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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운 트랜스미디어의 사례

데스노트, デスノ-ト 前編: Death Note, 2006

by 박연

개인적으로 아깝게 생각하는 트랜스미디어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만화 <데스노트>]

일본의 작가 오바타 타케시, 오바 츠구미의 작품으로 2003년 소년 점프에서 연재를 시작하여 단행본 12권으로 이루어진 만화이다. 이름을 적으면 죽는 이른바 ‘데스노트’를 손에 쥐게 된 야가미 라이토와 이를 잡기 위한 경찰과 명탐정 L의 두뇌 싸움이 펼쳐진다. 데스노트의 설정은 인간의 죽음을 관장하는 사신이 소유하고 있는 데스노트에 이름을 적으면 죽는다는 기본 설정으로, 세부적인 여러 가지 룰이 있다. 법학도인 야가미 라이토는 범죄자들에게 제대로 처벌이 내려지지 않는 것을 보고 자신이 공부하고 있는 법이 ‘세상에 도움이 되는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다가 데스노트를 손에 쥐게 된다. 범인임이 확실하지만 처벌을 제대로 받지 않은 범죄자를 대상으로 라이토는 데스노트를 통해 살인을 시작하게 된다. 갑자기 범죄자가 죽는 현상에 반기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경찰과 인터폴은 범죄자를 죽이는 라이토, 즉 키라 (Killer)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만화 <데스노트>는 12권의 짧은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3,000만 부 이상을 판매하고 일본 만화 사상 최단기간으로 100만 부를 판매 돌파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러한 인기를 통해 애니메이션 제작이 되었다.


[애니메이션 <데스노트>]

2006년 만화 <데스노트>를 원작, 애니메이션 <데스노트>가 방영되었다. 데스노트 특유의 암울하고 어두운 이미지를 애니메이션에서 잘 표현하였으며, 원작의 내용을 충실히 옮긴 것으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애니메이션 <데스노트>를 더빙한 성우들의 연기와, 주제곡이 호평을 받았으며 일본 뿐 아니라 한국, 미국 등 해외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었다. TV 방영판과는 별개로 <데스노트 완결결착 Rewrite>라는 2편의 극장판이 제작되기도 하였으며 이 극장판은 TV 방영판 이후 스토리를 다루고 있다. <데스노트> 애니메이션은 DVD로 발매되었으며 1만 6천 장 판매를 돌파하기도 했다. 애니메이션 매니아들을 위해 2016년에는 리마스터링한 DVD가 발매되기도 했다. 애니메이션 <데스노트>는 영화와 드라마로 리메이크할 수 있는 초석이 된 장르였으며 <데스노트>를 만화로 접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쉽게 접할 수 있는 역할을 해주었다. 애니메이션을 접한 사람들은 거꾸로 만화를 다시 보게 되는 트랜스미디어 현상도 생기게 되었다. <데스노트> 작품 속 연대기를 거의 본떠 만들어 애니메이션만 봐도 세계관을 이해하는 것에 무리가 없도록 하였다.


[영화 <데스노트> 시리즈]

2006년 영화 <데스노트>를 시작으로, 2007년 <데스노트 : 라스트 네임> 2008년 <데스노트 L - 새로운 시작>, 2016년 <데스노트 : 더 뉴 월드>까지 꾸준히 시리즈로 제작되었다. 영화 시리즈 중 가장 만화 원작과 비슷한 1편의 영화 <데스노트>는 애니메이션이 방영되는 시기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였다. 만화 초반 스토리를 다루고 있으며, 사신을 어떻게 영화에서 표현할지 이슈가 된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 캐스팅 단계에서 만화, 애니메이션과의 배우 싱크로율이 이슈가 되기도 했는데, 라이토 역할은 닮지 않아서 L역할은 닮아서 화제가 되었다. 영화 시리즈 2편 <데스노트 : 라스트 네임>은 영화 1편 이후의 스토리와 더불어 만화 1부의 내용을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1부의 결말을 바꾸어서 만화/애니메이션과는 다른 스토리가 되었다. 만화/애니메이션에서는 L이 승리하지만, 영화에서는 라이토가 승리를 거두는 것으로 스토리가 마무리되었다. 영화 시리즈 3편 <데스노트 L – 새로운 시작>은 원작 <데스노트>와는 무관한 스토리로 진행이 되며, 라이토가 아닌 L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이어진다. L이 데스노트에 자신의 이름을 직접 적은 후 죽기까지 남은 기간인 23일 동안의 스토리이다. 해당 시리즈는 데스노트 영화 3편이라기보다 L 캐릭터를 심층적으로 보여주는 보너스 스토리라고 보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 원작과는 무관한 스토리로 원작 팬들은 실망과 혹평을 했지만 <데스노트> 자체의 트랜스미디어 사례로는 영화 자체의 스토리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였다고 할 수 있다. 영화 시리즈 4편 <데스노트 : 더 뉴 월드>는 영화 3편이 나오고 8년 후에 개봉이 되었으며 주요 배우들이 대부분 교체되었다. 원작보다는 영화 시리즈의 세계관과 스토리를 따라가고 있으며 이전 L의 DNA를 계승한 새로운 천재가 나온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국내에서 흥행에 실패하였으며 영화의 퀄리티 또한 그리 좋지 않다고 혹평이 많다. 이 또한 영화 시리즈 3편처럼 영화 세계관을 이어주는 별개의 스토리라인으로 원작 팬이라면 전혀 상관없는 내용 때문에 몰입이 힘들 수 있다. 그리고 <데스노트>의 세계관에서의 설정들을 비틀어서 보는 사람으로 하게끔 오류라고 느끼는 부분들이 다수 있어 영화 시리즈는 1, 2편 이후 실패되었다고 보인다.


