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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하LeeHa Sep 30. 2019

이혼 후 전남편과 잘 지낼 수 있을까?


앨리스 먼로는 누구?
책 읽는데 방법이 따로 있나요?



앨리스 먼로는 2013년 <행복한 그림자의 춤>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캐나다 소설가입니다. '장편소설의 그림자에 가려진 단편소설을 가장 완벽한 예술의 형태로 갈고닦았다'라는 심사위원들의 호평 속에 수상을 합니다. 그녀는 캐나다에서도 총독상을 세 번이나 수상했다는데요. 캐나다의 체호프라고 불릴 정도로 엄청난 사랑을 받는 작가라고 해요.


단편 소설은 각각 다른 소재와 주제로 다양한 캐릭터와 사건들을 만날 수 있다는 면에서 호흡이 긴 장편 소설과는 또 다른 맛이 있습니다. 그녀는 사람의 심리를 섬세하고 깊이 있게 다루면서도 짧은 단편 속에 긴긴 세월을 녹여내는데 탁월하다고 알려져 왔어요.





독자에 따라서는 앨리스 먼로의 소설이 어렵다. 읽고 나서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하기도 한다는데요. 사실 작가의 손을 떠난 문학 작품이라는 것은 읽는 독자가 얼마든지 자기 식대로 해석함으로써 새로운 의미와 생명을 얻게 되는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꼭 작가의 의도대로 따라 읽지 않아도 독자의 삶과 경험에 비추어 스스로가 느껴지는 대로 읽고 이해하면 그것으로도 충분하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러다가 책을 읽은 다른 누군가와 서로의 견해를 이야기해보는 자리를 가지면 더 좋고요. '책을 매개로 한 타인과의 교류로 우리의 생각을 나눔 한다.'  참 멋진 일이죠.




앨리스 먼로의 서점과 전 남편



제가 앨리스 먼로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요. 그녀가 노벨문학상을 받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캐나다에 있는 그녀의 서점과 이혼한 남편과의 관계에 대한 사실들 때문입니다. 사생활을 들춰내려는 의도는 전혀 아니고요.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기 때문이에요.


1963년 앨리스 먼로는 남편과 함께 '먼로스 북스'를 운영하기 시작합니다. 그때 많은 책들을 보면서 자신이 다른 작가들보다 훨씬 잘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집필에만 전념하게 되었답니다.



캐나다 빅토리아의 먼로스 북스 전경.


그러다가 둘은 이혼을 하게 되는데 서점 운영은 남편이 계속했나 봐요. 하지만 앨리스 먼로가 캐나다에서 소설가로 이름을 알리고 유명해진 것이 여러모로 그들의 서점에 도움이 되었겠죠. 앨리스 먼로의 서점은 캐나다 빅토리아의 관광명소로 알려졌고요.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북 애호가들이 꼭 가봐야 할 세계의 3대 서점 중 한 곳으로도 선정될 정도로 유명하거든요. 


수백 년 된 은행 건물을 구입해서 독립 서점 격인 먼로스 북스를 자리 잡게 만드는 동안 그들 부부의 각고의 노력이 스민 곳이지요.




이혼 후의 관계를 생각해 보게 만든 앨리스 먼로



이혼한 남편은 그 후 재혼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재혼한 부인이 직조한 천 장식물들이 서점의 벽 곳곳에 걸려 있다고 하더군요. 전 부인의 책을 파는 서점에 재혼한 부인의 작품도 같이 있는 먼로스 북스. 어떤 곳일지 상상이 가시나요?!




이에 응답이라도 하듯이 앨리스 먼로 역시 먼로스 북스에서 기획한 작가 사인회에 참석해서 독자들을 만났답니다. 이혼한 부부가 어떻게 이토록 배려심 있고 품위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저는 앨리스 먼로를 떠올리면 작품 생각이 나야 하는데요. 그보다 먼저 머릿속에 가보지도 않은 먼로스 북스와 이혼했지만 서로를 축하해 주는 남편과 아내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작품으로만 작가를 대하면 작품만 생각이 나는데요. 작품 너머의 작가의 모습을 어떤 식으로든 접하게 되면 '작품'에 '작가의 인생이라는 작품'이 하나 더 얹히는 느낌이 듭니다. 저의 경우는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위대한 작가가 작품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으로도 사람들을 충분히 감동시킨다는 점이 경이롭게 다가옵니다.


잉꼬부부로 불리던 유명 커플들의 연이은 파경 소식에 사춘기에 접어든 딸아이는 '결혼은, 미친 짓이다'(2000년도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이만교 작가의 책. 영화로도 제작되었습니다.)라는 말을 어디선가 듣고 와서 계속 주술처럼 외웁니다. 하도 그러니까 저도 세뇌당하는 것 같아요. '정말, 나도 미친 짓을 수십 년 동안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쯤에서 그만둬야 하나????' 하는 생각도 잠깐 해봤습니다.


결혼이, 불행한 파경만을 전제로 한다면 미친 짓 일수 있는데요. 만약의 파경이 건강한 파경, 새로운 행복을 위한 파경, 서로의 인생을 격려해 주기에 충분한 파경일 수도 있다면 그것은 아름다운 이별일 테고요. 그렇다면 결혼을 꼭 미친 짓으로만 볼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동서양 문화의 차이 때문에 외국의 이혼한 부부들이 자유롭게 왕래하며 잘 지내는 것이라고 뭉뚱그려서 생각하지는 않으려 합니다. 이혼한 앨리스 먼로 부부가 보여준 서로를 위한 배려는 문화의 차이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사람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사랑을 바탕으로 한 것. 아닐까요?


헤어질 때 헤어지더라도 사는 동안 잘 살았으면 좋겠고요. 혹시 헤어지고 나서라도 살아온 세월이 원망스럽거나 억울하지 않도록 서로의 앞날을 축복해 주는 여유도 조금은 있었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예뻤던 날들은 예쁘게 기억될 수 있도록 말이지요. 이혼한 후에도 각자의 인생은 계속되니까 말입니다. 우리 모두 앞으로 한참을 더 살아가야 하잖아요. 


이혼해도 이혼하지 않아도 누구나 현명한 선택으로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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