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아이들의 이름으로 다시 피어난다
두 번째 계절을 돌아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연이와 빈이가 태어난 계절이다.
연이는 봄의 아이였다.
햇빛이 부드럽게 스며들던 어느 날,
우리에게 찾아온 첫 번째 새싹 같은 존재.
조심스레 피어오르는 나무의 어린 잎처럼
연이는 태어날 때부터 따뜻하고,
말없이 곁을 밝혀주는 아이였다.
그리고 그보다 두 계절 뒤에 세상에 온
빈이는 겨울의 아이였다.
찬 바람이 매섭게 불고
눈발이 사방으로 흩날릴 때,
차갑고 단단한 계절을 품에 안고 태어난 아이.
겉모습은 겨울처럼 하얗고 말수가 적었지만,
속에는 눈처럼 포근하고 따뜻한 온기를 품은 아이였다.
두 아이의 첫 울음은 계절처럼 서로 달랐지만
그 다름이 우리 가족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유아기 시절,
거실 가득 장난감이 흩어지고
연이의 맑은 웃음과 빈이의 투박한 옹알이가 뒤섞이던 나날도 있었고
유치원에 들어가 작은 가방을 메고 달려가던 뒷모습을
며칠이고 눈에 담아두던 때도 있었다.
연이가 누나 노릇 하느라 빈이의 손을 꼭 잡고 유치원 문 앞에 세워주던 순간,
빈이가 화장실에서 혼자 울던 날,
그 어린 마음들이 조용히 서로를 성장시키며 계절을 건너갔다.
그러다 초등학교라는 또 다른 문 앞에 서서,
연이는 점점 더 길어진 그림자로 우리 앞에 서 있었고,
빈이는 조금 더 작은 발걸음으로 누나 뒤를 천천히 따라갔다.
그 시절의 두 아이는 계절을 모른 채 자랐지만
아이들을 품은 우리는 그들의 하루마다
봄과 겨울이 번갈아 부는 걸 느끼곤 했다.
그리고 어느 해에는 겨울이 유난히 길었다.
웅이의 큰 사고가 있었던,
우리 모두가 마음 한쪽이 얼어붙어버린 계절.
하지만 그 혹독한 겨울에도
아이들은 자라났고,
우리는 서로를 붙잡고 버텼다.
아빠를 잃어버릴까 무서워 울던 아이들,
오른손을 숨기며 웃어 보이던 웅이,
밤마다 몰래 눈물 삼키던 나.
그 겨울은 잔혹했지만
겨울의 아이 빈이처럼
차갑지만 끝내 따뜻함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봄이 또 찾아왔다.
연이가 소녀에서 ‘여자’가 되어가는 순간,
빈이가 아빠의 아픔을 살며시 이해하기 시작한 순간,
거실에 담요가 포근하게 놓이고 포근한 바람이 커튼을 흔들던 순간.
우리는 깨달았다.
두 번째 계절은,
연이와 빈이 그 자체였다는걸.
봄의 아이와 겨울의 아이가
각기 다른 결로 자라난 시간들이 모여
우리 가족의 두 번째 계절을 완성했다는 걸.
겨울이 아무리 길어도
봄은 다시 찾아오듯이,
우리 가족의 시간도
그렇게 다시 피어나고 있었다.
PS. 연빈의 두번째 긴 여정에 응원주시고 함께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