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나의 공부는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나
사회복지를 공부하면서
많은 분야와 만날 기회가 생겼다.
장애인 복지, 아동 보호, 노인 돌봄, 정신건강, 그리고 치매.
그중에서도 유독 내 마음을 붙잡은 단어가 있다.
바로 ‘치매’였다.
처음에는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없었다.
단지 왠지 마음이 아팠고,
그 단어를 볼 때마다 내 안의 어떤 기억이 흔들리는 듯한 감정이 들었다.
그리고 어느 날,
한 장면이 또렷이 떠올랐다.
오래전 가족 중 한 분이 서서히 잊혀가는 모습을 지켜봤던 그 시간들.
방금 전 했던 말도 금세 잊고,
누구보다 따뜻했던 사람이 차츰 낯선 얼굴이 되어가는 그 장면들.
그땐 어쩔 수 없이 무기력했다.
무얼 해드릴 수 있을지도 몰랐고,
그저 당황하고 서운해하고, 때론 괜히 화도 냈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때 하지 못했던 돌봄을,
배움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마주하고 있다.
치매는 단순히 기억을 잃는 병이 아니다.
그 사람의 인생 전체가 조금씩 희미해지는 과정이고,
우리는 그 희미함 속에서 그 사람의 존엄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치매는 두렵다.
그렇기에 더 배우고 싶었다.
단순한 지식이나 기술이 아니라,
잊혀 가는 사람 곁에 어떻게 남아 있어 줄 수 있을지를 알고 싶었다.
나는 전문성을 갖추고 싶지만,
그보다 먼저 한 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눈을 갖고 싶다.
그 마음으로 오늘도 천천히 공부하고 있다.
때로는 머리로 이해되지 않는 감정들을 붙잡아가며,
그 사람이 누구였는지를 기억해주고 싶어서.
치매는 ‘끝’이 아니다.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기’가 필요해지는 시작점이다.
그리고 나는 그 이야기를 끝까지 듣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