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살피는 대화

너의 하루는 좀 어때

by 내민해

"오늘 너의 하루는 어땠니?"

"그때 너의 마음은 괜찮았니?"


내가 좋아하는 대화의 시작이다. 나의 상황과 감정을 섬세하게 살피는 질문이다. 자신의 궁금증만을 해결하려는 이기적인 질문이 아니다.

회사에서 되도록 친구를 잘 만들지 않는 편인데, 그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는 서로에 대해 깊이 알아갈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단편적으로 알고 있는 상대방에 대한 정보로 쉽게 대화를 건네는 그 가벼움이 싫었다. 나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하면서 예민한 질문을 아무렇지 않게 던지는 그 무례함이 싫었다. 나는 대체로 깊은 대화를 좋아하는 편인데, 어떤 대화는 상대방의 입장은 조금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쏟아내는 대화가 있다. 그 대화는 대화가 아닌 일방적인 자기만족에 불과하다고 느낄 때가 종종 있었다. 그렇게 나는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없는 대화에서 침묵이라는 표현방식을 선택하는 순간이 많아졌다.


<다정한 무관심>의 한승혜 작가는 책에서 '질문을 통과하고 어렵게 나온 말이 좋은 말이다'라고 말한다.


지난해 임대 아파트를 둘러싼 각종 논란과 그에 대해 나오는 반응을 보며, 그것을 더욱 명확히 느꼈다. 당시 어떤 사람들은 말했다. 13평에서 어떻게 애를 낳고 사느냐고.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니냐고. 이에 대해 또 다른 사람들은 말했다. 실제 평수는 13평보다 더 넓다고. 실제 해당 아파트의 평수가 13평이었건 아니건 관계 없이, 그런 발언은 이미 그런 환경에 처한 사람들에게 상처가 된다. 그런 환경에 처한 사람들은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에 사는 사람들이 되어버린다.
(중략)
그럼 대체 무슨 말을 하란 말인가, 아무 말도 하지 말란 말인가, 하는 반문이 나올 수도 있겠으나, 나는 그처럼 어렵게 나온 말이야말로 좋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말이란 그런 질문을 통과해서 나와야만 한다고, 듣는 사람의 여러 층위를 고려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아마 좋은 정책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대화란,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대화다. 그런 대화는 대체로 느리게 흘러간다. 그리고 이 대화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충분히 관찰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빨리빨리 문화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타인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을 시간적, 마음적 여유가 부족함을 느낀다. '그래서 요점이 뭔데, 결론만 말해'와 같은 두괄식 말하기가 주목받는다. 본인이 궁금한 핵심 내용만 빠르고 간결하게 전달받기를 원하는 것이다.


나는 대체로 느린 사람이다. 행동도 말도 생각도 천천히 곱씹으면서 차근차근 흡수하고, 표현하는 편이다.

내가 작년부터 몸담고 있는 글쓰기 모임도 그렇다. 그곳에 계신 한 분 한 분의 글을 천천히 진심을 담아 읽으며 그분들의 삶을 생각해본다. 그리고 내가 놓치고 있는 부분들로 혹여나 상처받는 분들이 계시지는 않을까 조심 또 조심하면서 나의 생각들을 말하곤 한다.


나는 사람들과의 대화가 조금 느릴지라도 서로의 마음을 헤아릴 정도의 여유가 있는 다정함이 담겨있기를 바란다. 관계에 게으름이 찾아오면 그 관계의 유효기간이 다 하는 것처럼 대화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충분히 생각하고, 노력하는 그 마음이 서로에게 있다면 우리의 대화는 더 깊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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