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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민해 Jun 14. 2022

돈에도 감정이 있을까

그렇다면 따뜻함을 한 스푼 담아줄게

돈에도 감정을 담을 수 있을까. 나에게 돈이란 어떤 의미인지 곰곰이 생각하다 보면 엄마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어릴 때부터 우리 집은 경제관념이 투철한 엄마 덕분에 늘 돈에 대해 깨어있었고, 그 부분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엄마는 돈에 크게 욕심이 없는 나를 답답해하셨고 경제관념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주입하셨다. 덕분에 나는 첫 직장에 입사하고 첫 월급을 받자마자 바로 적금을 시작했고, 저축과 절약이 습관이 되어 지금도 차곡차곡 나만의 자산을 잘 쌓아가고 있다. 다만 내가 추구하는 삶은 '무조건 돈을 많이 벌어야지', '부자가 되어야지', '남들보다 잘 살아야지'보다는 행복의 질이 우선이었다. 돈이라는 것이 목적이 되어 무조건 많이 벌어야 좋은 것이 아니라 왜 돈을 벌어야 하고, 어떻게 얼마나 버는 것이 나에게 좋으며, 어떤 소비로 이어지는가가 더 중요했다.


즉, 돈을 모으고 쓰는 것에 왜가 있어야만 했다.

어른이 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도 돈에 욕심을 부려야 하는 이유를 몰랐다. 나라는 사람 자체가 큰 욕심 없이 과하지 않게 적당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세상은 늘 더 많은 것을 취하고 누리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런 물질적인 것보다는 감정에 더 가치를 두는 사람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과 엄마가 생각하는 행복이 달라서 엄마의 경제관념은 늘 버거웠다. 엄마는 지금도 경제 흐름에 늘 깨어있다. 부동산과 주식의 트렌드를 오래전부터 공부하며 돈을 벌고 계셨고, 그 외에도 경제 관련 뉴스와 신문을 일상적으로 챙겨보시며 주식은 취미처럼 즐기시는 편이다. 물론 직장도 다니고 계신다. 엄마의 재테크가 나쁘다는 말이 아니라 엄마의 재테크를 나에게도 강요하는 것이 싫다고 말하는 것이다. 독립을 하기 전에도 엄마는 부동산과 주식에 큰 관심이 없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셨다. 매일 경제 관련 소식들을 들려주시며 내가 언젠가는 변할 것이라 기대하셨지만, 이제는 아신다. 이것은 강요로 될 문제가 아니라 개개인의 기호라는 것을 말이다.


제주도 '책방 무사'의 주인이자 뮤지션, 작가인 요조는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라는 책에서 돈을 버는 것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정말 세상에 공짜는 없고, 주식이든 부동산 투자이든 개인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 않은 일은 없는 것 같아요. 제 주변에 주식으로 돈을 버는 친구들이 있는데요. 옆에서 보면 절대로 편하게 돈을 번다고 말할 수는 없겠더라고요. 제가 글을 쓰느라 모니터를 인상 쓰고 들여다보는 것처럼 그 친구들은 주식 투자에 대해 공부하고 또 비교하고 자신의 주식을 사고파는 타이밍을 보느라고 저처럼, 아니 어쩌면 저보다도 오랜 시간 모니터를 인상 쓰고 들여다보는 것 같았어요.
무엇보다 내 인생이 펼쳐지는 토양을 개간하기 위해서 시간을 어떻게 운용해야 하는가를 따져볼 때, 원고 한 장에 급급하고 노래 한 곡을 땀땀이 메꿔나가는 것이 요조라는 땅에는 가장 적절한 조치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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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대한 감정은 개개인마다 다를 것이다. 돈을 버는 방법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누군가에게는 공격적인 투자가 맞을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창작을 통해 수익구조를 만드는 것이 맞을 것이다. 세상이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요즘은 주식시장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도 많고, 그 흐름을 모르는 것을 답답해하거나 무지하다 표현하기도 한다. 또한 지금의 젊은 세대는 돈을 소비하는 관점이 옛날과 다르다. 흔히 기성세대가 말하는 '분수에 맞게 써야지', '겉멋만 잔뜩 들었네'로 보일 수 있는 소비가 우리에게는 자연스러울 수 있는 것이다.


