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포비아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IT팀 담당자가 운을 뗐다.
“과장님이 보시기에는 이거 하나 바꾸는 게 간단해 보이시겠지만, 시스템 근본부터 뜯어 고쳐야 한다니까요. 서버도 부족한데, 새로 갖추려면 본부장님의 허가까지 받는 기간을 고려하셔야 한다고요. 인력이야 말해 뭐해요. 이전에 요청해 주신 건들도 다 급하다고 하셨잖아요. 지금 그쪽에 투입돼 있는 인원 빼서 이쪽으로 돌려야 하고, 그렇게 제일 먼저 시작한다고 쳐도 아삽(ASAP) 3개월은 걸려요. 당연히, 기존 요청 건들이 홀딩 되는 건 알고 계실 테고요.”
메일이나 전화로는 실랑이만 계속할 것 같아 대면 미팅이라도 할라치면, 담당자들은 피곤에 찌든 얼굴로 설명하곤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다행인 일이었다. 지금은 사람을 ‘갈아 넣어야만’ 하는 단순 업무들을, 곧 시스템이 모두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많은 인력도 필요 없을 것이다. 몇 차례의 구조조정이 있을 테고, 좀 더 ‘창의적’이고 ‘인간다운’ 기획을 할 수 있는 소수의 인원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기획’ 업무조차 AI로 대체되는 것도 시간 문제일테다. 그렇다면 나의 직업 수명은 얼마나 남은 것인지 날마다 셈하지 않은 적이 없다.
이지성 작가의 <에이트>에 등장하는 일화가 있다. ‘켄쇼’라는 인공지능 투자 프로그램이 등장한 이후, 세계적인 투자 은행 ‘골드만삭스’가 무려 600명에 달하는 투자 전문가들을 해고했다는 것이다. 프로그램은, 전문가 15명이 한 달 가까이 매달려야 할 수 있었던 일을 단 5분 만에 처리했다고 한다. 대단한 것을 넘어, 정말이지 무섭지 않은가.
이제 막 디지털 마케팅에 입문했을 뿐인데, 수년 내 AI가 나의 자리를 대체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적지 않은 나이이지만, 앞으로 수십 년을 더 살아가야 한다. 이제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걸까? 앞으로 10년 후, 나는 무얼 해먹고 살아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