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딸아이 한테서 또 문자가 왔습니다. 책을 캡처해서 친절하게 빨간펜으로 괄호까지 했더군요.
차장이 나를 노려보았다. "세상 모든 아빠는 다 죽어. 우리 아빠도 죽었어. 공과 사를 구분할 줄 알아야지. ㅆㅂㅅㄲ야."라고 말하곤 하던 그였다.
<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에 나오는 회사 차장은 김보통 작가를 사사건건 괴롭히는 사람이었습니다. 회사에서 저렇게 욕하는 상사가 있을까 싶지만 현실에서는 있었다고 하네요.
결국 김보통 작가는 회사를 나와서 지금은 웹툰과 에세이 작가로 유명해졌지요.
이 페이지를 읽은 딸이 서서히 열을 받기 시작했는데요,결국 분하고 슬퍼서 울어버렸다고 해요.
(침이 아니라 눈물이라니...믿어야죠. 뭐)
그런데 딸아이가 얼마 전에 김보통 작가의 <온 마음을 다해 디저트>를 읽었어요.
거기에서도 누군가가 김보통 작가의 머리채를 쥐고 흔들며 '거지 새끼냐?'라고 했다는 걸 떠올립니다. 분한 장면은 기가 막히게 기억을 잘 해요.
게다가 그 분노 유발자가 <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의 동일 인물 '이차장'이라는 걸 밝혀내죠. 매번 악역으로 등장하는 이차장은 김보통 작가가 회사를 박차고 나오는 데에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입니다.
저희 딸아이가 김보통 작가에게 심하게 감정이입이 되어서 결국 이차장에게 욕을 날렸고요. 계속 울었다고 하네요. ㅜㅜ
김보통 작가는 퇴사 후 퇴직금의 반으로 책 수천 권을 사서 작은 도서관을 차리려고 했는데요, 여의치가 않자 집에 쌓아두고 읽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무료로 그려주면서 글과 그림 작가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요. 그 과정에서 돈을 아끼고 자신의 생을 아끼며 살아가는 모습이 독자에게 커다란 재미와 감동을 줍니다.
저희 딸아이는 김보통 작가를 좋아해요. 그의 귀엽고 따뜻하고 다정한 그림과 착한 심성이 뚝뚝 묻어나는 글을 너무 좋아합니다. 김보통 작가는 저희 딸아이에게 '보통이 형'이에요. 김보통 작가에 대한 딸아이 나름의 무한 애정을 담은 호칭이랍니다.
청소년의 마음도 들었다 놨다, 울다 웃겼다, 함께 분노하고 욕하게도 만드는 김보통 작가의 힘!!! 귀염깜찍한 그림들이 중년 아줌마의 마음도 여지없이 흔들어 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