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와 한국 제주도에서 두 번의 결혼식을 준비하다.
"나는 버드나무 잎이 흩날리는 호숫가 옆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싶어"
How I Met Your Mother에서 마셜과 릴리가 나무 앞에 서서 하객의 시선에서 벗어나서 서로만을 바라보며 사랑을 맹세하는 장면, 그 장면은 내 머릿속에 무의식적으로 깊게 자리잡았다.
한국 날씨 특성상 야외 결혼식은 도박과도 같고, 게다가 내가 바라는 풍경은 전형적인 한국 야외 결혼식이랑은 달랐다. 벨기에 남자를 만나서 유럽 풍광 속에 결혼식을 올릴 수 있다니! 내 가슴은 두근두근 부풀었다.
참새같이 작은 하얀 새들이 파르르르 날아가고, 해질녘 호수 표면에 반사되는 햇살이 내 눈을 부시게 하고, 잔바람에 버드나무 가지가 살랑살랑 흔들이는, 내 소녀 같은 환상을 외국 결혼식은 충족시켜 줄 수 있을 것이다!
"결혼식은 당연히 제주도에서 해야지!"
처음 부모님께 결혼 허락을 받자마자 엄마 아빠한테서 나온 발언. 그렇다. 결혼식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나와 내 주변 사람들, 특히 부모님들을 위한 행사였다. 내가 어디서 결혼식을 하고 싶은 지는 단지 나의 의견일 뿐, 이해 관계자(?)의 생각은 전혀 다를 수도.
부모님에게는 드글드글한 딸 셋 중 하나도 손주는 커녕 결혼 낌새도 보이지 않는 것이 늘 아쉬울 따름이었다. 그러니 둘째 딸이 결혼한다는 사실을 제주도 지인들에게 모두 알리고 싶은 마음인 것이다. 사실 한국에서 식을 한다면 제주도에서 하고 싶었던 것이, 서울에서 결혼식을 하게 되면 2-3시간 남짓 짧게 예식을 하고 애써 찾아온 하객들 눈인사 한번 하고 축의금 받고 돌려보내는 공장형 예식을 해야된다는 것에 매우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반면 제주도는 아침에 예식을 하고 그 다음부터는 피로연장으로 다같이 버스를 대절해서 이동하고, 하루종일 피로연장을 쓸 수 있다. 예쁜 드레스입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도 좋지만 그동안 못 만났던 사람들이나 축하받고 싶은 친구들과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게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제주도의 예식장은 다행히도 부모님이 성당 레지오 단원이셔서 대관료 50만원이라는 가격으로 저렴하게 성당 예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양측 부모님과 결혼 커플이 서울-제주도-벨기에를 이동하느라 비행기 삯이 많이 나올 것이라 예식장, 스튜디오(스튜디오 촬영은 안하기로), 드레스 등등에 비용을 아껴야 할 것 같다.
그렇게 나와 남자친구는 서울에 살고, 결혼식은 제주도와 벨기에에서 펼쳐지는 원격 결혼식 준비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