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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날 Apr 26. 2023

Q. 인생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A. 화양연화(花樣年華)

‘화양연화(花樣年華)’란 ‘가장 빛나는 꽃다운 나날, 가장 아름답고 찬란한 시절’이라는 뜻이다. 1930~1940년대 상하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가수 저우쉬안의 곡명이며, 2000년 개봉한 영화 <화양연화>의 제목으로도 사용되었다.


과거 ‘전성기’를 구가하던 이들에게 ‘화양연화’는 지난날 어느 시점에 대한 막연한 노스탤지어(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용어일 것이다.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음을 깨닫는 슬픔과 체념이기도 하다. 흔히 ‘무드셀라 증후군’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각설하고.

한 번은 내 이름이 ‘화양연화’와 묶인 적이 있었다. 시작은 한 헤드헌터의 말장난이었다.


“이름이 황유나 님이시네요 (‘황유나’는 나의 본명이다). 듣기에 좋은 이름이에요. ‘화양연화’를 빠르게 불러서 줄인 말 같아요.”


웃자고 한 ‘아재 개그’였지만, 그의 말은 내가 살아오면서 들었던 그 어떤 찬사보다도 기쁘게 들렸다. 황유나, 화아앙유우나아, 화양연화. 화아양여언화아, 황유나. 속으로 몇 번을 중얼거려 보았다. 이름이 기왕에 ‘황유나’이니 ‘화양연화’처럼 빛나는 인생을 살자,라는 다짐이 생겼다.


나의 ‘화양연화’는 대학 시절이나 홍콩에서 지내던 시절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 모든 과거는 차치하기로 한다. 정정해서, 나의 ‘화양연화’는 ‘지금, 이 순간’이었으면 좋겠다. 매일 새로 피고 지는 꽃더미였으면 좋겠다. 아침에 눈을 뜨며 새긴다. 오늘도 그날이야. 화양연화. 가장 빛나는 꽃다운 나날, 가장 아름답고 찬란한 시절. 잊지 마, 훗날의 나는 반드시 오늘을 그리워하게 될 거야.


손웅정 감독은 그의 저서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에서 이렇게 말했다.

“당연한 일은 없다. 우리가 누리는 이 하루는 절대로 당연한 것이 아니다... 신선한 공기, 따뜻한 햇살, 사랑하는 이의 웃음이 언제나 늘 그 자리에 있는 것은 아니다. 청춘은 아름답고 짧게 흘러간다.” 청춘이라, 흔히 말하듯 오늘은 나의 남은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 아닌가. 사전적 의미의 청춘이 아님을 아쉬워할 필요가 없다.


“The best yet to come (가장 좋은 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이라는 말이 있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오리라고 믿는 긍정 확언이다. 지금의 쓰고 고된 시기를 묵묵히 견뎌내기 위한 말이기도 하다. 다만 이 말에 너무 매몰되지는 않았으면 한다. ‘미래’의 행운을 바란 나머지 ‘오늘’을 저당 잡힌 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백 번 곱씹어 보아도 좋지 못한 날일 때는, 차라리 이렇게 생각해 본다. “It could have been worse (이보다 더 나쁠 수도 있었어).” 어떻게든, 오늘 나에게 주어진 것들을 추려보기 위함이다. 사금파리 같은 행운 하나를 알아차려도 다행인 것이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빠른 물살에 쓸려가는 어제의 꽃을 붙잡지 못한다. 그러나 아쉬워할 시간이 없다. 가장 빛나는 꽃다운 나날. 가장 젊고, 아름답고, 찬란한 시절. 훗날 그리워하게 될  ‘화양연화’를 지금의 내가 온전히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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