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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 웨딩이라고 감동도 스몰일까?

엄마가 준비한 딸의 웨딩- 가족은 나의 힘

by 연글연글




호주에 살고 있는 작은 딸이 지난 2월에 결혼했다.

​큰딸의 결혼식은 남편의 직장에서 홀을 대여해 비교적 수월하게 준비됐고

나머지 부수적인 준비도 큰딸 커플이 다 알아서 했다.
시댁 어른들의 배려로 예단도 생략하고 준비를 간소화하여 진행했다.

내가 한 준비라고는, 일일이 청첩장 봉투에 주소를 적어 우편으로 부치고(그때만도 온라인 청첩장이 흔치 않았던 듯하다)
가까운 곳의 지인들은 만나서 전해주는 일과 한복 입고 참석한 것이 전부였다.

​식을 치르고는 축하해 주신 분들께 감사 인사드리고
일정 잡아서 만나 식사 대접하고...... 뭐 그런 절차들이 꽤 분주했던 기억이다.
​남들보다 비교적 수월하게 치렀음에도 우리 부부는 혼이 쏙 빠졌던 기억이다.
(나는 너무 긴장해서 웃지도 못했다)

​그렇게 자녀의 결혼식을 한차례 경험한 우리 부부는, 이번에는 자연스럽게 스몰 웨딩으로 마음이 기울어 갔다.
​비용도 보통의 예식장의 5분의 1 정도로 줄일 수 있어
아이들의 신혼살림에도 실속적인 보탬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작은 딸의 결혼식은, 나라부터 양가의 지역이 동서남북으로 흩어져 있어 장소 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호주에서 할까, 한국에서 할까, 한국이라면 시댁과 우리 중, 어느 지역에서 해야 할까, 예식장에서 해야 할까, 야외에서 해야 할까

​우리는 장소만으로도 몇 달을 고심하다 한국에서 하기로 의견을 모은 후, 시부모님의 배려로 우리 집 가까운 곳에서 스몰 웨딩을 하기로 했다.


​그렇게 스몰 웨딩으로 결정을 하고 구체적인 준비 단계로 들어가니, 해외에 살고 있는 작은딸을 대신해서 전부 내가 할 일이었다.


장소 찾아 예약하기
사진작가 예약하기
플라워 디렉팅 예약하기
드레스, 한복 대여점 찾기
메이크업 숍 찾기
포토 테이블 꾸미기
답례품 준비하기 (시아버님이 준비해 주심)

예식장에서 하게 되면 모두 웨딩 플래너나 패키지로 해결되었을 부분인데, 스몰로 하다 보니 준비 과정은 오히려 커지는 함정이 있었다.

​몇 날 며칠을 검색과 상담으로 후보지의 범위를 좁혀나가며 최종 후보만을 걸러내어 예약을 확정하고 나서야 겨우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식의 진행도 우리가 짰다.
사회는 큰사위가, 반지 전달은 손녀가, 신랑, 신부의 성혼 선언문 낭독과 양가 아버님들의 인사말씀으로.

​하객들도 양가 직계가족과 형제분들을 모두 50분 내외로 밀도 있게 초대하였다.
​하객 모두가 진심으로 집중하며, 새로이 탄생한 커플을 향해 마음을 다해 축복해 주는 시간이었다.





스몰이란 이름 아래에서도
신랑과 신부는 충분히 아름답게 빛났고
가까운 거리만큼 더 진하게 감동이 밀려왔다.


(큰딸 결혼식에는 많은 하객과 규모에 정신이 없었던 남편이, 이번에는 온전히 분위기에 젖어 '울컥' 하는 사연도 생겼다)

​화려하지 않아도, 작지만 깊었고, 소박하지만 풍성했고, 따뜻한 우리만의 이야기가 담긴 시간이었다.

​홀마다, 시간마다, 들어서고 나오는 붐비는 예식장이 아니어서 오직 우리만을 위한 시간이 되었다.
​하객들과도 더 친밀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서로 나눈 말과 미소가 마음속에 오래 머물렀다.

​스몰이라고 해서,
감동이 덜한 것도 아니었고 기쁨이 작은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작기 때문에 더 선명했고, 단순하기에 더 오랫동안 남아있다.


결혼식이 끝난 지금도, 내 머릿속에는 그날의 따뜻하고 아름다운 기억들이 꽉 차게 자리 잡았다.

.

.

그야말로 '꽉 찬' 스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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