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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하LeeHa Jan 22. 2020

화 잘 내는 장수 밑에는 게으른 병사가 있다

고함쟁이 엄마에게 아웃을 외치기 전, 이해 한 번 해보려 한다

제가 좋아하는 그림책 중 하나인 <고함쟁이 엄마>는 출간된 지 거의 20년이 된 책입니다. 한 페이지에 글이 한 줄씩 밖에 없는 이 그림책을 쓴 작가, 유타 바우어는 <고함쟁이 엄마>로 독일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했다고 해요.



<고함쟁이 엄마>는, 화 잘 내는 엄마가 상처 받은 아이에게 사과를 하며 관계를 회복한다는 내용인데요. 이 짧은 내용의 책이 청소년 문학상까지 받은 걸 보면요. '아이에게 화를 내는 엄마'에 관한 이야기는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주제에 해당되는 모양입니다.


어느 날 아침 고함을 지른 엄마로 인해 놀란 아기 펭귄의 머리와 몸과 날개와 부리가 떨어져 따로따로 저 멀리 날아가 버린다는 다소 엽기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그림책입니다.








엄마 화내며 입 벌린 것 좀 보세요. 우리 엄마들과 거의 싱크로율 100%입니다.



어찌나 소리를 질렀는지 아기 펭귄이 놀라서 자아 분열됩니다.



머리는 우주로 날아가고



몸은 바다에 떨어지고


날개는 밀림 속으로



부리는 산 꼭대기에 콕 박혔어요



거리 중간의 저 시커먼 것이 아기 펭귄 꼬리라는 거죠.



몸이 다 날아가 버린 아기 펭귄은 두 발로 나머지 부분들을 찾아다닙니다.



눈이 달린 머리가 우주로 날아가 버렸으니 볼 수가 없었고요.  부리가 사라졌으니 소리쳐 볼 수도 없고요. 날아가고 싶어도 날개까지 밀림 속에 들어가 있으니 불가능했지요.


무작정 돌아다니다가 사하라 사막에 있던 펭귄의 머리 위로 그림자가 드리웁니다.



알고 보니 엄마가 배를 타고 떨어져 나간 아기 펭귄의 머리와 몸, 부리와 날개를 찾아서 일일이 꿰매고 있었네요. 제일 마지막 차례가 아기 펭귄 발이었던 거지요.  



발까지 완벽하게 다 꿰매어 아기 펭귄을  온전히 세팅해 놓은 엄마는 이렇게 말합니다.



"아가야 미안해."


그러나 우리는 알죠. '아가야 미안해.'를 살면서도 지속적으로 반복해서 하게 되리라는 걸 말이에요.  


화 안 내야지, 고함치지 말아야지, 잔소리  그만둬야지, 신경질 짜증 내지 말아야지 등등 그 많은 다짐들은 말썽 부리는 아이를 보는 순간 금세 사라져 버리고 맙니다. 참 신기하게도 그렇게 돼버려요.  내 아이니까 소중하면서도 내 아이기 때문에 함부로 하게 되는 순간들이 참 많습니다.


손자병법에서는 '화 잘 내는 장수 밑에 있는 병사들은 게으르다'는 말이 있다고 해요.  장수가 툭하면 화를 내기 때문에 병사들은 무슨 일이든 알아서 하지 않습니다. 알아서 해봤자 또 욕을 얻어먹게 될 것이 뻔하거든요. 그래서 시키는 일만 마지못해 합니다. 이래도 야단맞고 저래도 야단맞을 거면  될 수 있는 대로 게으르게 놀다가 야단맞는 편을 택하는 거지요. 


그래서 화 잘 내는 장수를 무찌르는 데에는 모욕을 안겨주면 된다고 하네요.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 영화 달콤한 인생 속 김영철의 대사였지요. 모욕감을 느낀 화 잘 내는 장수는 감정 조절에 실패해서 거의 백전백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여기서 잠깐 화내는 엄마에 대해 고민을 해보면요. 그 모든 것이 엄마 성격이 괴팍하기 때문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화를 잘 낸다는 건 내 감정을 내 의지대로 조절할 수 없다는 것이고요. 한편으로는 내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쳤다는 뜻일 수도 있는 거니까요. 그래서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일단 지친 감정을 퍼붓고 보는 거죠.


화내지 말자!!! 무작정 다짐하기보다는  나의 몸과 마음이 조금 편안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보는 것. 그 속에서 감정을 조금 가다듬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 키우는 엄마, 아이 키워본 엄마라면 다 압니다. 화 안 내고 아이 키우는 일이 참 어렵다는 걸 말입니다. 그러니 화냈다고 자책하기보다는 화를 내지 않을 만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쪽에 에너지를 쏟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방학에, 주말에 아이들과 생활하시면서 고함쟁이 엄마만 되지 않아도 성공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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