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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orygallery Jul 29. 2022

[저녁 늦게 부는 바람]의 첫 장

마흔이 넘어 시작된 연애, 그 기록


하루를 시작하느라 온통 서두르기만 했던 아침을 지나,

하루를 살아내느라 허겁지겁 치열하기만 했던 오후를 지나,

이제 해가 산을 넘어가고 내 하루에 조용한 어둠이 깔리는 저녁 늦게서야,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늦바람의 사전적 정의: 저녁 늦게 부는 바람






어릴 적 막연히 꿈꾸었던, 여유롭고 모든 걸 갖춘 어른은 '동화'속에서나 나올법한 마법사 같은 존재였다는 걸 깨달은 마흔 하고도 두 해를 넘긴 미혼의 근로자. 누군가는 이루었을 그 많은 것들을 나는 이루지 못했다는 상실감과 누군가를 만날 수 조차 없는 묵직한 나이가 되었다는 외로움이 엄습했죠.


내 타임라인이 너무 늦은 것 같은 우울감이 들이닥칠 때마다,

'연애는 드라마나, 책으로만 만나자.'라고 애써 외로움을 발랄함으로 숨기고,

'오십이 되기 전에 일이나 더 열심히 해서, 돈은 좀 벌어 보자.'라고 생각했던 그 무렵.


내 인생에서는 더는 없을 것만 같던, '연애'가 찾아왔습니다.


좋은 사람이에요.

다정하고 따뜻한, 그러나 가끔은 무심하기도 한 사람을 만나 늦바람이 단단히 들었습니다.

그렇게, 저의 저녁에 늦은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이 나이 돼서 연애를 하다 보니,

결혼이나 출산에 대해 서둘러 묻는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저는 이 사람과의 연애 초부터,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한결같이 대답합니다.


'이 사람이랑은 그냥 연애해 보고 싶어.'



그저, 내 저녁에 불어와 준 이 마음을 소중히 여기기로 했습니다.

언제 또 어디서, 이런 바람이 제게 불어와 주겠어요...



마흔 하고도 두 해를 넘긴 나이에,

저는 무엇하나 제대로 이루지도 가지지도 못했습니다.

아마 조금 더 인생을 산다 해도, 그럴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서로의 조건이나 상황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 없이,

오로지 감정 하나만으로도 충만한 연애를 제대로 해 보고 싶어요.

(사실 걱정이나 불안과 불만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첫 장이므로 애써 포장해 봅니다.)



어느 날 문득,

제 저녁에 늦게 불어온 이 바람을, 기록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게 와준 이 사람의 인생이 너무 고마웠다고 느낀 어느 봄의 낮에 문득, 이 공간에 한 자 한 자 적어가 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우리의 종장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사랑하고 있는 이 순간만큼은 제 인생에 있어 가장 찬란한 순간 이니까요.


아마 그에게는  어떤 상황이 와도 절대 공개할  없는, 이 공간에서의 늦깎이 연애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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