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벨기에 국제커플 상견례 이야기

국제결혼을 앞둔 커플이 제주도에서 상견례한 이야기

by 연하 Yeonha

10월의 어느날 어느날 나와 밤톨이는 사가정역 투썸 카페에서 F6 관련한 인쇄 서류과 혼인신고 서류를 정리하면서 서류 작업을 조금씩 해나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엄마가 전화가 왔다. 뭐하냐고 엄마가 물어보시길래 혼인신고 작성한다고 했는데,,


엄마: “뭐????? 혼인신고를 작성한다고?”


나: “아 그게 아니고 미리 서류를 작성해 놓는다는 거야 ~ 비자 때문에”


엄마: “아니 그래도 혼인신고를, 혼인신고를 한다고?”


나: “응 작성해 놓는다고 비자 준비해야 하니깐”


엄마: “언제 할건데”


나: “글쎄, 11월 초?”


엄마는 혼란스러워져서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내가 너무 맥락없이 너무 핵심 사항만 툭 하고 던져서 말했나 3초간 생각을 했지만 곧 잊어버렸다.


그리고 30분 즘 지나고 나서 엄마에게 다시 전화가 오더니, 상견례를 혼인신고 전에 해야한다는 거였다.


나는 진짜 결혼은 당장의 일이 아니고, 혼인신고는 F6 비자를 위한 행정적인 절차라고만 생각했는데 부모님은 혼인신고 전에 꼭 상견례를 해야한다고 했다. 벨기에에서 하던지, 한국 제주도에서 하던지 꼭 대륙간 이동이 필요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내가 난감해하자 부모님은 두 분이서 벨기에로 가시겠다고 했다.


나: “아.. 밤톨 우리 엄마아빠가 상견례를 꼭 해야겠다고 하시는데..?”

밤톨: “상견례? 그게 정확히 뭐야?”


나: “한국적인 의례 같은 건데 커플이 결혼하기 전에 배우자의 부모들이 격식을 차리고 만나는 자리야”

밤톨: “만나서 뭘해?”

나: “그냥 만나기 위해서 만나는 거야. 다른 목적 같은건 딱히 없고 한국에서는 결혼하기 전에 부부의 부모님이 서로 상견례를 해야해”


부모님이 상견례를 위해 벨기에로 가겠다고 제안했으나, 우리 커플은 이미 12월에 벨기에를 여행하기로 되어 있었고 혼인신고는 11월에 꼭 한국에서 해야 했으므로 결국은 밤톨이 아버님께서 제주도까지 먼 길을 와주시겠다고 했다.


너무나 난처한 상황이었다. 내 부모님은 결혼하기 전 부부의 부모님끼리 상견례를 하는 것이 당연한데, 파트너 부모님은 상견례의 개념도 모르는 상태에서 비싼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까지 급한 일정을 내어 여행하는 꼴이 되어 버렸다.


처음에 밤톨이 아버지는 상견례의 개념에 대해 이해를 못하셔서 줌 미팅으로 상견례를 하면 안되냐고 물어보시다가 ㅋㅋㅋ 나중엔 제주도 여행에 대한 나름의 로드맵을 그리셨는지 흔쾌히 여행을 하고 싶다고 하셨다.


나는 제주도 부모님과 조율을, 밤톨이는 벨기에 부모님과 조율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서로 커뮤니케이션 조율이 안 맞아서 맘 상하는 일도 종종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밤톨 아버님이 배려를 많이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상견례에서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나는 이미 밤톨 아버님이랑 친해진 상태여서 상대방 부모님과 대화하는 것에 대한 걱정이 없었기 때문에 긴장되는 부분은 전혀 없었다.


우리 커플 같은 경우는 이미 동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신혼 집도, 신혼 가구도 필요가 없어서 결혼식 방식과 날짜에 관련한 제반 사항만 합의를 보면 되었다.


그리고 언어 장벽 문제가 있어서 분위기가 자칫하면 너무 어색하고 답답하게 빠질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간단히 나와 밤톨에 대한 퀴즈 게임도 준비했다.(밤톨의 혈액형은 뭘까요? 같은..)



상견례 장소는 어디로 잡아야 할까?


제주도에서 코스요리가 맛있고, 집에서 멀지 않고 룸이 준비되는 곳으로 장소를 정했다. 요새는 괜찮은 요리는 거의 오마카세 식으로 준비되는 경우가 많아 5인 이상 선택지가 많지 않다.


