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그녀의 기분을 살핀다

알고 싶지 않은 타인들의 삶

by 내민해

오늘은 여자 1호의 지금까지 전적을 낱낱이 파헤쳐 볼까 한다.

그녀는 지금까지 나의 추측으로는 옆집 남자 1호의 밑에 집에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남자 1호의 층간 소음으로 때아닌 새벽에 종종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가끔은 밤에도 지르곤 한다.

층간 소음을 겪으면서 느끼는 것은 확실한 정보가 부족하다 보니 내 추측에 전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실 나는 지금까지 여자 1호의 비명이 윗집의 쿵쿵 거림에 대한 앙갚음과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라 여겼다.

그 소리를 듣기 전까지는.


새벽 5시쯤이던가.

갑자기 악에 받친 비명이 들려왔다.

평소 기상시간이 그때쯤이었기 때문에 별다른 생각 없이 그 소리를 듣고 일어나긴 했는데,

'아아아아아악!'으로 시작해서 끝나는 평소의 비명이 아닌,

'꺼져', '닥쳐' 등의 욕설을 소리치듯이 뱉어내는 그녀의 목소리를 통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남자와 함께 살고 있고, 꽤 주기적으로 그와 격렬하게 싸우고 있다는 것.

그러니까 그녀가 소리를 질렀던 이유는 총 2가지인데,

첫 번째는 같이 살고 있는 사람과의 다툼.

두 번째는 윗집의 소음에 대한 앙갚음.

정도가 될 것 같다.(어디까지나 나의 추측일 뿐이다)

그래서 오늘 하려는 이야기는 그 두 커플인지, 부부인지 모를 사람들의 이야기다.


가끔 퇴근하고 씻고 있는 도중에 비명도 아닌, 짜증도 아닌 기쁨의 외침(?) 같은 것이 들려올 때가 있다.

방방 뛰는 신남의 뜀박질도 함께 말이다.

그것은 그 커플의 사이가 회복되었다는 뜻이다.

그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생각한다.

'오늘은 서로 안 싸우고 기분이 좋은가 보다'

그와 반대로 새벽 2시, 4시경에 들려오는 고통이 담긴 비명과 절규가 있다.

이 경우는 보통 그들이 싸울 때 들려온다.

여자의 텐션 자체가 다르다. 악에 받친 소리들, 분노가 담긴 절규에 가깝다. 심지어 물건을 던지는 소리까지 간간이 들려온다. 그 소리를 듣고 있자면 그녀의 소음에 대한 짜증도 짜증이지만 두려움도 함께 밀려온다.

과연 그녀가 저렇게 해도 괜찮을까.

상대방이 화가 나서 그녀를 때리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지. 물건에 누군가가 맞아서 다치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지.


나는 다른 사람들과 만날 때 대체로 평화주의자이길 바란다.

굳이 싸울 일이 아니면 싸움을 피하고, 말로 좋게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은 말로 풀어간다. 그런 의미에서 타인의 싸움은 그 기류 자체만으로도 나에게는 큰 스트레스다.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와 사이가 좋지 않아서 둘 사이의 기류가 어색하거나 무거우면, 보이지 않지만 느껴지는 그 상황만으로 충분한 스트레스가 된다.

그만큼 나는 타인의 감정과 생각에 예민한 편이다.

그렇다 보니 저 커플의 싸움도 누군가에게는 그저 '싸우나 보다'가 될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그 상황 자체가 그냥 스트레스인 것이다.

'헤어지든지, 사이좋게 지내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는 없을까', '안 지칠까' 등의 쓸데없는 오지랖도 함께 발동하는 것이다.


이제 그 둘의 싸움은 꽤 주기적이라 어느 정도는 익숙해져 있다.

소리치면서 무언가를 집어던지는 소리가 들려도 '오늘 또 싸우나 보다' 생각하게 되고, 가끔은 1주일이 넘었는데 너무 잠잠하면, '웬일로 요즘은 사이좋게 지내나 보네'라고 생각하는 해탈에 이르렀다...고 생각 했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