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주면 아파요

저도 안다고요

by 내민해
힘을 빼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줄 힘이 처음부터 없으면 모를까, 힘을 줄 수 있는데 그 힘을 빼는 건 말이다. 친구 하나는 “병원 가서 엉덩이에 주사 맞을 때 말야, 간호사가 ‘엉덩이 힘 빼세요’ 하면 엉덩이에 힘을 빼야 한다는 긴장감 때문에 더 힘이 들어가버린다구”라고 말했다. 쓰고 보니 이 말은 그다지 적절한 예시 같지는 않다. 하여간 힘 빼기의 기술은 미묘한 고급 기술이다.


카피라이터 김하나 작가의 <힘 빼기의 기술>이라는 책에 담긴 문장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삶에서 얼마나 많은 일들에 힘을 주고 있는지, 힘 빼기의 매력이란 무엇인지 차근차근 자신의 생각을 풀어간다.


나도 피를 뽑거나 주사를 맞을 때, 힘 빼야 안 아프다는 말에도 힘을 잘 못 빼서 내 팔과 손목에는 늘 여기저기 바늘구멍이 생기는 편이다.

운동 중에서도 특히 수영을 잘 못한다. 힘을 빼고 내 몸을 가볍게 물에 맡기기란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인지. 특히 배영만 하면 자꾸만 가라앉는다(머리부터 대각선 방향으로 수직 하강하는 모습을 상상하시면 됩니다).


앞에 조금 가벼운 예시를 들었지만, 삶이 전반적으로 그렇다.

나의 삶에 힘 빼기란 가능한 것인가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매 순간 힘을 주는 편인데, 그게 두려움이 많아서인지, 욕심이 많아서인지, 생각이 많아서인지 정확한 이유는 찾지 못했다.


근데 또 모순인 것은 정작 힘을 줘야 할 때, 뒤로 한 걸음 물러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경쟁을 전제로 하는 경우다.

1위를 해야만 인정받는 상황에서는 되려 힘을 다 빼버린다. 너무 힘주고 열심히 했다가 탈락해버리면, 나 자신의 노력이 바보 같아 보이고 실패의 실망감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회복탄력성이 낮은 편, 쿠크다스 멘탈을 소유하고 있다)

이런 경우에는 반대로 힘을 다 빼버리곤 '되면 좋은 거고, 아니면 마는 거지 뭐'라고 쿨하게 넘어가는 편인데, 다시 생각해 보면 이건 쿨하다기보다는 버려질 게 두려워 먼저 버려버리는 느낌이다.


친한 친구 중에 '근갑다'라는 말을 자주 하는 친구가 있다. '그런가 보다'의 전라도 사투리로, 그 친구는 이미 벌어진 일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편이라 '근갑다'라는 말을 꽤 자주 한다.

삶에 적당한 여유를 갖고,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일에 미련을 두지 않는 친구의 모습을 보면 부러움을 넘어 존경스러운 생각도 든다.


반면에 나는?


삶은 장거리 마라톤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단거리를 뛸 때의 속도와 힘으로 달려가곤 한다.

그게 마치 정답인 것처럼.

잠깐 주저앉거나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매 순간 온몸에 힘을 잔뜩 주고 모든 것에 완벽하고자 욕심을 부리는 내 모습.


일요일 밤에 종종 우울함이 찾아오곤 한다. 그 우울함의 근본적인 이유는 월요병 때문이지만, 때로는 삶을 유지하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도 함께 올라온다.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 염세주의적인 느낌으로 말이다.

근데 문득 이 말을 역으로 표현하면 긍정의 의미로 느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그래, 그렇게 힘을 줘도 될 일은 되고, 안될 일은 안되는데, 이렇게 힘들어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 힘 좀 빼고 살자'의 느낌이랄까.

(아니, 근데 이 글을 쓰면서도 자꾸 정신 승리하는 느낌이 드는데... 기분 탓인가)


예민한 나의 기질상 지나친 몰입이 주는 해로움을 알고 있으면서도 실천은 늘 어렵다.

삶에 작은 틈이 촘촘히 있었으면 좋겠다.

그 틈이 꼭 채워지지 않아도 괜찮은 나였으면 좋겠다.

언젠가 주삿바늘이 무서워지지 않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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