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해 주는 신뢰의 말
삶이 완전히 무너져 내릴 것만 같던 순간들에도
이상하게 단 한 문장이 사람을 다시 붙잡아 주는 경우가 있다.
거창한 말이 아니고,
삶의 의미를 재정의하는 문장도 아니다.
그런 문장은 언제나 생각보다 짧고,
생각보다 조용하다.
하지만 그 조용함 속에서 마음의 바닥을 톡 건드리는 힘이 있다.
그 문장을 들었을 때,
나는 내 마음 한 구석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절망의 깊이는 변하지 않았고,
문제의 크기도 여전히 같았지만,
그 말은 어둠 속에서 아주 작게 켜지는 불빛처럼 느껴졌다.
밝지는 않지만,
방향을 알려주는 정도의 빛.
앞으로 나아가라는 말도 아니고,
일어서라는 요구도 없었다.
그저 “여기서 멈춰도 괜찮다.
하지만 다시 걸어도 돼.”라고 말해주는 듯한 온기였다.
사람을 다시 살아보게 만드는 말은 대체로 이런 종류였다.
삶을 휘어잡으려는 거대한 언어가 아니라,
이미 버티고 있는 사람의 속도를 존중하는 언어.
힘내라고 압박하지도 않고,
포기하라고 유혹하지도 않는
단단하지 않지만 따뜻한 말.
그 말이 왜 그렇게 깊게 박혔는지,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그 문장 안에는 나를 향한 기대가 아니라,
나를 향한 신뢰가 담겨 있었다.
지금의 나를 바꾸려는 신뢰가 아니라,
이 상태의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신뢰.
그 신뢰가 아주 느리게,
그러나 분명하게 나를 다시 삶 쪽으로 돌려세웠다.
우리는 때때로 한 문장에 의해,
다음 하루를 살아낼 이유를 아주 조금은 얻는다.
그 힘은 작지만,
작기 때문에 오래 남는다.
작기 때문에,
다시 살아보고자 하는 마음을 조용히 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