[뮤지컬 <데스노트>]

2015년 일본에서 뮤지컬 <데스노트>가 초연되었으며 만화/애니메이션 <데스노트>의 초반 부분 스토리를 다루고 있다. 이후 한국에서도 초연을 하였으며 JYJ 멤버인 시아준수와, 홍광호 주연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었다. 국내에서 최정상급 뮤지컬 배우들로 캐스팅되어 일본의 공연보다 퀄리티가 높다는 평이 많다. <데스노트>에 나오는 사신을 ‘뮤지컬에서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이슈였는데, 사신 역할의 배우들은 영화에서와 비슷한 모습이지만, CG가 아닌 분장을 한 모습으로 나와 이색적이라는 평이 많다. 2015년 국내 초연 이후 2017년에 재연을 하며 라이토 역할은 홍광호에서 한지상 배우로 변경되었다. 국내에서는 초연을 앞두고 팝업 전시회와, 쇼케이스가 열리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뮤지컬 <데스노트> 하이라이트 영상을 TV에서 방영하기도 하였다. 국내에서 뮤지컬 <데스노트>가 굉장히 매니아들의 관심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쳤다. <데스노트>의 넘버들은 유튜브 조회수 380만 회(홍광호 배우의 M/V)를 돌파하며 인기를 끌었다.


[일본 드라마 <데스노트>]

2015년 일본에서 <데스노트>가 방영되었다. <데스노트>의 드라마화가 이슈가 되었으며 일본에서 첫 화 시청률 16.9%로 인기몰이를 했다. 기존의 설정에서는 라이토가 천재 대학생으로 나오지만 드라마에서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캐릭터를 표현한다. 라이토뿐만 아니라, 라이토의 어머니, 아버지 등 주변 인물들이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표현된다. 그리고 L과 니아 또한 기존의 캐릭터의 핵심 부분을 제외하고 변형시켜 보여준다. 드라마의 주연을 맡은 배우들이 만화에서의 캐릭터와 너무 다른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서 혹평이 많았다. 하지만 드라마만의 세계관과 캐릭터 설정이 원작과는 다른 재미를 준다는 평도 있었다. 캐릭터들은 다르게 표현되고 있지만 원작과의 스토리라인은 거의 비슷하게 표현되고 있다. 이로써 미디어에 따라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캐릭터를 보여주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사례로 들 수 있다.


[미국 드라마 <데스노트>]

2017년 미국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데스노트> 시리즈가 공개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중 하나로 공개된 미국판 <데스노트>는 예고편 공개와 함께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기존 <데스노트> 시리즈들에서는 모두 일본이 배경이지만, 시리즈 중 처음으로 일본이 아닌 국가를 배경으로 세계관이 구축되었다. 미국 버전으로 바뀐 만큼 배우들과 설정 또한 미국에 맞게 변형되었다. 원작에서와 달리 라이토 역할의 캐릭터는 평범한 학생으로 나오고, 라이토의 아버지, 아마네 미사, L, 와타리 캐릭터 또한 일본 원작과는 다른 모습으로 비추어진다. 크게 바뀐 점은 L이 흑인 배우가 맡게 되었으며, 자신을 공개하기 꺼려하고 이성적인 캐릭터로 나오는 원작과는 달리 조금은 감정적이고 공개적인 모습을 가진 캐릭터로 나온다. 그리고 아마네 미사 역할의 캐릭터 또한 원작에서는 순수한 아이돌 가수로 나오지만 미국판에서는 라이토 역할의 학교 친구로서 연인 관계로 발전되고 사이코패스적인 성향을 보이는 점에서 원작과 판이하게 다르다. 배경과 설정에 너무 많은 변화를 줘서인지 많은 기대를 받은 작품이지만 그에 비해 혹평이 상당했다. 이는 원작을 좋아하는 매니아들의 실망과 함께 작품 자체로써의 개연성과 캐릭터들의 두뇌싸움 부분이 허술하다는 점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일본에서 한정된 미디어 믹스를 벗어나 미국이라는 배경 이동이라는 점에서 <데스노트> 시리즈의 세계관이 넓어졌다는 장점이 있다.


[의외의 성공을 거둔 사례 vs 실패한 대표적 사례]

<데스노트>의 트랜스미디어 행보를 살펴보면, 표면적으로 실패한 대표적 사례로 보일 수도 아니면 의외의 성공을 거둔 사례로 보일 수도 있다. 트랜스미디어 영역을 확장하는데 시작이 된 <데스노트> 영화 시리즈는 1편, 2편은 의외의 호평을 받으며 기대를 모았으나 이후 시리즈의 정체성을 잃고 말았다. <데스노트>라는 참신한 스토리와 소재를 가지고 이 정도 퀄리티의 작품들이 나온 것에는 불만이지만 2006년 그 당시 상황을 생각해보면 의외의 선방이라고 할 수도 있다. 현시점에서 <데스노트>를 트랜스미디어 한다고 생각하면 더욱 좋은 결과를 낼 수도 있지 않았을까?




별점

영화 <데스노트> ★★★☆☆

영화 <데스노트 : 라스트 네임> ★★★☆☆

영화 <데스노트 L - 새로운 시작> ★★☆☆☆

영화 <데스노트 : 더 뉴 월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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