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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orygallery Sep 04. 2017

#15. 놓쳐버린 인연들에 묻는 안부.  

[일상 이야기: 小小하지 아니한 즐거움]

"하지만 어떤 인연도 잃어버린 인연을 대체해줄 수 없었다." 

[쇼코의 미소 中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 


쇼코의 미소 中


한참을,

정말 한참을 아무것도 못할 만큼. 아렸어요.


보는 내내 울컥 하니 오르더니, 기어이 마르게 뱉어지는 저 문장에서... 툭.

책장을 덮고 내 '놓쳐버린 인연들'에 대한 그리움과 후회, 미련이 밀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잃어버린' 이 아닌.

'놓쳐버린', 내 스스로 손을 놓은 인연들이 생각났어요.


SNS를 다 뒤져서라도 찾고 싶지만, 어쩜 그리 다들 꼭꼭 숨어 사는지...

왜 옛 전화번호마저 흔적 없이 사라진 건지...


나만 이렇게, 애틋한 건지...


닮은 듯 다른, 후회의 크기는 같을지도 모를 두 아이 생각이 났습니다.



아주 많이 서툰 '소녀' 였던 시절.

웃는 모습이 예쁘고 맑았던 그 친구는, '우리 대학생 돼서도 꼭 자주 만나자'라고 했지만...

두 손 꼭 잡고 얘기하던 꿈과는 다른, 조금은 다른 삶을 선택했습니다.

서로가 선택한 일상에 바쁘고 소원해진 어느 날...  


잔뜩 쌓인 메일함의 '읽지 않은 메일'을 확인하다, 이미 긴 시간이 지나버린 그 아이의 메일을 읽었습니다. 

'이름을 바꾸게 되었어. 내 이름은 이제부터 최 00 야.' 


왜 그 메일에 답 하지 않았을까요?

아니, 왜 한참 시간이 지나서야 그 메일을 읽었을까요?

아니, 나는 왜 그 아이의 전화번호와 바뀐 이름을 저장하지 않았을까요?

아니.. 왜... 꿈도, 이름도, 모든 게 변해버린 그 아이의 마음을 묻지도 헤아리지도 못했을까요?


나는 왜, 그때 메일에서 보았던 그 아이의 이름 세 글자가 생각나지 않을까요...


[사진출처: pexels]

 

그렇게 다 자라지 못한 저는, 스무 살이 되었습니다.


뭐든 다 해 보고 싶었던, 뭐든 다 해도 될 것 같았던 스무 살.

대학생 그리고 스무 살이라는 타이틀은, 이 못난이를 무척 무심한 철부지로 만들었습니다.


대학교에서 처음으로 '친구'가 된 아이였습니다.


마르고 좁은 어깨에 늘 백팩을 메고 총총 걷던, 그 걸음걸이가 너무 귀여웠던 친구.

웃지 않았지만 누군가를 웃게 해 주었고, 늘 누군가의 '다음'을 자처하는, 너무 착했던 친구.


놀고 싶은 마음만 가득하지, 정작 '놀 줄' 몰라 소심하게 서성이던 제게 손을 내어 준...

지금까지 이어지는 인연들을 만들어 준 친구였어요. 정작... 그 인연의 시작이었던 그 아이는 잃어버렸네요.


지금 생각하면 너무 귀여운, 첫 이별을 눈물로 그리고 애절한 발라드 음악으로 함께 보낸,

그 겨울 아침이 아직도 생생해요. 학교로 가는 버스 안에서, 둘이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그렇게 귀한 아이였는데, 착해서 늘 상처받는 걸 보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다른 사람들 안 다치게 하려다 보니, 정작 본인이 제일 아팠던 그 아이의, 그 착한 마음이

너무 싫었어요. 그땐 왜 그렇게 뾰족했는지...


자기가 잘못한 거 하나 없으면서도, 내가 내는 '화'에 치어, 그저 미안하다고만 하는 그 아이에게...

세상에 없을 모진 말들을 쏟아 내고 말았습니다.


많이 아팠을 거예요. 다른 사람도 아닌 제게서 받은 상처가 아주 많이, 아팠을 거예요.

그렇게, 멀어지는 그 친구에게 곁을 주지 않았습니다.

붙잡아 주길 원했을 것이 분명한 그 아이의 뒷모습을 그저, 바라만 봤습니다.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

아련히 떠오르는 기억들을 붙잡고, 용기 내어 메시지를 보내 보았습니다.


'나는 너를 다시 찾고 싶어.' 


연인에게 보내는 연서도 이리 애틋할 수 없을 만큼, 그 긴 밤의 눈물을 녹여, 용기를 내었어요.

친구는, 고맙게도 읽어 주었고, 받아 주었어요. '천천히 다시 시작하자.'라고... 


헤어진 연인에게 다시 연락이 와도, 이 보다 기쁠 수 없을 것 같이,

너무 좋아, '당장' 서둘렀는데... 그 마음이 그 친구에겐 부담이 되었던 것 같아요.


네.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름도 생생히 기억나고,

얼굴, 사는 곳, 그 걸음걸이, 웃음도 모두 기억하는데...


십여 년의 세월 동안,  바뀐 일상과 연락처는 공유하지 못했습니다.

아니, 놓쳐버렸습니다.



그때 왜, 그 착한 마음을 헤아려 주지 못했을까요?

그렇게 모질게 까지 말하면서, 그 아이를 상처 주려고 했을까요?


다시 연락 닿았을 때, 결국 제 이기심으로 서두르다 놓쳐버린, 이 인연을 어쩌면 좋을까요...





두 아이 모두.

참 예쁘고 맑았아요.


누군가를 보듬느라, 정작 자신의 안위는 생각하지 않았던 내 친구들.


부디 바라건대,

'어른'이 된 두 아이가, 웃으며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저는 보지 못하는 두 아이의 '웃음'이 어딘가에서 지켜지고 있기를 바래요.



놓쳐버린 내 인연들.

아련히 떠 오르는 그 인연들의 하루하루를, 응원합니다.


하지만, 책에서의 말처럼, 그 어떤 인연으로도, 대체되지 않아요.

그래서 너무 그립고 그립습니다.



마지막으로,

들릴 리 없는, 사과를 전합니다.


미안하다고...

무심하고 모자란 내게 너무 큰 마음을 주었는데, 나는 결국 놓쳐버렸다고... 너무 미안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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