그래서 정한 곳이 만배성인데, (https://naver.me/Fn2VHsMZ)

룸 구비


한정식 다양한 메뉴


음식 후기가 나쁘지 않음


집에서 멀지 않음(아라동 위치)


그래서 이 안대로 예약을 하겠다고 말씀드렸더니, 엄마가 그냥 다른 음식점으로 예약을 해버렸다 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정해진 음식점은 정가네 밥상(https://naver.me/FYuaErxK)


룸이 없고 인테리어가 캐주얼해서 선택하지 않았는데, 그냥 그러려니 하고 갔다.


반찬으로는 보리굴비, 소불고기, 돼지고기 보쌈, 미역국, 나물 반찬 등등이 나왔던 것 같다.


아 그런데.. 소불고기가 말라있고 굴비도 좀 말라있었다. 미리 반찬 다 만들어놓고 한참 뒤에 내놓은 느낌.. 그리고 양은 너무 많고 ㅜㅜ 양을 줄이는 대신 퀄리티에 좀 신경을 쓰면 어떨까 싶었다.


상견례


밤톨 아버지가 좀 긴장하셨는지 말이 없으셨다. 그래서 나오는 반찬 하나 하나를 설명해드리며 대화를 이끄려고 했다. 한국 반찬 가지수가 워낙 많아서.. 하나하나 설명하는데도 오디오가 많이 채워졌다. ㅋㅋ


엄마:


"땡땡아, 이것 좀 드셔보시라구 그래"

"땡땡아, 이것도 좀 드셔보시라구 그래, 코리안 포크!"

"땡땡아, 이거 코리안 나물, 콩나물!"

"굴비 드셔보시라 그래"


나:


"엄마 그만해.." (밤톨 아버지는 본인 취향이 아니면 단호히 안드시는 타입)


그리고 우리 부모님은 상견례고 뭐고 그냥 음식을 흡입하시는데 ㅋㅋㅋ 퀴즈 준비 안했으면 한시간만에 식사 끝내고 자리 털고 일어날뻔...


IMG_9277.jpg


양측 가족들이 즐겁게 밥 먹고 왁자지껄한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해서 나도 밤톨이도 긴장을 한시름 덜고 서로 웃을수 있었다.



돌문화공원


상견례가 끝나고 나서는 다같이 돌문화공원을 가서 산책을 했다. 밤톨 아버님께서 돌문화공원에 가보고 싶다고 하셔서 가게됬는데, 돌문화공원이 해외에서 많이 알려졌는지 외국인 관광객들(특히 서양인 관광객)이 많이 방문하나보다.


제주도에서 자란 나도 돌문화공원은 처음 가봤는데, 말하면 너무 좋은 경험이었다. 나는 제주도의 재료와 색깔을 최대한 활용한 건물을 좋아한다. 돌문화공원은 제주도 돌인 현무암과 바람, 그리고 제주도의 설화를 미학적으로 풀어낸 조경을 지니고 있다. 100만평의 드넓은 부지는 내 시야에 공원을 꽉 채워 담아 마치 제주도 전체를 마음에 품고 걷는 느낌이었다. 인위적인 인테리어나 표지판 없이 공원을 산책하다 보면 제주도와 자연을 온전히 느끼게 되는 것 같아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박물관에 가면 한시간마다 해설사께서 제주도의 실제 역사와 설화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시는데 정말 재밌게 잘 들었다. (무료)


시아버지께서도 제주도의 지질학적 특성과 전통적인 생활상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보이셨고 공원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으셨다고 아주 만족해하셨다.


제주도 = 카페투어만 생각했고 이런 관광에 식상함을 느낀 사람이라면 돌 문화공원에 방문해보는걸 추천한다.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jejustonepark/



IMG_9413.jpg


우리 부모님은 말이 없으신 타입이고 시아버지도 한국 부모님과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할 것인지에 대해 걱정이 많으셔서 감이 잡히지 않은 자리였지만 같이 보낸 시간을 통해 서로 선한 사람이라는 것을 양측 다 느끼셨던 것 같다.


엄마는 내가 외국인과 결혼한다는 것에 대해 많이 걱정하시고 회의감도 있으셨지만, 밤톨이와 밤톨 아버님을 만나서 그런 걱정을 많이 더셨고 내 선택에 대해 지지해주시는 쪽으로 돌아서신 것 같다. 내 갑작스런 결정을 지지해주신 부모님도, 그리고 사랑하는 아들을 먼 타국에 보내시고 그 아들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래주시는 시아버지, 시어머니께 감사드린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전쟁의 현실을 서사한 영화, 무방비 도시(스포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