<우아한 가난의 시대>의 김지선 작가는 살얼음판 위에서라도 스케이트를 타겠노라고 말한다.


보리밥에 나물 한 줄기라도 마음이 행복하면 그만이다는 케케묵은 정신 승리가 아니다. 그건 산골짜기에서 묵언 수행하는 스님의 삶이고, 자본주의의 냉정한 결과가 도사리는 정글에서 매일을 보내는 우리들은 그럴 수 없다. 지수는 집이 변변찮아도 한 끼 식사에 맛은 물론이고 분위기까지 제대로 갖추는 전략을 택해, 심신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객관적으로 막았다.
나와 지수는 삶의 지혜가 달랐다. 나는 정신으로 물질의 궁핍을 이겨내려고 했다. 고시원, 옥탑방에 살면서 항상 부산스럽게 밥을 먹었다. 이를 절약이라 생각했고 앞으로 달라질 수 있는 활력으로 여겼다. 그 반대편 모습을 사치라고 여겼다. 뒤늦게 깨달았다. 그렇게 절약한다고 내 삶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반대로 기분 좀 내기 위해 돈 좀 쓴다고 무슨 큰일이 생기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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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돈을 쓸 때 가성비를 따지는 편이다. 같은 가격이라면 조금 더 가치 있는 소비를 하려 노력하고, 충동구매보다는 계획적인 소비를 지향한다. 흔히 길에 버리는 돈이라고 표현되는 행위는 하지 않으며, 통장도 다 분리해서 한 달 용돈은 정해놓고 사용한다. 기분에 따라 돈을 쓰지도 않을뿐더러 혹여나 기분 내는 소비를 하고 싶은 날에는 차라리 그 돈으로 전부터 눈여겨보던 기관에 기부를 한다. 기부는 오래전부터 꾸준히 하고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나의 감정이 담긴 돈이라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남에게 나눠주는 것을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편이긴 하다. 그 나눔이 내가 보기에 좋아 보이는 것을 주기보다 그 사람에게 필요할 것 같은 것을 주려 한다. 그러다 보니 선물을 고를 때 너무 오래 고민하기도 하고, 차라리 금전적인 도움을 주기도 한다. 아니면 그 사람이 전부터 갖고 싶다고 말했던 것을 기억해뒀다가 선물할 때 그것을 챙겨주는 편이다. 고로 나에게 돈의 쓰임이란 생필품과 고정비를 제외하고는 마음이 움직일 수 있는 소비를 좋아한다.


일례로 나는 수예(십자수, 뜨개질 등)를 좋아해서 겨울이면 꼭 무언가 하나를 만들고자 한다. 그래서 그냥 만드는 것도 좋지만, 좋은 일에 쓰이면 더 좋으니까 세이브더칠드런의 신생아 모자뜨기 키트를 구입해서 기부와 기증을 동시에 한다. 모자를 뜨는 행위 자체도 나에게 취미로 좋을뿐더러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소비라는 마음도 좋다. 물론 나에게도 돈은 중요한 가치다.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혀야 삶이 윤택할 수 있다는 주장에 반박하고 싶지는 않다. 돈이 많다고 무조건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돈이 없다면 불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여기는 편이다. 다만 돈이 중요하지만, 그것만이 중요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뉴스를 보면 돈에 읽힌 사건 사고는 늘 끊이지 않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아니, 이렇게 생각하는 내가 잘못된 것일지도.


그래도 나에게 돈이란 크게 스트레스받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벌고 모아서 가치 있게 쓰는 것. 그리고 나의 재능을 통해 수익구조가 만들어진다면 감사한 일이고, 투자에 혈안이 되어 주객이 전도되는 삶은 지양하고 싶다. 나는 돈의 감정에 따뜻함을 가득 담고 싶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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