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빨리보다 천천히, 더 많이보다 더 깊게
“오늘도 식사 시간이 늦어졌네요.”
누군가 그렇게 말했을 때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도 괜찮아. 오늘 어르신은 많이 웃으셨으니까.’
치매 어르신과 함께하는 하루는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식사 시간도, 산책 시간도, 말벗 시간도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
그러나 그 모든 순간에는
감정의 흐름이 있고,
그 감정이야말로
우리가 돌봄에서 진짜로 지켜야 할 것이다.
한 어르신은 식사를 거부하시며
30분 넘게 창밖만 바라보셨다.
그 시간을 조급하게만 여겼다면
나는 그분이 말없이 전하고 싶은 ‘마음’을
영영 듣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말없이 옆에 앉아 있었다.
잠시 후, 그분이 조용히 말씀하셨다.
“저기, 저 길이 내가 자주 걷던 길이었어.
남편이랑, 아기 안고 많이 걸었지.”
그 말을 들은 뒤에야
식사는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어르신의 얼굴엔
잊히지 않는 따뜻함이 피어났다.
돌봄은 정해진 시간 안에 무언가를 ‘완료’하는 일이 아니다.
돌봄은 그 사람이 누구인지 기억하고,
그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머무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시간을 조금 더 들인다.
행동보다 감정을 먼저 듣는다.
일정보다 존중의 흐름을 따른다.
어떤 날은 하루가 지체되지만,
돌봄은 늘 그 어르신에게 딱 맞게,
조금 느리지만 깊이 있게 흘러간다.
돌봄은
효율로 재단할 수 없는 존엄의 온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