으로 보여주면 된다. 말 그대로 본보기인 것이다. 부모가 행복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그 삶을 배우며 바르게 자랄 것이라는 걸 대체 왜 모르는 것일까. 그러니까 아이가 책을 읽기를 바란다면 책을 읽으라고 하지 말고, 본인들이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면 되는 거다.


장애 또한 마찬가지다. 무조건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그분들이 우리를 필요로 할 때 필요한 도움을 주는 것, 그때가 되었을 때 뒤돌아서지 않고 묵묵히 그들 곁에서 그들과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걸어가는 것. 그것이 진정한 배려다. 바란 적도 없는 동정은 배려가 아니다. 나 또한 장애인 재단에서 근무할 당시 내가 판단하기에 어려움에 처한 장애인을 도우려 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그녀는 내 손을 잡고 괜찮다고 말했다. 자신이 스스로 하게 내버려 두고 이 짐을 좀 들어달라고 했다. 그때 또 한 번 깨달았다. 내 도움이 누군가에게는 배려가 아니라 참견과 부담스러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시각장애인을 길에서 만났을 때 도움을 요청받는 경우가 있다. 그때 우리가 해야 할 건 그분의 팔을 직접 잡는 것이 아니다. 그분이 직접 우리의 팔을 잡고 스스로 걸어갈 수 있게끔 손잡이가 되어드리는 것. 그것이 진정한 배려다. 삐뚤어진 누군가는 또 그렇게 말할지도.

"참나, 됐어. 내가 도와주겠다는데 그렇게까지 해야 해?"라고.

(그럼 제발 도와주지를 마. 그냥 내버려 둬. 왜 그렇게 생색들이야 정말)


배려라는 게 그렇다. 이토록 섬세하고 이토록 신경 쓸 것이 많다. 그러니 제대로 할 수 없다면, 도움을 받으려는 상대의 입장을 고려하고 이해할 자신이 없다면 당신의 그 배려, 그만 내려놓았으면 좋겠다. '원치 않는 호의'는 호의가 아니다. 참견이고, 생색이다. 상대를 위한 배려가 어떤 것인지, 진짜 배려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내가 주고 싶은 것을 주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원하는 것을 생색내지 않고 주는 것. "내가 주겠다는데!"의 오만함이 없는 배려. 내가 생각하는 배려는 여기서부터가 시작이다.

겨우 시작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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