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왔어요, 작가님

by 내민해

작년 여름 하루 연차를 냈다.

가고 싶은 곳,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그분은 브런치를 통해 알게 된 작가님이다. 본업은 11년 차 방송기자지만, 현재 춘천에서 '첫서재'라는 공유서재를 운영하고 있다. 이 공유서재는 작가님의 오랜 꿈이 실현된 곳이다. 삶을 다르게 살아보고 싶다는 결심을 하고, 1년 반의 육아휴직을 내어 춘천 약사동의 60년 된 폐가를 계약한 그는 두 달 가까이 리모델링 공사를 하고, 근무 중에도 매주 하루씩 휴가를 내 춘천 공사현장을 지키며 그곳을 만들었다.


그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랑해주는 서재를 만들고 싶었다'라고 말한다.

그가 초대하고 싶은 타깃을 더 구체화해보자면, '서투른 길을 걷는 이들'이다.

'지금 걷고 있는 길 위에서 서툴어하는 사람들, 혹은 새로운 낯선 길을 걸어보려는 사람들'말이다.

물론 휴직기간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에게 공유서재를 위해 주어진 시간은 약 20개월뿐이다. 그 이후는 아직 계획하지 못했지만, 그 뒤를 이을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하고 계신다.


그의 글을 처음 접한 건 우연한 계기였다.

<살아지지 않겠습니다>라는 브런치 북이었는데, 브런치 메인으로 올라왔길래 궁금해서 클릭한 게 지금의 인연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내용이 좋아 다른 매거진도 매일 찾아 읽기 시작했고, 간간이 댓글을 남길 때마다 매번 담백한 답글로 화답해 주셨다. 그리고 나는 그분의 구독자가 되어 있었다.

그는 기자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던 나에게 이런 기자이라면 언론을 조금 더 믿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끔 했다.


그리고, '첫서재'를 알게 되었다.

방문하게 되면 꼭 인사해달라고 말씀해 주셨지만, 괜히 부담스러우실까 싶어 조용히 책만 읽다 가야겠다 생각했다. 춘천행 지하철에 몸을 싣고 2시간 정도 걸려 서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지도를 찾아가며 구불구불 골목길을 걸어가던 설렘이 아직도 생생하다. 첫서재 입구부터 느껴지는 따스함은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아늑하고, 편안한 공간이었다.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가니 카운터에 계신 남자분이 눈에 들어왔다. 선한 웃음을 가진 분이라 살짝 멈칫했다.

(나는 작가님의 얼굴을 모르지만, 날카로운 기자의 모습을 상상했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천천히 서재를 둘러봤다. 진열해 놓은 책들의 가지런함이 좋았고, 다양한 장르의 책과 작가님의 취향이 담긴 글도 좋았다. 앉을자리는 5 좌석 정도뿐이지만, 이곳은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 그 자리조차 다 차지 않았다.

방문 전에 리뷰에서 검색하며 찜해뒀던 창가 쪽 자리가 다행히 비어있어 그곳에 자리를 잡고, 서가에서 고른 책을 읽기 시작했다. 2시간 동안 책을 읽고, 짐을 정리한 나는 결제를 하러 카운터로 향했고, 고민 끝에 인사를 건네고 말았다.

브런치에서 작가님을 알고, 방문했다는 말에 필명을 물어보셨고, 내 필명을 말씀드리자 깜짝 놀라 반가워하시며 내 이름을 당연히 기억한다고 하셨다.

(나의 댓글들을 읽고 내 나이가 굉장히 많은 거라 생각하셨다는 게 함정. 나름 애늙은이 같은 면이 있다 내가. 에헴)


작가님은 서재 앞마당까지 나를 배웅해 주시며 감사하다고 하셨다. 나야말로 작가님의 좋은 글을 통해 배우고, 느끼는 것들이 많아 이곳까지 발걸음 하게 되었다고 말씀드렸다. 훈훈한 인사를 마지막으로 나는 그곳을 떠났다.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 그곳이 생각났고, 더 감사한 부분이 많은데 얼굴을 맞대고 전하기가 쑥스러워 마음에 담아뒀던 말들을 기록하기 위해 노트북을 열었다.

그리고, 그 감사의 말들을 메일에 꾹꾹 눌러 담아 그분에게 전했다. 긴 감사의 편지였다.


다음날 답장이 왔다.

예상처럼 담백하고, 따뜻한 작가님의 답장이었다.

나는 글을 쓰는 것도 좋아하지만, 다른 사람의 글을 통해 치유받는 경험도 좋아한다. 내가 활자중독처럼 끊임없이 글을 읽는 것은 그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 자신의 솔직한 생각과 감정, 경험을 자연스럽게 글로 쓰시는 분들이 있다. 작가님도 그랬고, 내가 함께하고 있는 글쓰기 모임에 계신 분들도 그렇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글은 그 글을 쓴 사람만의 고유한 색깔과 습관이 묻어 나오기 마련인데, 그 고유함이 좋다. 그 사람만이 갖고 있는 자신만의 이야기.

앞으로도 그런 분들에게 끊임없이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당신의 글이 나의 삶에 얼마나 큰 행복과 배움을 주는지 그 감사함을 전하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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