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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날 Sep 12. 2022

[짧툰 14화] 도전에 도전하다

그냥, 한걸음이 중요할 뿐인데.

한 걸음 한 걸음

 

 나는 재능이 없을까 봐 두렵다. 설사 재능이 있다고 한들 그것을 높이 사 줄 사람이 없을까 봐 두렵다. 한편 뛰어난 사람들이 이미 많아서 두렵다. 가장 두려운 것은, 재능을 발휘할 만한 경제력과 시간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 정도면 거창한 것을 넘어 거만한 수준 아닌가. 인생도 이즈음에 이르렀으니 더 이상 실수하면 안된다는 불안에 사로잡혀 있었다. 한 분야에서 반드시 두각을 드러내야 한다는 강박마저 있었다. 꼭 노벨상을 받으러 스톡홀름에 가야 할 필요는 없는데 말이다. 


 영재 또는 천재가 되는 것이 소위 성공한 인생의 필요충분조건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남을 뛰어 넘어 1등을 하는 것이 과연 성공일지는 의문이다. 따지고 보면, 나보다 나은 타인은 이미 셀 수 없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불특정 다수를 이기는 일은 아마 영원히 생기지 않을 것이다. 


 ‘어제의 나’와 경쟁하여 나아지는 것이 또 다른 의미의 성공은 아닐까? 한편, 성패를 떠나 눈 앞의 일에 순수하게 몰두하고 있을 때의 내 자신이 더 대견해지기도 한다.


 어떤 일이든 일단 저지르고 나면, 생각보다 무시무시한 일은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다만 한동안은 내가 바보라고 생각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 서투르게 실수 하는 기간(유튜버 ‘김알파카’님은 이것을 ‘병신 기간’이라고 표현했다)을 감내해야 나의 장단점, 그리고 보완해야 할 점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정작 필요한 것은 지속적인 관심과 간절함이다. 가랑비에 옷이 젖기 마련인 것이다.


 도전이란, 마치 등산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오직 정상 만을 바라보며 오른다면 봉에 다다르기도 전에 지치고 만다. 몸보다는 마음의 에너지가 먼저 고갈 되고 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 내가 딛고 있는 이 발걸음이다. 그저 한 걸음 한 걸음을 옮기는 것에 집중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걷다 보면 정상 자리도 노려볼 만하지 않을까? 굳이 ‘정복’에 의미를 두지 않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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