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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하LeeHa Jun 13. 2021

간식을 끊지 못하는 나에게

다이어트 과녁을 꿰뚫은 사람을 원망 말자.


한동안 잘 참아왔던 간식을 얼마 전부터 또 먹기 시작했다. 피곤하다는 이유로 달달한 것들을 찾아서 먹다 보니 몸에 살이 붙는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몸이 불어나면 체중 감량이 잘 되지 않을뿐더러 허리가 아프다.


그래서 될 수 있는 대로 급격한 체중 변화가 오지 않도록 음식 조절을 하는 편이다. 허리가 아프면 만사가 귀찮아져서 드러누워야 되니까. 나는 안다. 한번 누우면 일어나지 않고 쭈욱 누워있어야 한다는 걸. 몇 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최근에 세 가지를 끊었다. 두부 스낵. 바나나칩. 단호박 식혜. ㅜㅜ


나의 사랑스러운 간식들...


바나나칩과 두부 스낵은 어찌어찌 끊을 수 있었는데 단호박 식혜는 ㅜㅜ 금단증세가 슬슬 온다. 1.5리터짜리 식혜 두 통을 냉장고에 넣어 놓고 틈날 때마다 한 잔씩 따라 마실 때의 기분은 정말 상상 그 이상이었다.


세상 근심 걱정 따윈 싹 사라진 듯한 느낌을 단호박 식혜 마실 때마다 받곤 했다. 1주일에 두 통씩 10여 통 넘게 먹었나 보다. 단호박 식혜를 주문하려고 오아시스 마켓을 이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지난주 눈물을 머금고 장바구니에서 식혜를 삭제했다. 식혜가 빠진채 배송되어 온 오아시스 마켓 식재료들을 보며 실망스러워서 짜증이 다.(내가 안 시키고 내가 막 짜증냄ㅡ.ㅡ)


간식을 다 끊어내고 있건만 아직 매듭짓지 못한 녀석이 하나 있다. 코스트코에서 남편이 사다 준 흑당 버블 밀크 티이다.

재작년 말부터 밀크티조차 다 끊었던 내가 흑당 버블 밀크티에 또다시 무릎을 꿇고 말았던 거다.


타피오카(검은색 동글동글한 젤리 같은 것)까지 들어있어서 전자레인지에 돌려먹으면 '우와, 맛있고도 재밌다.' 소리가 절로 나온다. 딱딱한 타피오카가 말랑해질 때의 기쁨은 직접 전자레인지 사용을 해보면 안다.


말랑말랑해지는 타피오카가 완전 귀여워서 쳐다보며 아껴 먹는다~~~


간식을 먹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도 못 끊는 나는 단호하게 절식, 금식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탓한다.


'저 사람들은 너무너무나도 독한 거야!!!!'


과녁을 정확히 꿰뚫은 사람을 원망 말고, 활을 쏘아도 명중시키지 못한(부중不中) 자기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반구저기反求藷己’ 란 잘못을 자신(自身)에게서 찾는다라는 뜻이다. 맹자와 명심보감에 나오는 '반구저기'의 자세로 간식을 끊어봐야겠다. 괜히 다이어트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독한 사람으로 만드는 주책을 부려서야 쓰겠는가...


그러나 나에게는 아직 흑당 버블 밀크티 한 박스, 12봉지가 남아있다.


일단 그걸 다 먹어서 끝을 보는 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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