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정의

나는 좋은 어른인가요

by 내민해

어른. 좋은 어른이란 무엇인가.

네이버 국어사전에 어른이라는 단어를 검색해본다.

1.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2. 나이나 지위나 항렬이 높은 윗사람.

3. 결혼을 한 사람.




긴 인생을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내 나이는 어른이라 불릴 정도의 위치에 있는 것인가 생각하게 된다. 국어사전의 정의처럼 일정 나이가 차면 어른이라고 불러도 되는 것인가도 생각해 본다. 나이를 먹었지만 어린아이보다 더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좋은 어른이란 내 기준에서는 변하지만 변하지 않는 사람이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 더 풀어서 설명해 보자면 남들의 말에 쉽게 휘둘리지 않는 자신만의 우직한 소신을 갖고 있지만, 타인의 옳은 말은 귀담아들을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나이가 들수록 뇌는 변화를 받아들이거나 적응해나가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고 한다. 흔히 세대 간에 갈등의 시작도 여기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한다. 변화를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기성세대와 자신의 의견을 나타낼 줄 아는 젊은 세대의 간격은 좀처럼 좁혀지기 어려운 평행선 같기도 하다.


경제경영 최장기간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90년생이 온다>의 저자인 임홍택 작가는 새로운 세대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 사회처럼 짧은 시간에 급격한 변화를 겪은 곳에서는 세대 간의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수 있다. 각 세대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기성세대는 자신들이 이룩해놓은 업적과 논리를 젊은 세대에게 강요하고 싶어 하고, 젊은 세대들은 이러한 기성세대의 강요를 고리타분한 것으로 여기게만 된다.
그러니 무엇보다도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를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보여야 하고, 젊은이들의 사고와 행동을 탓하기에 앞서 젊은 세대의 저항과 도전에 의해 기성세대의 실책이 들추어지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기성세대는 현대사회의 문화는 과거와 다르다는 점과 새로운 문화의 담당자는 그들 자신이 아니라 새로운 세대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나는 저 책의 주인공이다. 90년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였을까. 저 책을 읽을 당시 '그래 내 말이 이거야'라고 속으로 계속 되뇌며 그동안의 내 생각들을 인정받는 기분이었다. '우리는 이런 세대야'라고 외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누구에게? 바로 나의 윗세대에게 말이다.

근데 여기서 한 가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그럼 나는? 나는 나보다 어린 사람들에게 과연 좋은 어른일까? 나보다 10살, 많게는 20살 정도 차이가 나는 사람들에게 나는 대화를 나누고 싶은, 이해심이 많은, 세대 간의 갈등을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열린 마음의 어른으로 비춰질까?


솔직히 말하면 자신이 없다. 나 자신은 아닐 거라는 오만한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매 순간 깨닫기 때문이다. 나의 세상만이 옳다, 나의 주장만이 옳다는 생각은 나의 편협한 시각들을 더욱 견고히 만들곤 한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스스로를 돌아보고,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면서 나를 계속 되짚어본다. 한 가지 더하고 싶은 것은 나이와 상관없이 정신적으로 어른인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대체로 열린 마음과 자신만의 소신을 갖고서, 타인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본질적인 대화를 나눌 줄 아는 사람들이다.

나의 인생에도 좋은 어른들이 많았다. 스쳐 지나갔던 분들도 있고, 아직도 내 곁에서 내가 본받고 싶은 부분이 많은 분들도 있다. 그럼에도 타인의 하나부터 열까지를 온전히 사랑하기란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기에 실망할 부분 하나쯤은 다 있을 거라 생각한다. 특히 부모에 대한 자녀의 기대가 이와 비슷하다 생각한다. 어렸을 때 나는 부모님이라면 응당 이래야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모범적인 부모의 상을 기대했었다. 적어도 엄마라면, 적어도 아빠라면이라는 틀을 만들어두고 서운해하거나 실망했던 것 같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부모님도 오빠와 나를 통해 처음으로 부모가 되었고, 지금의 내 나이 정도 되셨을 때인데 나는 왜 부모님에게 그토록 가혹한 잣대를 들이댔던 것일까.


생각하면 할수록 좋은 어른이 되기란 정말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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