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벨기에 부부의 유럽 웨딩 촬영 후기

12월 한겨울에 유럽에서 야외 사진 촬영한 썰

by 연하 Yeonha

벨기에로 떠났다가 한국 온지도 한달이 지났는데도 게으름에 아직까지 아무런 포스팅을 안하고 있다가.. 유럽에서 웨딩 촬영을 한 썰에 대해서 적어볼까 한다.


나는 남들 다 하는건 피하고 싶어하는 반항아 재질이다.. 남들 다 하는 스튜디오 촬영은 하고 싶지가 않았다. 마냥 예쁘고 단아한 느낌의 흑백 스튜디오 사진.. 예쁘다 예쁜데 다들 똑같아 보인다.. 나도 내 사진을 봤을때 다른 사람들의 웨딩 스튜디오 사진에서 느끼는 똑같은 느낌을 받기가 싫었다. 내 친구 중에는 독일에서 10년째 살고 있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웨딩 사진을 웨딩 드레스와 운동화를 입고 찍은 걸 봤다. 화장도 거의 하지 않은 수수한 얼굴이었고 신부 얼굴에는 그 어떠한 보정도 들어가지 않았다. 그게 참 자유분방하고 예뻐보였다. 그 사진을 보고 내가 원하는 웨딩 촬영이 어떤 것인지 확신이 들었다.

DSC00449-2Yeonha and Jordan Engagement PhotosYeonha and Jordan Engagement Photos.JPG © 2025 @yeonasi All Rights Reserved. 이 사진의 저작권은 @yeonasi에게 있으며, 무단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예술학교를 졸업한 밤톨이는 마우렌이라는 사진작가 친구가 있었다. 그의 인스타그램에 들어가서 본 사진들은 피사체의 색감이 강렬하고 인물들이 가진 카리스마를 잘 전달하고 있었다. 나는 마우렌의 사진이 마음에 들고 그녀가 우리 촬영을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밤톨에게 말했다.


"와, 나 정말 기대돼! 웨딩 촬영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지만 너무 재미있을것 같아!"


다행히 긍정적인 메시지를 받았고, 내가 원하는 따뜻하고 캐주얼한 그리고 로맨틱한 분위기의 화보를 직관적으로 설명하고자 Mood Board를 만들어서 전달했다. 벨기에에 도착해서 마우렌과 커피를 마시며 사진 촬영에 대해 더 이야기를 나눴다. 겨울에 하는 야외 촬영인지라 촬영 중간 중간 샤워 가운을 입고 이동하기로 했고 촬영 장소는 앤트워프 시내로 정해졌다.

스크린샷 2025-02-14 오전 1.19.15.png
스크린샷 2025-02-14 오전 1.19.26.png


우리의 결혼에 대해 마우렌은 진심으로 축하하고 들떠있었다. 작년에 결혼을 했고 남편과 함께 커다란 하운드를 기르고 있었다. 그녀는 아주 어린 시절 인도에서 벨기에로 입양되었다고 한다. 커다란 눈과 거무스레한 피부, 그리고 온 손등과 팔을 뒤덮고 있는 타투, 눈을 마주칠 때마다 얼굴 가득히 웃음을 머금은 그녀의 얼굴은 자유분방하고 햇살 가득한 그녀의 성격을 더욱 매력적으로 느끼게 했다.


도시에서 진행한 야외 촬영의 가장 좋았던 점은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는 것이다.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올드타운을 거니는 새 신부와 신랑에게 사람들은 각국의 언어로 "Congratulations!", "Felicidades!" 축복을 선사했다. 너무 추웠지만 우리를 바라보면 사람들은 환하게 웃고 축하를 전했고 나는수줍음이 앞선 행복을 느꼈다.


DSC00397Yeonha and Jordan Engagement PhotosYeonha and Jordan Engagement Photos.JPG © 2025 @yeonasi All Rights Reserved. 이 사진의 저작권은 @yeonasi에게 있으며, 무단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정말 다행히도 비는 안내렸지만 바람이 너무너무 추웠다. 정말 인생에 한번 뿐인 경험이니 이 추위도 추억이 될거라고 생각하며 촬영에 임했다. ㅋㅋㅋ 한 샷 찍고 가운 입고 운동화 갈아신고 벌벌 떨고... 장소 이동해서 또 찍고 벌벌 떨고.. ㅋㅋㅋ 마지막에 감자튀김집에 들어가서 몸을 녹이며 감자튀김을 먹을때 드디어 끝났구나 하고 너무 신났었던!


DSC00815Yeonha and Jordan Engagement PhotosYeonha and Jordan Engagement Photos.JPG © 2025 @yeonasi All Rights Reserved. 이 사진의 저작권은 @yeonasi에게 있으며, 무단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서유럽에서 겨울에 야외 촬영은 정말 추천하지 않는다.. 특히 벨기에는 겨울에 비가 너무 자주 오고 하늘이 그냥 회색이다. 어떻게 안좋냐면 한달 동안 동그란 해의 모양을 본 날이 손에 꼽는다. 날씨가 아주 아주 그지같다 ^^ 촬영을 한 날은 추위가 한풀 꺾이고 비가 안내려서 정말 다행이었다. 그리고 겨울에는 어딜가나 크리스마스 장식이 있어서 계절감을 없애는 것도 고려에 넣어야 한다. 왜 나는 야외 촬영을 겨울에 하겠다고 했고 밤톨은 그걸 말리지 않았을까? 정말 의문이다..


무튼 운이 좋아 나의 우려들은 그저 우려였던걸로 과거와 함께 흘려 보낼 수 있게 되었고 ㅎㅎ 바람과 추위가 내 피부를 얼어붙게 했지만 사람들의 축하와 온기가 내 마음을 녹인 값진 하루였다. 이 기억은 결혼 생활 내내 즐거운 추억으로 남을 거야 :)

keyword
작가의 이전글누니주얼리에서 웨딩밴드 맞춘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