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요아 작가의 <나를 살리고 사랑하고> 리뷰
제9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 수상작인 현요아 작가의 <나를 살리고 사랑하고>가 출간됐다. 이 책은 가족의 죽음으로 자살 사별자가 된 한 사람이 자신을 둘러싼 불행 울타리를 벗어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이야기이다. 금기시되는 죽음 뒤에 가려진 남겨진 이의 상처와 회복에 대한 담담한 서술을 통해 개인적인 고통이 보편적인 슬픔과 울림으로 번지는 모습을 목도하게 한다.
"형제분 되시나요?"
그렇다고 답하자 그는 곧 극존칭을 썼다. "조그만 사고를 쳤어요"하고 너털웃음을 지으면 좋았을 텐데 "돌아가셨습니다"라고 했다. 내가 되물었다. "어디로 돌아가요? 걔가 어디로 돌아가요?"
사회에서 요구하는 1인분의 삶을 살아야만 가치가 있다고 굳게 믿으며 살았다. 꼭 좋은 대학에 갈 필요는 없더라도 사람이라면 적성 하나는 꼭 찾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좋아하는 게 없는 사람은 어떻게든 좋아하는 걸 찾아야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세상을 다 꿰뚫은 듯 떠벌리고 다녔다. 서른이 되기 전 어느 것 하나 이루지 못하면 미련 없이 떠나야겠다는 얘기를 고등학생 때부터 했다. 몇십 년이나 살았는데 좋아하는 게 뭔지 모르고 잘하는 게 없는 사람은 멋지지 않으니까. 그런 말을 자랑이라고 하고 다니며 사람들에게 상처를 줬을 내가 이루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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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라면 1인분의 그릇을 채워야 한다고 여기시나요. 혹시 쓸모 있는 사람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런데 어른의 쓸모는 누가 결정하나요.
우리에게는 다양한 선택지를 만들 능력이 있다는 얘기, 기억하시죠. 그 선택지에 죽음이라는 보기는 영영 들어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한번 선택지에 들어가면 때때로 그 보기가 답인 것처럼 머릿속을 명확하게 채울 때가 있습니다. 그 선택지를 애써 지워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삶은 그 자체로 완전하니까요.
저도 고르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요. 마음 한편에 고이 놓아 뒀던 선택지를 영영 택하지 않겠다고요. 자살력이라는 단어 역시 원래부터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듯 머릿속에서 지워 보겠다고요.
낙관을 담은 흔하고 평범한 메시지는 사람들이 자주 쓰므로 문장에 담긴 효력이 전부 발휘되지 않는다고 여기기에. 약간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낯설고 흔하지 않은 긍정의 메시지를 탄생시키는 순간 뿌듯함과 더불어 자연스러운 긍정이 샘솟는다는 것을 배웠다. 삶에 애착이 있다는 읊조림처럼 문득 힘이 나 몸을 일으키게 되는 순간, 이전에 받은 사람들의 응원이 지금의 나에게 닿았다는 자신만만한 확신처럼.
그저 웃겨서 웃은 것뿐이다. 웃음에 자격을 부여하지 않는 것만으로 불행 울타리에서 한 뼘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웃음에도 자격이 필요한가요, 작가님?
그렇다면 작가님은 그 자격이 충분한 분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