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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하LeeHa Nov 12. 2019

미시적 동기 깨닫기, 내 안에 불어오는 바람 느끼기.

우리는 모두 다크호스일지도 모른다. 

재작년 혜성처럼 나타난 소설가 한 명이 있었습니다. 중학교 중퇴 학력에 피시방 알바 3년, 주물공장 노동자로 10년을 살아온 <회색 인간>의 김동식 작가님입니다. 그는 낮에는 지하 공장의 벽을 바라보며 뜨거운 주물을 붓고 밤에는 오늘의 유머라는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 단편 소설을 썼습니다. 


그때까지 읽은 책이 10권 이하라는 김동식 작가님은 남과 비교하지 않으며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을 써나갑니다. 독자들의 댓글을 바탕으로 맞춤법과 문장을 고치면서 글을 발전시켜 나가죠. 1년 반의 기간 동안 300편이 훌쩍 넘는 단편 소설들을 쓰던 그는 이제 10여 권의 책을 낸 유명 작가가 되었습니다. 


<1일 1행의 기적>의 유근용 작가님은 새엄마의 모진 학대와 고교 시절의 방황 끝에 자신의 인생을 새롭게 살아갈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합니다. 군대에서 전환점을 맞이한 그는 이후 수천 권의 책을 읽으며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가고 있어요. 독서법 강사에서 이제는 부동산 경매 강사로까지 자신의 영역을 확장시켜 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마음 스파>의 김수영 작가님도 가출 소녀의 힘든 시기를 극복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나눠주며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현재 이룬 성공으로는 상상할 수조차 없을 정도의 험난한 시기를 보낸 이력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원래부터 타고난 좋은 머리, 좋은 집안, 좋은 교육 등으로 엘리트 코스를 밟은 사람들과는 다르게 어느 날 문득 나타난 사람들이죠.  


진흙 밭을 박차고 솟구쳐 오른, 진주 같은 그들은 이렇게 세상에 출사표를 던지며 자신의 존재를 알립니다. 그들의 인생 어디를 살펴보아도 처음부터 예비된 성공 같은 것은 없었습니다. 


표준적 개념의 승자와는 너무나 거리가 멀어서 주목받지 못했던 뜻밖의 승자를 다크호스라고 부르는데요. 우리가 다크호스에 더 많이 열광하는 건 그들이, 세상의 주류가 정해 놓은 수순대로 움직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 한가운데에 우뚝 섰기 때문입니다. 





<평균의 종말>을 쓴 토드 로즈는 어릴 때 학교에서 말썽만 부리는 학생으로 낙인이 찍힙니다. 밤을 새워 아름다운 시를 써 가도 선생님이 믿어주지 않는 상황 앞에서 학교를 더 싫어하게 되죠. 


결국 17세에 자퇴를 하고 여자 친구와 결혼을 해서 스무 살 전에 두 아이의 아빠가 됩니다.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가장으로서 힘들게 살아가다가 동네의 지역 대학에 입학, 야간 수업을 들으며 차근차근 공부를 합니다. 그 결과 하버드대의 교수가 된 입지전적인 인물이랍니다.  


오기 오가스 역시 토드 로즈와  별로 다를 바 없는 암울한 시기를 보낸 사람입니다. 대학을 네 군데나 전전했으나 결국 다 중퇴했고요. 먹고살기 위해서 헌책을 트렁크에 넣고 다니며 팔기도 했답니다. 


이 두 사람이 <다크호스>라는 책의 공저자입니다. 뭔가 특별한 이야기가 나올 것 같지 않나요? 


표준화 시대는 자기 계발과 주류 과학의 융합으로 일률적인 출세 비결이 생겨난 최초의 시대라고 합니다. 표준화 시대에 표준화된 기관들에 적응하려 했으나 끝내 적응하지 못한, 사회의 일반적인 잣대로는 루저처럼 보일 수밖에 없었던 그들. 그러나 그들은 세상에 널리 퍼져있는 규칙을 깨뜨리면서 난관을 극복하고 전문가의 위치에까지 오르게 됩니다. 


그러면서 토드 로즈는 비전통적인 성공 경로를 따랐던 대가들, 다크호스들을 조사하기 시작합니다.  그때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하는데요, 다크호스들은 대부분 '충족감을 느끼며 산다'라는 것입니다. 다크호스들은 어떤 일에서 우수해짐으로써 충족감을 느낀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일에 몰입하면서 충족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다크호스들의 인생사에서 거듭거듭 듣게 된 공통된 대목은, 삶에 잘 적응하지 못했던 시기였다. 모두들 사각 구멍에 박힌 원형 못 같은 기분이 드는 시기를 겪었다. 

<다크호스> 43쪽


다크호스들은 충만하지 못한 삶을 살고 있다는 깨우침에 다다르는 순간 누구보다도 급변하며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다고 해요


여기에 그런 한 사람이 또 있습니다. 코린 벨록은 28세에 국정에서 요직을 맡을 정도로 정치판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인재였어요. 그녀는 뉴욕 정계에서 모두가 선망하는 직책을 골라 맡을 수 있는 상황 앞에서 자신이 정말로 좋아하는 일에 대한 고민에 빠집니다. 그리고 그 일은 단순 정리 작업이라는 걸 알게 되지요. 



옷장을 정리하고 싶은 욕구는 인간의 근본적 동기는 고사하고 동기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만큼 별나고 하찮은 욕구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서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 미시적 동기가 진정성과 성취감이 깃든 삶으로 인도하는 길잡이다. 


<다크호스> 88쪽 



결국 그녀는 정계를 떠나서 정리 전문가, 정리 컨설턴트로서의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백악관 근무를 마다하고 남의 집 옷장 정리를 해주는 일을 하찮게 여기는 사람들 눈에 코린의 삶은 이해 불능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코린은 매일매일 자신의 열망을 성취하면서 조화롭게 살아가고 있지요.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개인적 성공을 이루어 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지금까지 하고 있는 일을 다 관두고 단순 작업을 하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자신 안에서 조금씩 들고일어나는 미세한 열망, 자신 안에서 불어 오고 있는 바람을 느껴보자는 겁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미시적 동기'를 알아가자는 것이죠.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어떠한 형태로 이루어 나갈 것인지 등등 자신을 더 잘 이해할수록 그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감 있게 행동할 수 있으니까요. 


또한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손실 등을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으므로 자기 안의 '미시적 동기'를 이해하고 활성화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우리 스스로가 우리 삶의 의미와 방향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내부의 소리에 귀 기울여서 아주 미세한 출렁임도 알아차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쉽게 얕보지 않고 외면하지 않았던 그 연약한 움직임이 우리의 인생의 방향을 180도로 전환시켜 다른 방식으로도 살아 볼 수 있게 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요. 


100세 시대. 여태껏 살아오던 삶 말고도 새로운 삶은 얼마든지 선택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우리가 '미시적 동기'에 예민하기만 하다면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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