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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하LeeHa May 05. 2021

어린이 날, 눈밭 구르던 딸에게 주는 편지

너무 늦은 시작은 없어. 그냥 ‘시작’만 있을 뿐이지.


오늘은 어린이 날.

너는 친구를 만난다고 서둘러 나갔고

집에는 아빠와 엄마 둘만 남았지.

서운하거나 허전한 마음은 없어.

오히려 그 반대 같기도 해.


네가 아침에 나가면서

세면대 물막힘 뚜껑을 고장  버렸거든.

엄마는 세면대에 매달려

30 동안 뚜껑을 열려고 갖은 애를  썼다.

뚜껑은 겨우 열렸고 나는 진이 빠졌어.

드러누워 쉬면서  험담을 했지.

'누굴 닮아서 저리 덤벙대는거야?'


조금 진정하고 났더니

 장점이 하나  떠오르더라.

너는 건강하고 명랑하고 착하고 재미있지.

맞다. 맞아.

'그럼, 그럼. 우리 딸이 누구야?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아이지.'


그런 생각 하면

아침밥을 신나게 먹었어.

그러고 나서  방에  찾으러 갔다가....

나는 그만  

 험담을 하게 되었다.

'누굴 닮아서 정리 정돈을 못하는 거야?'

옷과 잡동사니가 널브러진 방을 보고 치우며

구시렁댔어.


'똑바로  하지.

 신경  쓰이게끔 하지.

  도와주지.

  해도 알아서 딱딱  해주지.'


엄마가 피곤할 때는 

너에 대한 요구 사항이 점점 늘어나.

부족한 부분도  많이 눈에 띄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이야.

네게 여러 가지 단점이 있다 해도

가끔씩 나에게 보여주는 예상 밖의 장면들이

  많이 기쁘게 .

설레게도 하지.


작년 폭설이 내리던 

너와 내가 아파트 단지와 수변공원을 

강아지처럼 뛰어다녔던  기억나니?


그때 갑자기 

뛰다 말고 

네가 눈밭에 벌렁 드러누웠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주변의 시선도 신경쓰지 않더라.


옷이 젖는다고

감기 걸린다고 해도

아랑곳하지 않은  굴러다니는  보며

엄마는  부러웠어.

거침없고 자유로운 네가 말야.  


덕분에 엄마가 아끼는 사진  장을 건질  있었어.


거기가 너희 집 안방이니?^^



엄마  듣기보다는

엄마 눈치 따위 보기보다는

하고 싶은  일단 해보는 .

 그렇게 예상을 깨는 네가 

버거울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좋아.

남과 구별되는 너만의 확실한 색깔을 가졌다는 것이

내게 믿음을 .


나와 다른 성향의 너를 보며 

반 백년 산 엄마는 새롭게 인생을 배우기도 하지.


딸아, 인생은 공평하지 않고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들이 우리를 괴롭힐 수도 있단다.

그때마다 행복하지 않다고 낙담하지 말고

불행을 이겨낼 기회를 모색해 보렴.

동네 눈밭을 굴러다니던 호기심과 열정을  떠올리렴.


스토아 철학의 창시자인 제논은 원래 무역상이었대.

그런데 하루아침에 자신의 배가 침몰하는 바람에 

엄청난 손해를 입게 되었다고 .

 끝났다고 외치며 실의에 빠질 만도 한데 

그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이렇게 말하지.

"배는 난파했지만 항해는 성공적이었다."

불행 속에서도 곳곳에 숨어있는 인생의 의미를 찾아냈던 거야.


삶이 지치고 힘들 때면 눈밭을 떠올리며 눕기도 하렴!!!

누웠다가 다시 일어나서 시작해도 되더라.

너무 늦은 시작 같은  없어.

그냥 '시작' 있을 뿐이야.

엄마를 믿어 .^^


그러니까 하늘이 너에게  '의미와 가치' 

발견하기 위해  '숨은 퍼즐 찾기' 하듯 

신나고 재미나게 살아라.

중간중간 슬프면 울어도 괜찮아.

기뻐도 슬퍼도 끝까지 지속되는 감정이란 없어.


살아보니.... 인생은 그렇더라.


네가 엄마 뱃속에 그런 자세로 있었을 거야....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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