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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하LeeHa Nov 15. 2019

하버드와 스탠퍼드의 일화

남을 함부로 판단하지 말라. 남이 나를 함부로 판단하게 하지도 말라.


저희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차림새를 항상 깨끗하게 하고 다니라고 하셨어요. 어렸을 때 어머니께 들은 이야기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는데요, '입은 거지는 얻어먹어도 못 입은 거지는 구걸도 힘들다'라는 말이었죠. 


화려하고 가식적으로 치장하라는 뜻이 아니라 어디 가서도 '너의 차림새로 인해 푸대접받는 일은 없도록 해라'가 말씀의 요지였어요. 깔끔하고 정돈된 생활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차림새도 함부로 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셨던 어머니였습니다.


어머니는 딸들이 화장도 좀 하고 예쁘게 꾸미고 다니기를 바라셨는데요, 언니들과 저는 멋 내는 데에는 소질이 별로 없었어요. 그저 깨끗하게 빤 옷들을 단정하게 입고 다니는 수준이었지요.


<하버드 새벽 4시 반> 책 속에 이렇게 차림새에 관련된 일화 하나가 있더군요. 간략하게 요약을 해보면요.


옛날 노부부가 하버드 대학 총장실로 약속도 없이 찾아옵니다. 네 시간이나 기다린 후에야 비로소 총장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 이유가 바로 노부부의 차림새 때문이었다고 해요. 초라한 그들의 모습에 총장의 비서도 총장도 그들을 반기지 않았다는 겁니다. 노부부에게는 하버드 대학교에서 1년간 공부 후 죽은 아들이 있었답니다. 그 아들의 이름으로 기념물을 남기고 싶다고 말하자 총장은 일언지하에 거절을 하지요.  


잠깐 동안 하버드를 다니다 죽은 사람의 기념물을 학교에 남길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건물 하나를 짓는데 750만 불이나 드는 위대한 학교, 하버드에 대한 자랑을 하면서 총장은 거만한 태도를 유지해요. 총장의 750만 불 발언을 들은 부인은 곧장 남편에게 말합니다. 그렇다면 자신들은 아들을 위해 건물 하나가 아니라 대학교 전체를 세울 수 있을 거라고 말이죠.


옷차림만 허름했을 뿐 그들은 대학교를 세우고도 남을 만큼의 상당한 재력가였습니다. 그 후 노부부는 하버드를 떠나 캘리포니아에서 스탠퍼드 대학을 세웠다고 합니다.


여기까지 읽으면 두 가지 느낌이 들어요. 사람의 겉모습만 보고 섣불리 판단한 하버드 대학교 총장의 어리석음에 대한 안타까움. 누추한 차림새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막대한 재력을 가진 노부부의 반전 상황에서 오는 통쾌함. 그렇지 않나요?





2014년에 발행된 <하버드 새벽 4시 반>의 일화가 제 눈에 잘 뜨인 이유는요. 스탠퍼드 대학에서 16년간이나 총장을 역임했던 존 헤네시의 <어른은 어떻게 성장하는가>를 몇 달 전에 읽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른은 어떻게 성장하는가>에서도 스탠퍼드 대학교의 설립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거든요. 스탠퍼드 총장이었던 존 헤네시가 정확히 묘사한 그 부분도 한번 요약을 해 보겠습니다.


스탠퍼드대학교의 원래 명칭은 '릴런드 스탠퍼드 주니어 대학교'였다고 합니다. 릴런드 스탠퍼드 시니어는 유명한 철도 사업가이면서 주지사와 상원 의원까지 지냈던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의 아들이 15세에 사고로 죽고 말죠.


릴런드 스탠퍼드 시니어와 그의 아내 제인 스탠퍼드는 외아들을 잃은 슬픔에 빠져 있다가 아들의 이름을 딴 대학교를 설립하기로 결심합니다. '캘리포니아의 모든 아이들이 우리의 자녀가 되도록'이라는 생각에서 지어진 '릴런드 스탠퍼드 주니어 대학교'가 스탠퍼드대학교의 원래 모습이었던 거지요.


16년간 스탠퍼드 대학교의 총장을 지냈던 존 헤네시의 글을 읽다 보니 <하버드 새벽 4시 반> 속의 일화와의 차이점들이 눈에 띄더군요.


일단 스탠퍼드 부부의 아들은 15세에 사고로 죽었기 때문에 하버드 대학을 1년이라도 다녔던 적이 없었고요. 릴런드 스탠퍼드 시니어는 사업가이자 주지사, 상원 의원까지 지냈던 사람으로 행색이 결코 남루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버드 새벽 4시 반> 책에는 왜 이런 일화가 소개되었을까 생각해 보았어요. 하버드와 어깨를 나란히 겨눌 정도로 세계적 명문이 된 스탠퍼드 대학에 대한 일종의 견제 의식이 아니었을까요? 또는 학생들에게 더 열심히 공부하게 할 각성의 계기를 주려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책을 읽은 독자는 여러 가지 상상을 해 볼 자유가 있는 거니까요.


'누군가의 차림새만으로 섣불리 평가를 한다는 것은 뜻밖에 온 행운을 발로 걷어차는 것과 같다. 그러니 항상 겸손하고 신중한 태도로 삶을 제대로 살아가야만 나에게 온 기회도 온전히 잡을 수 있지 않겠는가?' 

이것이 바로 저자가 이 일화를 통해서 하고 싶은 말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른은 어떻게 성장하는가?> 책 속에는 1891년 '릴런드 스탠퍼드 주니어 대학교 개교 기념식'에서 어머니 제인 스탠퍼드가 연설했던 장면이 들어 있습니다.


여러분의 삶이 진정한 결실을 맺길 바랍니다. 더 큰 부와 명성을 얻기 위한 삶이 아니라 성실한 일꾼이 되고, 다른 사람을 돕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응원과 선의를 보내고, 언제나 황금률을 따르는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어른은 어떻게 성장하는가> 80쪽



그녀의 말처럼 타인을 도우며 선의를 베풀며 사는 진정한 삶을 위해서는 그 누구도 함부로 평가하지 않는 자세 역시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섣부른 판단, 시기 어린 질투, 사소한 오해와 원망 등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 하고자 하는 일을 중도 포기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누군가가 우리를 함부로 판단하여 무시하거나 배제하도록 내버려 두어서도 안됩니다. 우리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는 우리 자신인 까닭에 어디에 가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아야겠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남에게 먼저 내 주어라' 

삶의 진리는 다른 데에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함부로 대접받기 싫으면 누군가를 함부로 대하는 일이 절대 없으면 됩니다.


전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리더, 존 헤네시가 어른의 성장 조건 중 가장 첫 번째 덕목으로 말했던 '겸손'의 의미를 날마다 되새기려 합니다. 어쭙잖은 교만이 고개를 들추려 할 때마다 화들짝 놀라며 '겸손'의 자세로 고쳐 앉아 보려는 노력만으로도 우리의 삶은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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