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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하LeeHa Mar 14. 2020

화이트데이, 돌밥 대신 고디바 초콜릿을 다오

화이트데이엔 고다이바 백작부인을 떠올려요.



어제 독서모임 단톡방에 이런 사진이 올라왔어요.


집이 놀이방이 되는 순간.


코로나로 인해 아이들이 집에 갇혀?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아이들도 엄마들도 점점 지치고 힘들어 해요. 아이들은 답답해서 힘들고 엄마들은 돌아서면 밥하고 돌아서면 밥하는 '돌밥' 시계에 갇혀서 힘이 듭니다. 밥때는 왜 이렇게 자주 돌아오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에요.


돌밥을 할 때 하더라도 아이들이 찡찡대는 걸 매일 보고 있을 수 없으니 엄마들은 특단의 조치로 장난감 대여 업체에 전화를 겁니다.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가까스로 덩치 큰 놀이기구를 집안에 들여놓으면 아이들은 물만난 고기처럼 펄떡펄떡 뛰죠. 엄마 입장에서는 그 모습이 칭얼거리는 것보다 몇 만배 견디기 쉽습니다.


저렇게 덩치 큰 놀이기구가 떡하니 들어섰으니 집이 놀이방으로 변하는 건 순식간이죠. 그러거나 말거나. 엄마들은 또다시 돌밥을 합니다. 반조리 식품이 불티나게 팔린다는 소식에 동참하며 홈쇼핑으로 전화를 돌려 갈비탕도 세트로 삽니다.  


그러니 오늘이 화이트데이라는 것조차 잊어버린 엄마들이 많아요. 돌밥만 하느라 초콜릿 따위에는 신경 쓸 여력이 없었던 거죠.


그래도 말입니다. 남편 여러분께는 집에 갇힌 아이들과 돌밥하느라 힘든 아내들을 위해 초콜릿 한 상자 정도는 선물해 주실 마음의 여유는 있으시겠죠?!^^


저는 고디바 초콜릿과  전혀 상관없는 사람인데요. 고디바 초콜릿에 얽힌 이야기를 들으니 고디바 초콜릿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더군요. (절친이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고디바 알파벳 글자 위. 나체의 여인을 주목해 주세요.


고디바 초콜릿 포장지에는 말위에 앉은 나체의 여인이 있습니다.  옷을 벗은 여인이 말을 타고 있는 장면이 도대체 고디바 초콜릿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궁금증이 생기지 않나요?  


이 궁금증을 풀려면 중세 시대 영국의 상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요.


영국의 레오프릭 백작이 소작농들에게  가혹할 정도로 세금을 징수하자 백작부인이었던 아름다운 고다이바가 남편에게 부탁을 합니다. 세금 좀 낮춰 달라고 말이죠.


남편인 백작은 들은 척도 하지 않으면서 아내가 다시는 그런 부탁을 할 수 없게끔 무리한 요구를 하지요.

"벗은 몸으로 거리를 한 바퀴 돈다면, 세금을 낮춰 주리다."


백작은 자신의 아내, 고다이바가 소작농들로 넘쳐나는 거리를 나체로 활보할 리가 없다고 생각한 거예요. 백작의 부인씩이나 되는 아름다운 여성이 그런 수모를 감수할 이유도 필요도 의무도 없으니까요.


그런데 내면과 외면이 동시에 아름다웠던 고다이바는 남편인 백작의 요청에 따라 즉시 실행에 나섭니다. 소작농들을 위해서 말이에요.


이에 감동받은 백작은 소작농들에 대한 세금을 줄여주고 그 후 훌륭한 영주가 되었다고 합니다.




고디바 초콜릿이 '고디바'로 이름 지어진 것은 '아름다운 고다이바'의 외모와 정신과 행동을 모두 담아내려는 의지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이야기를 알게 되면요. 초콜릿 하나도 그냥 초콜릿 하나가 아니게 되는 거죠. 더 이상 생각 없이 껍질 벗겨 먹던 초콜릿이 아닙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가 담겨있는 초콜릿. 어떻게 사지 않을 수 있겠어요?!


조금이라도 자세하게 알게 되면 생각해 보게 되고 느끼게 되고 감동하게 되는 것 같아요. 감동이 들어선 순간 초콜릿이 전해주는 맛은 상상 이상의 맛. 상상 너머의 환상의 맛일 거란 생각이 듭니다. 진짜 진한 맛. 잊히지 않는 소중한 맛이 될 거예요.


화이트데이.

초콜릿 하나에도 너와 나의 소중한 추억을 엮어내 본다면 '우리들만의 귀한 맛'으로 오래도록 마음에 남지 않을까요? 꼭 고디바 초콜릿이 아닐지라도 말이죠.


집에서 뒹굴기만 해서 공이 되어 버릴 것 같은 아이들, 돌밥만 하다가 돌이 되어 버릴 것 같은 아내들.


그들을 위해 이제는 아빠들이 나설 차례입니다. 편의점 크런키 초콜릿이라도 사주시면서 '아름다운 고다이바'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어떨까요? 화이트데이에 특별히 큰 돈 쓰지 않아도 화기애애한 우리 가족만의 추억이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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