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를 좋아하는 사람

독서도 특기가 될 수 있을까

by 내민해

<기획자의 독서>의 김도영 작가는 독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늘 궁금한 것이 있었습니다. 보통 취미란에 '독서'라고 쓰는 사람은 많지만 특기란에 '독서'라고 쓰는 사람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 같더라고요. 책을 즐겨 읽는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책을 잘 읽을 수 있다고 내세우기는 어려운 분위기인가 봅니다.


생각해 보니 정말 그렇다. 물론 지금은 특기와 취미란을 채우는 이력서를 쓴 적이 오래되긴 했지만, 한 번도 특기란에 독서를 써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책을 좋아하는 것과 책을 잘 읽는 것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내가 책을 잘 읽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좋아하냐는 질문에는 'yes'라고 말할 수 있다. 읽는 것 자체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책에는 작가만의 고유한 삶과 생각이 다양하게 펼쳐지기 때문이다. 특별히 좋아하는 작가의 책은 읽으면서 감탄하는 경우도 많고, 공감하며 메모하는 경우도 많다. 그 과정을 좋아한다.

한 권의 책을 천천히 꼭꼭 씹어먹듯 읽고 흡수하는 과정


어쩌면 인간관계도 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때, 대체로 한 사람을 오래 관찰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이상한 의미 아니고요), 그 과정에서 그 사람이라는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느낌이 든다. 읽기 시작하면서 쓰고 싶어 졌고, 쓰기 시작하면서 더 읽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어느새 독서를 좋아하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다.



나는 소설과 에세이 장르를 특히 좋아한다. 외국 작품보다는 국내 작품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작품성을 인정받은 고전들도 좋지만, 지금도 현업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더 친근하다. 원래도 좋아했지만, 작년부터 부쩍 더 좋아진 작가가 한 명 있다. 바로 장강명 작가다.


*장강명(소설가)
연세대 공대 졸업 뒤 건설회사를 다니다 그만두고 동아일보에 입사해 11년 동안 사회부, 정치부, 산업부 기자로 일했다. 기자로 일하면서 이달의기자상, 관훈언론상, 씨티대한민국언론인상 대상 등을 받았다. 장편 소설 『표백』으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한국이 싫어서』 『댓글부대』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등 다수의 장편 소설과 연작소설집 『산 자들』, 소설집 『뤼미에르 피플』 이 있다. 르포르타주 『당선, 합격, 계급』과 에세이집 『5년 만에 신혼여행』을 썼다.


이력이 화려하다. 그는 기자로 일하다가 소설가가 됐을 때, 그날의 선택이 즉흥적이었다고 말한다. 근데 또 전후로 보면 그렇지만도 않았고, 기자 일을 하면서도 계속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으로 글을 썼다고 한다.

그는 소설가를 자신의 마지막 직업으로 생각하고 있다. 계속 소설을 쓰고, 책이 중심이 되는 사회에서 독서 운동, 저자되기 운동, 강연 등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에게 다시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글쓰기 모임을 통해 추천받은 <책 한번 써봅시다>라는 책 덕분이었다. 이 책은 예비작가를 위한 책 쓰기의 모든 것이라는 부제를 갖고, 작가의 마음가짐부터 다양한 장르의 글을 쓰는 기본기가 담겨있다.


내가 상상하는 책 중심 사회는 책이 의사소통의 핵심 매체가 되는 사회다. 많은 저자들이 ‘지금, 여기’의 문제에 대해 책을 쓰고, 사람들이 그걸 읽고, 그 책의 의견을 보완하거나 거기에 반박하기 위해 다시 책을 쓰는 사회다. 이 사회에서는 포털 뉴스 댓글창, 국민청원 게시판, 트위터, 나무위키가 아니라 책을 통해 의견을 나눈다. 이 사회는 생각이 퍼지는 속도보다는 생각의 깊이와 질을 따진다.


