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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 !!!!!!!

다시 걷는 육아의 길

by 연글연글




손녀가 18개월쯤 되었을 때에도
나의 하루는 변함없이 콩알만 한 손녀의 눈치를 보며 시작되었다.

"빼!!!!!!!!!"

뒤뚱뒤뚱 걸으며 말 배우기 시작한 즈음인데,
하루 중 나에게 제일 많이 외쳐대던 소리다.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들여다보느라
돋보기안경을 쓴 할미를 보고서
그 작은 입으로 큰 소리를 내곤 했다.

돋보기를 벗으라는 소리다.

그 말은 곧,
하루 24시간 매 순간을, 딴짓하지 말고
자기에게서 눈을 떼지 말라는 명령이기도 하다.

물론 귀엽고 말고다.

동글동글한 몸집에 모난 곳이라고는
한 군데도 찾아볼 수 없는 동그란 완전체다.

머리통도 동글
이마랑 코도 동글
튀어나온 배도 동글
통통한 손등, 발등도 동글
까르르 웃을 땐 웃음소리마저 동글동글 굴러간다.





'그렇다고... 그렇게나 귀엽다고... 너에게서 한시도
눈을 떼지 말라는 건 너무 하잖아!'

나도 카톡이며 세상이랑 소통도 하고 싶고
동글이로 시작해서 동글이로 마무리되는 하루 중에
간간이 세모도, 네모도 구경하고 싶은데.

안된단다... 그저 자기만 바라보란다.

...눼눼~
(자유 없는 무수리의 시간)

꼬마 상전이 꼬물락꼬물락 장난감에 빠져있는 틈을 타, 슬며시 안경을 끼고 핸드폰을 들었는데...


"빼!!!!!!! 할미, 빼!!!!!!!"



어느새 봤는지 눈치 백 단 뒤뚱이가 또 소리친다.

"아! 그래그래 ~ 알았어!"

부랴부랴 안경을 벗고 나니 은근 심술이 나던 차에
때마침 퇴근해 들어오는 할아버지가 보인다.

화풀이하듯, 할아버지를 향해 나도 외쳐본다.



"빼!!!!!!! 배 빼!!!!!!!!!!!"

.
.
.

그때 그 시절,
힘들고도 귀여웠던 시간을 추억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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