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제 행복은 제가 스스로 찾을게요

나의 행복 지수는 몇 점일까

by 내민해

올해가 세계 행복 보고서의 10주년이 되는 해라고 한다. 10주년을 맞이해 연구진은 코로나 19 시대를 살아가는 현재의 안녕을 들여다보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는데, 2019년부터 2021년 국가 행복 순위 결과로는 146개국 중 핀란드가 5년 연속 1위를 차지했으며 덴마크가 2위로 그 뒤를 이어가고 있었다. 상위 8개 국가 중 5개가 북유럽 국가들이었으며, 우리나라는 59위에 머물러 있었다.


우리는 행복이라는 단어에 참 관심이 많다. 건네는 인사에도 행복이 담겨있으며, 사랑하는 누군가의 행복을 빌어주는 행위는 익숙함을 넘어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얼마 전에 나에게 감동을 주었던 누군가의 메시지도 '너 스스로가 행복할 수 있는 삶을 찾는 것에 게을러서는 안 돼'였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나에게 행복이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갑작스럽게 올라오는 기분 좋은 느낌을 행복이라 말할 수 있을까. 물론 행복은 기쁨의 강도보다 빈도가 중요하다는 말처럼 일상 속에서 소소하게 행복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내가 생각하는 행복은 단순히 기분이 좋았다로만 표현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느끼는 행복의 기본 조건에는 늘 '자유'가 있어야만 했다. 내가 생각하는 삶의 이유와 목표는 사실 행복보다는 자유에 가깝고 행복은 자유롭기 위한 도구와 같다는 뜻이다. 꼭 기쁘고, 신나고, 웃어야만 행복한 것이 아니라 슬픔과 우울, 불안 등의 감정이 올라왔을 때도 그것을 부정적인 감정이라 치부하고 억누르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기쁠 때 웃는 것도, 슬플 때 우는 것도 자유로워야 비로소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자신의 감정을 일방적으로 누군가에게 토로하라는 게 아니라 적어도 자신의 감정 그대로를 인정해 주고, 다듬어주는 일련의 과정들이 켜켜이 쌓여가는 모든 순간들이 나에게는 행복인 것이다. 긍정적인 상황만이 행복할 수 있다는 당위성이 나에게는 불편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는 삶이 반드시 즐겁고 유쾌해야만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기쁨, 슬픔, 즐거움, 우울함, 불안 등의 감정을 솔직하게 진심을 담아 표현하고 인정할 수 있을 때 '내가 행복하구나', '편안하구나'를 느끼는 것 같다. 엄청 거창한 웃음과 재미가 아니더라도 삶을 밀도 있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모든 순간이 행복인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인용되는 행복 심리학자 중 한 명인 서은국 교수는 <행복의 기원>에서 행복감을 예측하는 가장 중요한 문화적 특성이 개인주의라고 말한다.


소득 수준이 높은 북미나 유럽 국가들의 행복감이 높은 이유도, 사실은 상당 부분 돈 때문이 아니라 유복한 국가에서 피어나는 개인주의적 문화 덕분이다. 그래서 개인주의적 성향을 통계적으로 제거하면, 국가 소득과 행복의 관계가 거의 소멸된다. 즉, 개인주의는 국가의 경제 수준과 행복을 이어주는 일종의 '접착제'역할을 한다.


-

개인주의의 기본 전제는 개인의 자유다. 개인의 생각과 취향을 존중하는 문화 속에서 개인은 비로소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 서은국 교수는 집단이 개인에게 때로 과도한 요구를 하고, 이를 수용하지 않는 사람은 철없고 이기적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문화는 집단주의적 성향이 강한 나라라고 말한다. 한국, 일본, 싱가포르 같은 아시아의 '행복 부진 국가'들이 대표적인 예라고 말이다.


아 어렵다 어려워. 나는 스스로에게 '행복해야만 해!'라고 강요하고 싶지 않다. 그것부터가 이미 자유의 박탈이다. 누군가 나의 행복을 빌어준다는 말은 감동적이지만, 과하면 그것조차 부담스럽다. 스스로의 행복은 스스로가 찾아야만 한다. 어떤 것을 했을 때 행복하고, 어떤 것을 했을 때 행복하지 않은지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건 자신밖에 없을 테니까.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행복 기준을 빌려와 그것을 비교하면서 내가 불행하다 여기는 삶이야말로 진정 불행한 삶이라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은 자유를 온전히 누릴 수 있을 때야 비로소 가능해지는 것 같다.

아 그래서 오늘 나의 행복 지수는? 100점 만점에 90점이다! 그 이유는 어제의 소중한 기억들 덕분이다. 기억을 곱씹는 것을 좋아하는 나이기에 아직도 어제의 여운이 쉽사리 가시질 않아 오늘의 나는 어제보다 더 행복하다.


+ 제가 구독하고 있는 레터 중에 마음에 안부를 물어주는 <공감레터>가 있는데요. 마음건강에 좋은 것들이라는 목록이 있어 살포시 넣어봅니다.


KakaoTalk_20220811_201835847.jp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