그의 글은 대체로 신랄하다. 이렇게 써도 출판이 가능한 건가 싶을 정도로 사회의 문제점과 현상들을 정확하게 짚어내고, 표현한다. 소신이 뚜렷한 편이라 그의 글을 읽다 보면 개운하면서 웃음이 터지는 부분들도 많다. '한국이 싫어서'라는 소설로 이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웬걸 그 후로는 그의 작품 중 비문학만 읽었던 것 같다. 작년에 읽었던 <당선, 합격, 계급>이라는 르포 형식의 책도 한국의 문학상과 공채 시스템의 문제점을 꼬집는 내용을 담고 있다.

yes24에서 운영하는 문화웹진 채널예스에서도 '장강명의 이상한 직업'이라는 칼럼을 한 달에 한 편씩 연재하고 있는데, 이 칼럼조차 그의 독설가 같은 면모들이 빛을 발한다.(작년 12월 연재가 종료되었다)

그는 독자들에게 말한다. '진지한 사람들이 우스꽝스럽게 여겨지는 시대인 만큼 읽고 쓰는 일에 몰입하는 것이 약간 외롭기도 하다'라고 말이다. 그리고 출판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우리는 관찰자가 아니라 참여자의 입장이 되어 촉을 세우고 관심 있게 보면서 좋아하는 방향으로 같이 바꾸면 좋겠다고 부탁한다.

나는 그의 솔직한 글이 좋다. 가끔은 매운맛 블랙코미디 같기도 한데, 그게 그의 매력이다. 글만 보면 굉장히 날카로운 외모를 가졌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그의 실물은 굉장히 선한 느낌이 든다.




물론 나도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던 것은 아니었다.

내가 스스로 책을 찾았던 계기는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생산적인 취미를 찾고자 독서모임을 나간 덕분이었다. 그 모임을 나가면서 지속적으로 책을 읽게 되었고, 책을 읽는 습관이 만들어지면서 자연스레 책을 놓지 않게 되었다. 단순한 취미생활로 시작했던 독서는 지식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타인의 감정과 생각을 공감하는 능력도 키워주었고, 내 인생에 끊임없는 질문과 사색을 경험하게 해 주었다.

이제는 하루 세끼 밥을 챙겨 먹는 것처럼, 활자를 읽는 것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하루도 책을 읽지 않고 지나가는 날이 없다. 단 한 줄이라도 읽지 않으면 안 되는 몸이 되어버렸다. 책의 장르와 물성은 다양했지만, 그 본질은 늘 같았다. 힘들 때는 위로를 주고, 기쁠 때는 행복을 주며, 모르는 부분은 선생님이 되어주었다. 그렇게 책은 늘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려주며, 언제 어디서나 함께할 수 있는 최고의 친구가 되었다.



유튜브 채널 '겨울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겨울 작가는 자신의 저서인 <독서의 기쁨>에서 책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책에 인생의 진리 같은 것은 들어있지 않다. 대신 책은 사유를 확장시키고, 자신이 진리라고 주장하는 여러 의견들을 검토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준다. 문학 작품을 읽을 때는 충분히 빠져들어서 읽고, 교양서를 읽을 때는 흥미를 가지고 정보를 받아들이되 의심을 거두지 않는 독서가 여러분을 아주 오래된 이 책벌레들의 세계로 인도할 것이다. 책을 탐식하고, 미식하고, 그래서 한 마리 벌레가 되더라도 오랫동안 두고 사랑할 인간의 정신이 늘 같은 자리에 있으니, 부디 여러분,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마시고, 호기심을 잃거든 책이 선사한 회환과 우울의 바다에 빠져보시고, 그게 질리거든 즐거움의 바다에 빠져, 그렇게 오며 가며 오래도록 행복하시길.


김겨울 작가의 말처럼 책은 늘 그 자리에 있었고, 알면 알수록 그 세계는 끝이 없었다. 죽을 때까지 이 세상의 모든 책을 다 읽을 수 없을 정도로 넘쳐나는 새로운 세계. 그 안에서 나만의 코드를 찾아가는 즐거움이란.

나에게도 다시 이력서를 쓸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특기란에 조심스럽게 '독서'라는 두 글자를 적어갈 수 있도록 오늘도 나의 부지런한 독서생활을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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